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늦다

세상의 절반이 다른 절반을 비웃는 세상이 되었다. 짐작컨데, 그 절반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치 벼랑 끝에 선 듯, 모진 저항의 몸짓만 퍼득일 뿐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위험수위를 넘어 선 독설만 퍼부어댄다. 독화살에 맞아 서로 병들어 가는 몸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죽기 전에 먼저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단언컨데 지금 그들은 궁극에 가서는 서로 죽고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연일 정치권을 향해 쏟아지는 국민의 분통을 쓰다듬거나 안아들일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어릿광대와도 같은 천하디 천한 몸짓만 이어질 뿐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이제 수다스런 단청과 주책없는 니스 칠만 가득하다. 역한 냄새로 숨쉬기 조차 힘든데도 잘도 견디며 삿대질만 해대고 있다.
이쯤되면 아무래도 이 땅의 지도자들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뿌리칠 수 없다. 가혹하게 말하자면 돌팔이식 진단과 처방만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제는 너무나 좁아 보이는 살길을 너 나 없이 아귀다툼식으로 쫓고 있다는 사실이다.
격해지는 정서나 격정 따위는 가라 앉히고 조금은 차분하게 우리를 돌아보아야 할 때인 듯 하다. 그동안 이 땅의 정치를 두고 그토록 장황한 인용을 서슴치 않은 건 권력의 부패와 오만의 몸짓만이 가득한 세상을 읽는 눈을 스스로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먼저 내뱉어야 할 일이기도 했다. 당연히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자해와 같은 단어들을 내뱉는 이유는 '더이상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국민의 원성을 한번쯤은 토해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가 솟는 동해와 해가 지는 서해에서 자란 사람의 세상 읽는 눈은 각각 다르다. 물론 일출과 낙조가, 희망과 실망의 대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단편적인 세상 읽기에서 벗어나 동해와 서해를 모두 읽어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믿을만한 존재도 못되고, 우리의 희망을 의탁하기엔 너무나 허약한 이 땅의 정치를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욕망에는 체감법칙이 없는 법이다. 황금에 맛들인 부자는, 저 히말라야의 눈부신 눈덩이를 황금덩이로 만들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선지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자신의 황금성을 구축하기 위해 오늘의 난장을 벌이고 있다. 해괴하다면 해괴하게도 세상의 절반이 다른 세상의 절반을 비웃고 있는 이유이다.
이제는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내몰라라 하고 혼자 놀기의 진수만을 보여 주고 있는 그들을 단죄해야 한다. 세상을 절반으로 나눠 버리고 있는 그들을 절반으로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절반을 비웃는 그들을 껴안을 수 있는 지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 우리는 절망 대신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김권수/경상남도의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