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語 學而篇 第1章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논어라는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제일 먼저 나오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라는 구절입니다. 굳이 풀어보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만 ‘배우고 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구절은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공부라는게 죽기 보다 하기 싫고, 이렇게 지겨운데 왜 기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배울 학(學), 즉 배움이란 과연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공부하는 것이 기쁘다라고 말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배움이라는 것은 기쁜 일이라기 보다는 학창시절 내내 괴로움의 연속이었던 기억만 남아 있는데, 이른바 공자가 말하는 배우는 기쁨은 어떤겁니까?

▶ 솔직히 우리들이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들이 공자의 말처럼 기쁜 가운데 이루어져 왔는지를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이 부정적인 대답을 하실겁니다. 왜냐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기전까지는 죽자살자 영어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풀고, 국어문법을 외우는 일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내용들은 공자가 말하는 배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지금의 인간사회는 먹고 살기 위해 서로 투쟁하는 장소로 변하면서 학문 즉 배움의 목적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치열한 공부경쟁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자신의 삶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참고 견디며 노력해온 공부의 대가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는 무엇 때문에 살며, 참으로 가치있는 삶이란 또 어떤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봉착하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방황 하게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공부를 해야만 이러한 삶의 일탈에서 벗어나 참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올바른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기 위해 논어 學而篇 첫 장에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라는 구절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학이편에 기록한 내용들이 근본을 힘쓰는 뜻이 많고 이것은 바로 도(道)에 들어가는 문이요, 덕(德)을 쌓는 터전이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공자가 말하는 學, 즉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공자는 ‘사람이 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하는 학이란 요즘 세상처럼 무작정 읽고 외우고 써서 그 기억력을 평가받기 위한 공부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말하면 배우기만 할 뿐 실천이 없는 죽은 공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논어에 주석을 단 주자는 배움이란 본받는다는 뜻이고, 배우고 또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면 배운 것이 익숙해져서 마음속에 희열을 느껴 공부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程子 역시 ‘배우는 것은 장차 그것을 행하려고 해서이니, 때로 익힌다면 배운 것이 내 몸에 있다. 그러므로 기뻐지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자가 말하는 학(學) 즉 배움의 대상은 우선 예(禮)로 나타납니다. 예를 배워서 실천하는 것이 곧 배움의 일차적인 목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하는 학문의 길은 자신의 괴로움을 극복하고 기쁨을 터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기쁜 것이 됩니다. 그래서 공자는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라는 구절 다음에 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 라고 해서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하는 배움의 완성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배우되 새가 끊임없이 날개짓을 하듯 열심히 익혀서 이를 실천하게 되면 마음속에 스스로 기뻐하게 되는 바가 나타나게 되니, 이것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성낼 필요가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오늘날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어떤 교육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이 한 말인데요, 예란 절도를 넘지 않는 것(不踰節)이고, 의란 스스로 나아가지 않는 것(不自進) 즉 벼슬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고, 염은 악을 감추지 않는 것(不蔽惡), 치는 굽은 것을 좇지 않는 것(不從枉), 즉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맹자 역시 제자들에게 몸을 닦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갖는 것이 도덕의 수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맹자는 사람이 금수와 구별되는 중요한 표지가 바로 부끄러워 하는 마음을 비롯한 도덕적 관념과 심리적 정감을 지닌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예의염치는 특히 벼슬아치들에게 강조되었습니다.
중종 재위13년(1518), 청렴한 관리를 쓸 것을 강조하자 당시 참찬관이었던 조광조는 "사람이 만일 청렴하지 못하다면 무슨 일인들 잘하겠습니까? 청렴은 사대부의 보통 일이지 특이한 행실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성종1년(1470) 대사헌이었던 한치형은 "사람을 쓸 때는 차라리 어리석은 이를 쓸지언정 貪(탐)하는 이를 쓰지 않고 비록 백 사람의 재주를 겸했다고 하더라도 염치가 한번 무너지면 다른 것은 볼 것도 없습니다. "라고 상소한 것을 보면 예의염치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학교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다 이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영어와 수학공부가 최우선이 되고 예의염치가 무엇인지조차 가르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이 인성교육이 얼마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은 통달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더욱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때로는 예의염치 조차 무시하고 외면해 버리는 사람이 되는 교육이 우리에게 남겨줄 수 있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일 뿐입니다.
그리고 수시로 불거져 나오는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의 비리들을 보십시오. 이같은 비리의 근본이 올바른 공부 즉 사람이 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몰염치라고 한다면 과연 과장된 것일까요?
비록 짧은 문장에 불과하지만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라는 구절은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과연 무엇을 가장 먼저 교육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귀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