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강(Bonggang 鳳降)
팔폭(八幅) 병풍을 두른듯 넉넉함을 자랑하는 장대산 자락에 터를 잡고, 봉황(鳳凰)의 기운을 머금은 듯 국도(國道)변을 따라 들어선 마을이 정겨운 봉강(鳳降).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우리네 고향마을의 도로변 풍경과 다를 것이 없지만, 겨울채비에 바쁜 시골들녘을 스치며 줄달음치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처럼, 봉강에는 역동적인 삶이 묻어 난다.
소용돌이 치는 듯한 강렬함은 아니지만, 왠지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잡고 놓아 주지 않을 듯 다소곳한 마을풍경이 묻어 나는 곳, 봉강(鳳降).
봉(鳳)이 내려와 둥지를 틀어 봉강(鳳降)이라 했더니, 지금은 산채만한 아파트가 들어서 지나는 객(客)들의 서러운 눈길을 부여잡게 한다.
봉황(鳳凰)을 쫓아 버린 심술궂은 할머니의 기억이 아스라해 지듯,  봉강(鳳降)은 그 옛날에는 기억하고픈 고향의 언저리 처럼 역사의 숨결이 묻어 나는 곳이다.
1914년 진주군 집현면 봉평리(鳳坪里)·덕동(德洞)·원동(院洞)·모태곡면 혈암동(穴岩洞) 일부로 봉강리라 했고, 2000년 10월31일 현재 314세대 997명의 주민들이 삶을 엮어 나가는 곳.
행정(行政)·문화(文化)의 중심지이자, 교통(交通)·교육(敎育)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봉강(鳳降)은 집현면사무소(集賢面 事務所)와 집현농업협동조합의 소재지이다.
진주에서 의령방면으로 쭉 뻗은 국도 33호선 도로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집현면 행정(行政)의 중심지인 집현면사무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집현농업협동조합이 면사무소와 이웃해 있고, 길가에는 주유소와 식당도 들어서 있어 분주한 도시의 냄새를 흠씬 풍긴다.
'흐르다 멈추고, 또 흐르는 시간의 강'과 같이 집현면 사무소 일대는 최근 급속한 도시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식당도 한 두개 생겨 나면서 급속한 도시화의 물결은 마을을 휘감아 돌아 가고 있다.
흙묻은 장화에 녹슬은 자전거를 타고 오는 마을 촌로(村老)에서 부터, 가을걷이를 끝내고 수확의 결실을 기다리는 농부의 손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향마을이 정겨울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집현면사무소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도시화는 집현면의 살림살이를 풍족하게 하고, 보다 나은 삶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이어서 주민들의 적응도 한결 빨라지고 있다.
집현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집현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아랫골과 양달·음달·덕곡마을은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다.
봉강골 아래쪽에 자리잡은 아랫골. 마을을 지키고 서있는 안산과 마을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의 삶과 달리, 아랫골은 낡은 흙담밑에 수북히 쌓여 있는 연탄재를 발견할 수 있는 60년대 고향마을은 아니다.
반듯하게 잘 지어진 집들과, 마을앞에 펼쳐진 황금들판과 눈이 시리게 흰 비닐하우스는 아랫골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짐작케 한다.
노루처럼 생겼다 해서 '노리목'으로 불린 고개는, 책보따리를 허리춤에 차고 진주로 넘어가던 통학길이었고, 논일 나간 아버지의 저녁상에 오를 반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다닌던 시장길이었다.
도로변에 자리잡은 느티나무에는 저녁나절 동네어른들이 모여, 도회지 나간 자식걱정과 농삿일로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웠고, 마을을 지나는 객(客)에게는 포근한 쉼터였다.
아랫골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당시의 생활상을 이렇게 전한다.
일제강점기 마을에 진주한 일본군은 마을 앞에 있는 안산에 비행기 격납고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행기격납고는 봉강을 비롯해 월평 등지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마을사람들이 모두 부역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 비행기 격납고는 해방이 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지금은 무너져 없어졌지만, 마을앞 들판에 있던 기름공장은 마을주민들이 날마다 '강솔'부역을 하기에도 힘이 부친 큰 공장이었다.
기름공장 때문에 주민들은 부족한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산을 타고 넘으며 '강솔'을 따 와야 했고, 각종 부역에 시달려야만 했던 아픈 기억도 간직하고 있는 아랫골.
아랫골은 30여년전 비행기 추락사고로 마을이 전소(全燒)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딸기와 고추, 호박을 재배하며, 도회지 못지 않은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집현면사무소를 지나면 양달·음달마을이 차례로 눈에 들어 온다. 마을이 따뜻해 '방골'이라고도 불린 이 마을은 도로변에 인접해 가구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장대산 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장대산의 유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진주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장대산(일명 잔대산·장단산)은 옛날 천지개벽 당시에 집현면 전체가 물에 잠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대산은 다 잠기지 않고, 봉우리 일부만 남았는데 그것이 제(祭)를 지낼때 쓰는 잔 크기만큼 남았다해서 잔대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장대산에는 베짜는 기계처럼 생긴 베틀바위가 남아 있고, 돌로 바위를 치면 북소리가 난다해서 북바위라고도 부르는 바위가 언제나 처럼 그 자리에 있다.
산모퉁이에는 '기새미'라고 부른 샘이 하나 있는데, 가뭄에도 물이 끊임없이 흘러 나와 마을주민들의 식수원이 되었다고 한다. 도로 우측편으로는 천수답이 자리하고 있다.
큰 산이 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덕곡(德谷)마을. 봉강 북쪽에 있는 마을로 예로부터 덕망있는 마을로 이름나 있으며 1989년 면사무소와 농업협동조합을 신축이전했다.
덕곡마을에는 양달과 통하는 덕곡고개가 있다.
이 덕곡고개 먼당에는 옛날에 '팔송지'가 있었다고 한다. 큰 소나무의 가지가 8개로 뻗어 나와 '팔송지'라 불린 이 나무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마을을 대표하는 나무이기도 했다.
팔송지와 함께 덕곡마을에도 마을을 대표하는 '약새미'라고 하는 샘이 있다. 옛날 나병환자가 이 곳을 지나다가 물을 먹고, 목욕을 했더니 병이 깨끗히 나았다 해서 약새미라고 불렸다.
지금은 집현아파트가 들어선 덕곡마을은 잘 닦여진 도로와 쾌적한 주변환경으로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가 되었다.
봉강(鳳降)은 집현면 소재지의 중심생활권으로 현동과 함께 농촌정주생활권의 중심마을로 설정돼 향후 비약적인 발전을 기약하고 있다.
2000년대 복지농어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집현면 정주생활권 개발계획의 중심지로 도로교통, 학교, 시장, 편익시설, 행정기능, 산업경제 여건의 핵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의 기능도 당초의 행정서비스기능과 주거·교육기능 중심에서 행정·주거기능, 기초서비스기능·교육기능으로 옮겨 가면서, 지역주민의 정신적 물질적 욕구 충족은 물론 인근지역과 유기적인 연계성을 갖는 지역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면소재지 중심마을인 봉강은 오는 2004년까지 향후 마을기반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내도로 개설과 농어촌도로정비, 농어촌주택정비 등의 급속한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집현의 출발점에 서 있는 봉강(鳳降)은 지내천 통나무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것처럼 무거운 삶의 봇짐을 지고 살아온 마을주민들의 삶의 끝자락에 서 있다.
새 길을 여는 부담감도, 나무다리를 건너는 아찔함도 함께 가져가야 하는 봉강(鳳降)은 집현(集賢)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모든 이들과 지금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