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정 박종성(朴鍾成) 명궁

'활 쏘기는 인(仁)을 닦는 길이니 활을 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서 바른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射者仁之道也射求正藷己(禮記 射義篇)'
궁도(弓道)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면서 '인(仁)을 닦는 길(道)'임을 분명히 하는 박종성(朴鍾成 59)명궁은 집궁(執弓) 이후 15년동안 '활과 함께 하는 인생'을 걷고 있다. 어쩌면 첫 몰기(沒技)의 감격과 명궁(名弓) 칭호는 그가 걸어 온 길에서 획득한 전리품(戰利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에게 남겨져 있는 건 각궁(角弓)과 시(矢), 그리고 쉼없이 이어지는 궁도에 대한 열정(熱情)이다.
박종성 명궁은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긴 1986년 9월, 최상수 前진주시궁도협회장의 권유로 처음으로 활을 잡았다. '좋은 운동'이라는 소리에 무턱대고 시작한 것이 지금에 와서 명궁(名弓)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 그리고 궁도는 지금도 그를 끊임없이 잡아 끈다.
사천 수양정 박용운명궁(7단)을 사범으로 모시고 본격적인 양궁수업을 받았다. 무려 10년의 세월동안 사법(射法)을 전수 받았는데, 활 쏘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활을 쏘는 법' '활을 만지는 법' 등 기초적인 부문부터 착실하게 배워 나갔다. 그래선지 지금은 '활에 도통했다'는 소리도 적지 않게 듣고 있다. 그에게 있어 활(弓)은 삶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활을 시작했을 때 하던 사업이 많이 힘들기도 했다. 대회를 나가면 적어도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동안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다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활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궁도와의 더 길긴 인연(因緣)을 위해 그는 심판자격증에 도전을 했다. 1급 심판자격증을 따 낸 그는 지금도 각종 경기장에서 사우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궁도와 인연을 맺은 그가 처음으로 심판자격증을 획득한 것은 1995년도의 일이다. 3급 자격증을 따 낸 그는 이어 1998년에는 2급자격증, 드디어 2001년 4월에는 1급 심판 자격증을 따냈다.
심판의 길을 걷던 그에게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심판상을 받은 것이다. 궁도 심판상은 전국에서 처음있는 일이었기에 그로서는 최고로 영광스런 일이기도 했다. 그는 말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일은 비단 활터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다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남강정(南江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지금도 남강정에서 사우들과 함께 하는 궁도인생을 살고 있다. 사정(射亭)을 옮기는 것은 '여자가 시집을 두 번 가는 것과 같다'는 그는 첫 몰기(沒技)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집궁(執弓)한지 10여년 만의 일이지만, '몰기의 기쁨은 처음으로 날려 보낸 시(矢)가 관중(貫中)했을 때 보다 더 기쁘고, 대통령 상을 받는 것 보다 행복하다'는 그의 말 처럼 사정(射亭)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그에겐 남다른 열정(熱情)이 묻어 난다.

쉬면서 자신을 뒤돌아 보라
그는 '자신을 되돌아 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활병이 나서 활이 잘 맞지 않거나, 하는 사업이 어려울때면 항상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쳐 힘들때면,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 처음 활을 잡았을때의 느낌과 지금의 자신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데 이르면 해답은 명쾌해진다.
궁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으로 사정(射亭)을 찾게 된 것은 1988년부터이다.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생활을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궁도인(弓道人)이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것이 경남도 대표선수. 그는 거의 2년동안 경상남도 대표선수와 진주시대표선수 생활을 13년 동안 계속했다.
서부경남지역에서 개최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자신의 기량을 점검했다. '아마 정신으로 무장한 프로의 무한한 도전'임을 유념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선지 의령의병제 기간중에 개최된 영남친선궁도대회에 우승을 비롯해각종대회에서 시지(矢誌)를 10번이나 받았다. 대회에 출전한 모든 사우들의 이름과 성적이 기록돼 있는 이 시지(矢誌)는 어쩌면 그가 궁도인생을 살아 온 흔적인지도 모른다.
궁도를 접하기 전부터 그가 갖고 있는 부동의 인생철학이 '갈등이 있으면 쉬면서 자신을 되돌아 본다'였다. 성급한 판단은 화를 자초하기 쉽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모든 일을 그르치기 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처음 남강정에 입사한 뒤로 다른 사정(射亭)으로 옮길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갈등이 생기면 어김없이 활을 손에서 놓았다.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한 활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겐 수 많은 제자가 생겨 났다. 단지 활을 쏘는데 머무르는게 아니라 궁도를 통해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남강정의 사범을 맡은 뒤 지금까지 그의 주변에는 항상 후배들이 있었다. 그가 처음 활을 시작할 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활을 배웠던 것처럼, 그도 후배들에게 열심히 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사범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범이란 호칭이 중요한게 아니고, 사범이 열심히 하는 만큼 훌륭한 제자를 배출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지역 궁도 발전과 연계된다'
그러나 그가 후배들에게 한가지 강조하는게 있다. '사업을 전폐하고는 활을 쏘지 말라'는 것이다. 단지 '활을 쏘는 것이 좋아 활터를 찾는다'하더라도, 자신의 본업을 팽개치면서 까지 활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애지중지 하기 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서 궁도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궁도인'이라는게 그만의 궁도철학이자 인생철학인 것이다.

화합하고 단결하라
그가 명궁의 자리에 오른 것은 입사 9년만인 1991년이다. 초단(初段)은 마산 용마정에서 따냈다. 입문 5년만의 일이었다. 흔히 초단을 득화(得花)라고 한다. 화(花)는 무궁화니 국궁을 뜻함이요, 드디어 꽃 한 송이를 얻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활의 입문(入門)을 정식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첫 몰기의 기쁨과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드디어 궁도 입문을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그의 승단(昇段)에 대한 도전은 거침없었다. 이듬해인 1992년 수원 연무정에서 2단을 따냈다. 연이은 승단(昇段)은 그에게 자심감을 가져다 주었다. 활에 대한 애정만큼, 활도 그에게 보답을 해 준 것이다. 청주 관풍정에서 3단을 딴 것이 1994년. 활에 입문한지 8년만의 일이며, 이제 그에게 있어 궁도는 어느새 '삶의 전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전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 참석차 자리를 비우는 일이 부쩍 많아진 반면 궁도에 대한 애착은 날로 깊어갔다. 대회 전날에 대회장에 도착해 미리 사정을 둘러 보고 습사를 미리 하기도 했다. 당시에 그에게 있어서는 궁도 이외의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1995년 수원 연수정에서 4단(四段)을 때 낸 뒤, 경주 호림정에서 5단(五段)을 때 냄으로써 드디어 명궁(名弓)의 자리에 올랐다. 입사 9년만의 일이었다.
활을 쏘기도 잘하지만 그의 궁체(弓體)도 남달리 좋았다. '경남에서는 그를 따를 만한 궁체(弓體)가 없다'는 칭찬도 적지 않았다. 의령 홍의정의 임기형사우는 그를 만날때마다 그의 궁체를 칭찬했다. 입사후 10여년간 착실하게 수업받은 결과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명궁(名弓)의 자리에 오른 그가 생각하는 궁도(弓道)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궁도가 '예와 정의와 바른 길'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예'를 갖추지 않은 궁도는 '단순한 기술'에 불과한 것이고, '정의'가 없는 궁도는 한낱 모래위에 쌓은 성(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궁도'는 '바른 길'을 걷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음이 바르고 자세가 발라야 활이 잘 맞는것'과 같이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궁도에 입문하는 사람이나 후학들에게 심신단련에는 궁도가 최고의 스포츠임을 말한다. 수많은 제자 가운데 '궁도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궁도가 '자기를 바르게 세우는 운동'이기에 그의 궁도예찬은 끝이 없다.
그리고 그는 '라이벌'을 갖기를 원한다. 궁도가 자신과의 싸움이기는 하지만, 자신보다 나은 체법을 갖고 있거나 시수가 좋을 때면 언제라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라이벌이 있었다. 임덕규사우 와의 대결은 항상 그에게 긴장감을 주었다. 훌륭한 체법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임덕규씨에게서 그가 배운 것은 항상 열심히 한다는 점이었다.
명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참가했던 수 많은 대회는 그만의 궁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10여개에 이르는 시지(矢誌)도 받긴 했다. 15년간의 궁도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있어 가장 기쁜 일은 동료 사우들과 기쁨을 나누는 자리를 가질 때 이다.
"내가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고 돌아와 사우들과 저녁 한끼 먹으며 담소를 나눌때 가장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낍니다"
'남보다 잘해 상을 타겠다'는 것보다 소속 정(亭)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더 즐겁다는 박종성 명궁이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진주시의 궁도(弓道)역사에 걸맞는 궁도장(弓道場)을 만드는 것이다.
전국의 대회를 참석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진주시의 궁도여건이 전국 최악의 조건'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진주궁도의 역사에 미치지 못하는 사정(射亭)의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진주궁도의 명성을 지켜 나가는 많은 궁도인이 없었다면 그 명맥은 유지될 수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까지 활을 쏘겠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는 박종성 명궁. 몸이 아픈 가운데서도 전국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정(亭)에 나와 후학들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에서, 아마 오랜 세월이 흘러 걷기 힘든때가 온다하더라도 그의 마음은 언제나 궁도장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