한 잔의 술에도 양보와 절제의 마음 담아
 
　“빈은 자리에 앉아 잔을 놓고 손을 닦은 다음 술을 좨주 하십시오” “빈은 자리 끝으로 옮겨 앉아 술을 조금 마시어 주십시오”“자리에 돌아와 잔을 놓고 주인을 향해 절하고 앉아 “술맛이 아주 좋습니다”라고 말하십시오” “빈은 잔을 들고 일어나십시오” “주인은 동쪽 섬돌 위에서 답하여 절 하십시오” “빈은 서쪽 섬돌 위에 와서 북향하고 앉아 술을 모두 마시고 일어서십시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한 잔의 술을 마시기 위해 이처럼 양보와 절제의 마음을 표현했다. 난삽한 음주 버릇으로 인해 사회문제가 적지 않은 요즘, 음주의 전범을 사회에 보여주는 소중한 행사가 지난 11일 1000년 전통의 진주향교(전교 한선우)에서 열렸다.
　향음주례 (鄕飮酒禮) 시연(試演)행사가 그것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 할지라도 참석한 진주지역 어르신들은 관심 깊게 지켜보면서, 요즘 난삽한 음주문화를 바로잡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향음주례는 마을의 선비·유생들이 학교·서원 등에 모여 학덕과 연륜이 높은 이를 주빈(主賓)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며 잔치를 하는 향촌의례(鄕村儀禮)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향음주례를 실시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고려 인조 14년(1136)에 과거제도를 정비하면서 여러 주(州)의 공사(貢士)를 중앙으로 보낼 때 향음주례를 행하도록 규정한 일이 있다.
　향음주례는 주인과 손님 사이에 절도 있게 술잔을 헌수(獻酬)해 연장자를 존중하고 유덕자를 높이며 예법과 사양의 풍속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연이 끝나면 사정(司正)이 나아가 빈(賓)과 주인 및 서민까지 한자리에 앉은 가운데 독약(讀約)하였다.
　이번 진주향교 향음주례는 성균관 진주 유도회에서 주관을 했으며, 시연 행사는 청년유도회 회원들이 중심이 돼 치렀다.
　이날 향음주례 주빈(主賓)은 최문석 사단법인 남명학 연구원 이사장이, 주인은 한선우 진주향교 전교가 맡았다. 또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허권수 교수가 ‘향음주례’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했다. 허만수 봉림서당 훈장은 참가자들에게 좋은 시를 낭송해 호평을 들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기인 진주 유도회 회장은 “오늘날의 음주(飮酒) 문화는 우리의 전통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예절은 찾아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무질서 하게 변해버렸습니다.”며 “이에 진주 향교에서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찾고, 우리의 선조들이 육례(六禮)에 포함할 정도로 중요시했던 향음주례를 재현함으로써 우리는 물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음주예의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이번 행사를 재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라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향음주례의 고증을 맡은 경상대학교 허권수 한문학과 교수는 “원래 향음주례는 굉장히 복잡하고 긴 시간 행하는 것으로 이번 진주향교 향음주례는 약식이라고 할 수 있다. 향음주례를 마련했던 옛 선비들의 마음가짐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이 될 것”이라며“1000년 전통의 진주향교에서 노소가 힘을 합쳐 이번 행사를 마련한 것은 무척 뜻 깊은 일이며, 앞으로 선비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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