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문제란 없다. 모두가 해묵은 것이다. 여태껏,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나 상생의 정치 따위의 해법들이 이 땅에 없었는가. 아니다. 이미 수 백년, 아니 수 천년 전부터 옛사람들이 이미 다 말해버렸던 일이다. 문제는 모르는게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뻔뻔스럽게도 행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금 이 시간,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그 몇 천년 전의 이야기를 되가져와 곱씹는다 해서 비위 상할 일은 하나도 없다.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보라. 과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만 풀릴 사안인가.  똑바로 인식해야 할 문제는 우리가 그토록 신물나게 씹어대며 해법을 제시해도 입안에 괴는 침 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들의 작태다. 
요즘 한마디로 '죽겠다'는 말속에 파묻혀 죽을 맛이다. 여기가도 '죽겠다', 저기가도 '죽겠다'는 소리 뿐이다. 이 땅의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는 왜 생겨 났는가. 그리고 왜 이 모양인가. 또다시 시시콜콜 따지자면 끝도 없을 터이다. 근데도 굳이 따져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퀘퀘묵은 문제의 발단이 어딘지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안정은 경제의 바로미터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사회가 어수선하면 경기는 어김없이 곤두박질 친다. 지금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백성들은 굶어 죽을 판에 공사판에 막일도 마다할 입장이 아니다. 채 여명이 밝지도 않은 길거리를 나가 보라. 일자리를 찾아 나선 수 십, 수 백명의 백성들이 빵 한조각을 씹으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을 찾아가 만나 본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아니 아마 그들은 겁이 나서 그들 앞에 나서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저 볼썽 사납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그들을 보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야를 넘어 저들은 오늘에도 질펀한 싸움질만 이어간다. 어줍잖은 이들은 흔히 현 정치과제를 '민생현안'과 '정치현안'으로 가르기도 한다. 도대체 나는 그 이분법적인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 민생을 위한 정치가 따로 없다는 것인가. '정치현안'의 정치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도대체 백성들을 위해 손을 잡고 서로 껴안는 꼬락서니를 볼 수가 없다. 그게 이 땅의 정치이긴 하지만 말이다.
갈수록 뒤죽박죽이다. 어떤 잣대도 저울도 눈금을 지키지 못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려 드는 쪽이 오히려 '왕따'가 된다. 정의와 불의, 개혁과 반개혁, 민주와 반민주도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오로지 벼락같은 불호령과 앞 뒤 가리지 않는 숨가쁜 돌진 따위만 기세를 떨쳐 간다. 보수를 표방하는 이를 보라. 그리고 진보를 표방하는 이를 보라.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도 없을뿐더러 여기에 덧붙일 새로운 해법 역시 없다. 단지 알고 있는 바를 스스로 행하면 될 일이다.
김권수/경상남도의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