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책 이야기는 상단 메뉴중 '진주문화' 안에 삐딱소리에  방송원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황경규의 책 이야기 1-조성기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이어서 황경규의 책 이야기입니다.
도서출판 사람과 나무 황경규 대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 오늘이 첫 방송인데요, 앞으로 황경규의 책이야기에서는 어떤 책들을 소개해 주실 건지 안내를 해주시죠?

▶ 어릴적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책 맛을 알만한 나이가 되면 책보다는 공부에만 매달리게 되고 또 책보다는, 공부하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됩니다.
얼마 전 수능이 끝났습니다만 대학입시에 이어 취직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그렇게 10년, 20년을 허망하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 사용 이전만 해도 취미를 물어 보면 독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책 읽기는 취미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서 이제는 독서가 단지 취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책 읽기가 얼마나 사람을 크고 넓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고 느껴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진주를 비롯한 경남지역 출신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면서, 코너 말미에는 사서삼경을 비롯한 여러 고전들 중에서 가슴에 새겨둘 만한 좋은 글귀를 소개하는 시간인 '고전의 향기'도 준비했습니다.

○ 오늘은 조성기 작가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라는 책을 소개해 주실텐데요, 작가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작가 조성기는 1951년 고성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1971년 대학 재학중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만화경(萬華鏡)』이 당선, 등단을 했고, 1985년 『라하트 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창작을 시작했습니다.
수상경력을 보면 1986년에는 『야훼의 밤』으로 제4회 기독교 문화상을 수상했고, 1991년 제1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장편소설에는 『가시둥지』『천년동안의 고독』『바바의 나라』『에덴의 불칼』이 있고, 창작집으로 『왕과 개』『통도사 가는 길』등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조성기 작가의「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라는 책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전개하는 '맹자강해(孟子講解)'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맹자는 논어·대학·중용과 함께 사서(四書)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맹자같은 고전을 직접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문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한글세대에게 있어서는 비록 잘 번역된 책을 골라 읽어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작가는 맹자가 한 말들을 대화적 상상력으로 일일이 쪼개어 긴장감있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를 '맹자(孟子)와의 대화'라고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라고 한 것은 맹자 고자장구(告子章句) 상편에 나오는 '학문지도 무타(學問之道 無他)라 구기방심이이의(求己放心而已矣)'라는 대목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의 뜻은 '학문하는 길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것일 뿐이다'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에서 맹자가 사람들이 닭이나 개를 잃어 버리면 그것들을 찾아 다닐 줄은 알아도, 자기 마음을 잃으면 찾을 줄 모른다고 한탄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맹자'를 읽는다는 것은 곧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여로에 선 것임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내면의 즐거움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맹자는 사람들이 양심을 찾고 기르는 일에 소홀한 점을 안타까워하면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옛날 무명지, 즉 네 번째 손가락이 굽어져서 펴지지 않는 사람이 이 손가락을 펴기 위해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맹자는 이 사람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다른 불편이 뚜렷하게 없어도 일반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무명지를 펴기 위해 노심초사한 것이다. 이렇게 손가락이 남들과 같지 않으면 이것을 싫어할 줄 아는데, 자신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의 착한 마음과 같지 않아도 그것을 싫어할 줄 모르니 이것은 크게 모순된 일이다"
조성기 작가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라는 책은 어쩌면 맹자강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어떤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고사성어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 유명한 '오십보 백보'나, 나무에 올라가서 고기를 구한다는 '연목구어', 어진 사람은 모든 사람이 사랑하므로 세상에 적이 없다는 '인자무적' 등이 이 책에 실려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조성기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는 20세기 신문학의 길을 연 프랑스 작가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긴 하지만 이 구절은 BC 300년 경에 이미 맹자가 사용한 것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일 보다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 더 의미있는 탐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성기 작가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는 작가도 말했듯이 글을 쓰는 동안 줄곧 맹자와 자신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 결국 맹자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 이 책을 읽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을 찾아야 할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것도 좋을 것 같네요. 이제 이번 주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자유문효(子游問孝) 한데 자왈(子曰) 금지효자(今之孝者)는 시위능양(是謂能養)이니 지어견마(至於犬馬)하여도 개능유양(皆能有養)이니 불경(不敬)이면 하이별호(何以別呼)리오
해석하면 '자유라는 제자가 효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지금의 효라는 것은 봉양을 잘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와 말에게도 모두 길러줌이 있으니 공경하지 않으면 부모를 봉양함이 개와 말을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는 뜻입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가짐도 없이 한 달에 한 번 생활비나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 마음에 두고 생각해 볼 글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