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옛날 큰 읍락을 이루었던 반성현의 자취를 간직한 일반성면이 눈에 들어 온다. 꼬불꼬불한 국도지만 고향을 찾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길을 지나 기찻길옆 논과 이웃해 자리를 잡고 있는 창림정(倉林亭).
창림정은 주민들의 발품을 대신한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던 기차가 지나 다니는 길목에 서서 32년이 넘는 세월동안 마을앞 너른 들판을 지켜왔다.
일반성면 궁도의 역사는 1937년(丁丑年)경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일반성면 선인들은 창촌리 저수지 북쪽 편에서 남향으로 과녘을 세우고 활을 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때 인근정과 교류를 시작했으며 친선경기도 가졌다. 이렇게 볼 때 일반성면의 궁도역사는 무려 64년이 넘는다.
1941년에는 창촌리 신기마을 불매고개에 과녘을 세우고 활을 쏘기도 했고, 1945년에는 창촌리 시정마을 서편에서 현 고등학교쪽에 과녘을 세우고 궁술을 연마해 사두들의 궁도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해방을 지나 6.25사변이 발발하자 일반성면 선인들은 초토화된 폐허를 딛고 일반성궁도의 명맥을 이어 나갔다. 활과 화살을 면장을 역임한 김판수 사랑방에 보관하고,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활을 쏘았고, 이로써 그 맥을 이어 나갔던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사우들은 다시 남향으로 과녘을 옮겨 습사를 했는데, 북한군의 공습으로 주변가옥들이 파손되자 주민들이 과녘을 뜯어 집 수리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차례 과녘을 옮겨 다니며 습사를 했던 선인들의 궁도에 대한 애정은 마침내 창림정의 탄생을 가져왔다.
무려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1969년 6월 20일, 일반성면 궁도의 새로운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창림정이 창정되었다. 정삼출(鄭三出) 등 15명이 모여 창림정을 창정한 것이다. 당시 사두는 정삼출, 부사두는 오극양, 총무는 김형도였다.
창림정이 세워지게 된 경위는 이렇다. 1968년 7월 10일 정삼출 사우가 서울 황학정에 입사해 궁술을 연마하다 고향에 내려와 보니 선후배 몇분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습사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궁도장 건립에 뜻을 같이한 사우들과 정사건립을 추진했다.
당시 정삼출 사우과 뜻을 같이 한 사람은 정진옥, 오극양, 김형도, 이차생, 김인태, 박우진, 박용수, 김선관, 박상병, 김창수, 이진태, 손영권, 하종옥, 김흥수 등 15명이었다. 이들 사우들은 정창립 발기를 준비하기 위해 창촌리 경로당 후편에 과녘을 세우고 습사를 하면서 사우 영입 등 궁도회 창립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드디어 1969년 6월 20일, 정삼출 사우외 14명이 창립총회를 개최, 초대사두에 정삼출사우를 추대하고 회칙작성 및 초대임원을 선출한 뒤 정명(亭名)을 창림정(倉林亭)으로 명명했다.
1969년 10월 7일에는 일반성면 개암리 전(田) 200여평을 매입해 과녘 1개소를 이전하고, 나머지 1개소는 하종옥(河鍾玉) 사우가 제작기증했다. 그리고 사대(射臺)는 경로당내에 설치하였다. 이로써 어엿한 정사가 만들어 지고 사우들은 매일매일 습사를 하며 심신단련은 물론 사우간의 단합을 도모해 창림정을 대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70년 3월 창림정 사우들은 8개시군 9개정 친선궁도대회에 입회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72년 2월 5일에는 창정 3년만에 손영권(孫榮權)사우가 마산 용마정에 주최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손영권 사우는 우승을 기념하는 뜻에서 시 운반대 시설을 설치에 정사에 기증했다.
이후 창림정은 진주는 물론 전국대회에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회원들의 수도 차츰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6년 5월 31일에는 일반성면 개암리 889-1번지 과녘주변 전(田) 395평을 매입해 창림정은 날로 발전가도를 달렸다.
1977년 3월 20일에는 과녘이 노후화돼 습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고임석(高壬錫)사우가 과녘 2개소를 제작해 기증, 창림정 사우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습사를 해나갈 수 있었다. 창림정 발전을 위한 사우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계속되면서 정사는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1978년 10월 19일 열무정이 개최한 제17회 한사대첩 영남대회에서 박용수(朴容秀)사우가 2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1980년 4월 14일 대구 관덕정에서 개최된 대구KBS 전국 남녀궁도대회에서도 박용수사우가 1위를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창림정 사우들은 매년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이에따라 정사의 명성도 차츰 높아져 갔다. 또한 1991년 2월 15일에는 정창수(鄭昌秀)사우가 집궁기념으로 과녘2개소를 제작해 정사에 기증하는 등 사우들의 정사에 대한 애정도 깊어갔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1993년. 세월이 흐른 흔적 만큼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사우들은 힘을 모아 정사를 개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진양군으로부터 지원금 2,000만원을 받았다. 사우들은 이 기금으로 벽돌 철근 슬라브로 신정사를 건립하고 준공식을 거행했다. 이어 1998년 2월 15일에는 철도침목 50개를 불하받아 과녘 뒤 성토작업을 마무리해 창림정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창림정은 지금도 기차길과 이웃한 자리에 변함없이 서있다. 그리고 진주궁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한 그 넉넉함을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