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나라·개인 위한 가장 큰 투자”
최초로 남녀공학 이룬 여성교육 선구자 김정부인 평전
 
강동욱 기자   
  구한말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진주 김 정부인에 대한 평전이 나왔다.
　경남일보에 구한말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상을 그린 대하소설 ‘돌아오는 꽃’을 연재하고 있는 김동민 소설가가 구한말 여성 교육 선구자로서 근검절약의 표상인 김 정부인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든 작업 끝에 한권의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제목은 ‘꼼쟁이 할매’이다.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혼례를 올린 김 정부인은 혼례를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홀연히 사라진 남편을 대신하여, 가세가 기울대로 기운 시집의 살림을 도맡아 꾸려갔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모두가 기피하는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억척같이 일한 김 정부인은 평생 근검절약하며 부자가 된 노년에도 근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사람이 지성으로 일을 하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다며 노동의 가치를 강조한 김 정부인은 게으르고 안일한 채 남한테 기대어 사는 것이야말로 천하에 수치스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일깨워주고 있다.

　매일같이 밥 한 그릇을 반씩 아침저녁으로 나누어 먹던 김 정부인은 어느 날 시장에서 서푼어치 조기를 샀다. 조기 반찬에 정신없이 밥 한 그릇 다 비운 순간 훤히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밥그릇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녁에 먹을 반 공기의 밥이 남아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 김 정부인은 이렇게 해서는 결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날 이후로 매일 조기 값인 서푼씩을 모았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돈은 훗날 많은 돈을 모으는데 종자돈이 되었다.

　김 정부인이 ‘꼼쟁이 할매’로 더 유명한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마저 다스림으로써 식생활에서조차 절약과 절제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김 정부인이 살던 당시는 일제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때로 일본인들에게 토지와 돈을 빼앗기는 등 지역경제가 잠식당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잘 배우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 김 정부인은 이러한 비극을 이겨낼 길은 오로지 교육밖에 없다며 힘들게 모른 돈으로 교육사업에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아들뿐만 아니라 딸들도 교육시켜야 더 좋은 세상이 열린다고 확신한 김 정부인은 여학생 전용교실을 지어 기증함으로써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남녀공학을 만든 주역이다. 교육이야말로 나라와 개인을 위한 가장 큰 투자라는 평소 지론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김 정부인은 평범한 아낙네로 숱한 역경을 헤치며 수많은 재산을 모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기부한 분이다. 여자의 몸으로 기울어진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어렵게 모은 재물을 빈민 구제와 공익을 위해 씀으로써 덕망을 얻고 황제로부터 정부인이라는 봉작까지 하사받았으니 이는 우리나라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김동민 작가는 “김 정부인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여학생 교실을 지어 기증함으로써 최초의 남녀공학을 이루어낸 구한말 여성교육의 선구자로입니다”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김 정부인은 근검절약과 나눔의 미덕이 부족한 오늘날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 인물상입니다”며 앞으로 김 정부인의 정신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랐다.

Write : 2009-04-20 09:30:00  |  Update : 2009-04-2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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