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시가지에서 의령방면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장재못(長在池)과 서원못(書院池)을 허리에 두른 월평(月坪)마을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옛날 북강(北江)과 경계(境界)한 마을로 구릉지대였으며, 잔디가 유명해 짠단마을·잔등마을·수리월(水裡月)이라고도 불린 월평마을.
월평마을은 1914년 군면 통합에 따라 사죽면(沙竹面)의 장흥(長興)과 신당(新塘)·장재곡면(長在谷面)의 장재곡 일부가 장흥리(長興里)가 되었고, 1947년 장흥리에서 행정리로  분리되어 월평리(月坪里)라고 불렀고 2000년 10월31일 현재 72세대 250명의 주민들이 삶을 꾸려 가고 있다.
월평(月坪)마을은 1941년 우연한 기회에 인근의 유지(有志)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마을이름이 바뀌게 된다. 당시에는 짠당마을, 얍당마을로 불렸는데, 마을이름이 촌스럽고, 한자표기(漢字表記)도 곤란했다.
이에따라 마을유지들은 심사숙고 한 끝에 마을의 위치가 월아산(月牙山) 줄기라 하여 '월(月)'자와 벌판(平野)이라 하여 '평(坪)자를 가져와 월평(月坪)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넓은 평야와 옥수(玉水)를 가진 월평마을이 오늘날의 부농(富農)이 된 것은 '황토 땅을 옥토(沃土)로 만든' 마을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옛부터 월평은 황토로 유명한 곳이었다. 넓은 평야지대가 있었지만, 땅은 척박했고, 상습침수지역으로 매년 흉년(凶年)이었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는 월평마을의 동담(洞談)에서 볼 수 있듯이 '월평'하면 아직도 '황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적은 비에도 마을 안길은 황토물로 질퍽했고, 지나는 사람마다 장화를 신지 않고는 길을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속에서 마을사람들은 그들만의 지난한 삶을 살아 온 것이다.
월평부락의 이같은 척박한 토양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 마을뒷편에 서 있는 정자나무이다. 수령이 100년을 넘긴 이 정자나무를 살펴보면, 나무의 뿌리가 땅속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반경 10m까지 사방으로 뻗어 있다.
이처럼 월평 황토는 인근 명석면의 남성저수지 축조때 심토(深土)로 사용될 만큼 명성이 자자했으나, 풍족한 삶을 꿈꾸는 마을사람들의 의지(意志)를 꺾지 못했듯이, 정자나무는 척박한 땅의 기운을 이겨내고 해마다 그 푸른 나뭇잎을 피우며 마을사람들의 산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어릴적 놀다가 불알에 황토가 묻으면, 장성해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아야 없어진다"는 마을 사람들의 황토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정겹다.
월평마을로 가는 입구에는 마을의 유일한 출입구인 월평다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장재못(長在池)과 서원못(書院池)을 경계 짓는 다리로 옛날에는 나무다리였으나, 1964년에 차균희 당시 농림부장관이 다녀간 후 이듬해에 콘크리트로 된 지금의 다리가 놓여졌다.
월평다리를 지나면, 잘 닦여진 신작로에는 곡식을 말리는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이 풍성하고, 인근에는 월평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잔디가 곳곳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황토·고구마와 함께 월평마을 3대 자랑인 잔디는 마을주민들의 주 농가소득원이었으며, 지금도 주민들은 잔디를 심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넓은 평야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벼와 빈터마다 심어논 새파란 잔디, 그리고 산뜻하게 단장된 집들에서 그 옛날 흉년(凶年)으로 인한 척박한 삶을 찾아 볼수 없다.
이처럼 월평마을은 한때 척박한 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풍수설(風水說)에 명지(名地)가 있다하여 지사(地士)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월평마을 동쪽 산 아래에 있는 비석거리(碑石路)는 당시 지사(地士)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주∼의령간 국도변에 있는 이 비석거리는 수십개의 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뽑히고 부러지고 매몰돼 10여기만 발견할 수 있다.
진주∼의령간 도로 확·포장으로 훼손위기에 놓여 있는 이 비석들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군수저장고 시설 설치사업으로 더욱 수난을 겪었다.
1944년 일제말기에 일본은 월평마을에 대형합숙소(한바)를 지어 놓고 수백명의 징용인(徵用人)을 수용하면서 동편산(東便山)에 무기고로 사용할 땅굴을 팠다.
또 부흥동(富興洞)에는 비행기 격납고(飛行機 格納庫)를 축조하다가 해방이 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는데, 그때 파던 땅굴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일본이 이처럼 월평마을에 집단수용시설과 무기고, 비행기 격납고 등의 군사시설(軍事施設)을 설치하려 했던 것은 월평마을의 지리적 위치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1918년 진주에서 삼가(三嘉)·합천(陜川)으로 가는 신작로(新作路)인 국도 33호선이 개통되기 이전에는 월평마을을 거쳐 광진다리(廣津橋)와 숯다리(炭峙)를 넘어 다녔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도로 인근에 다시 길이 생겼다가, 80년이 지난 1998년에 다시 이 길이 4차선 준고속도로로 공사중이어서 옛날 선인들의 도보측량(徒步測量)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입증하고 있다.
한편 1921년 진주∼의령간 국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본 마을을 관통하였다.
월평마을은 이같은 지리적 위치와 편리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농토로 인해 식량작물인 고구마의 주산지(主産地)로 명성을 날렸다.
60년대 경제사정이 어려웠던 시절, 정부가 농산물 증산을 촉진하기 위해 주요 작물별로 '증산왕 선발대회'를 열었는데, 월평마을 심호섭씨가 대회 첫 고구마 증산왕의 영예를 차지해 집현 고구마의 명성을 전국에 알렸다.
해마다 흉년으로 식량난이 극심했던 시절에 고구마의 도입과 전국최초로 시도된 재배기술의 혁신적인 성과는 월평마을을 부농(富農)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구나 월평 고구마는 황토로 인해 타박타박한 맛이 유달리 강해 지금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식량작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당시에는 농가소득향상의 일등공신이자 주소득원이었다.
지금은 작물의 재배기술 향상과 수입과일에 밀려 생산비중이 크게 낮아 졌으나, 월평의 고구마가 지역산업에 끼친 영향은 '피죽도 먹기 힘든시절'을 넘기고 부농(富農)을 이루는 근간(根幹)이 되었다는 점이다.
1969년에 준공된 남강댐은 월평마을은 물론 집현면의 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황토 땅과 적은 비에도 매년 농경지가 침수돼 해마다 풍년(豊年)을 기대하기 보다는 흉년(凶年)을 지혜롭게 넘기는데 힘을 모아온 월평마을.
1958년 6월20일에는 월평토지개량계(月坪土地改良契)를 조직해 양수장을 설치하는 등 자연적인 재해를 극복하려는 여러 시도가 월평마을에서 계속돼 왔다.
이러한 점에서 남강댐 준공은 월평마을이 부농(富農)으로 가는 전환기적 사건이었으며, 남강댐 준공 이후 1972년 집현면내에서 최초로 실시된 경지정리(耕地整理)는 척박한 농경지의 옥토화(沃土化)를 가져왔다.
고구마 외에도 지금은 수박의 명산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월평마을은 농촌정주생활권개발계획에 따라 오는 2004년까지는 주택신축 등과 같은 농어촌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농촌의 안정적인 정주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또한 2005년 이후에는 마을내 도로와 하수도 정비 등의 사업이 진행되며, 농어촌도로, 농로, 공동육묘장, 용수개발, 쓰레기 처리시설 등 집현면의 배후마을로서의 기능을 확충시키는 야심찬 계획도 있다.
'황토 땅을 옥토(沃土)'로 변화시킨 월평마을은 과다한 그린밸트지역 지정으로 성장이 정지돼 있는 상태지만 그 옛날 어려운 시절을 극복했던 의지를 밑바탕으로 월평마을 주민들의 마을발전을 위한 노력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