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화나야 한다

화(禍)가 난다. 삭이고 삭이려 해도 분노는 넘치고 또한 넘친다. 바쁜 세상 시시콜콜 시비를 가리고 있을만한 겨를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 '진보(進步)와 보수(保守)'를 자청하는 저들은 여전히 제 멋대로다. 어떤 제도와 어떤 틀의 마련에도 오만한 거부의 몸짓은 한결같다. 오히려 극단적 과장법만이 횡행한다.
인정한다. 진보건 보수건. 이미 이 땅은 그러한 이념의 자유를 허락했지 않는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것인가를 외면하는 치열한 대결의 어투다. 한치의 양보도 없다. 오로지 외곬주장만이 판을 친다. 진정 그들에게 대화의 기운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가.
진보와 보수의 기치 아래 수많은 논객들이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그 상황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당위이다. 그러나 아무리 당위라 하더라도 현실은 오로지 험악할 뿐이다. 오늘날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보와 보수가 벌이는 그 섬뜩함을 보라.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만약 그들 스스로 당위를 가려 내지 못한다면 '나아갈 곳이 없는 진보와 지켜야 할 것이 없는 보수'는 허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부끄러운 군사문화의 뒤를 잇는 새로운 한국병을 키우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헷갈린다. 진보의 길이, 보수의 길이 무엇인지 말이다. 송두율교수 처리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관절 그 것이 무엇일진대 이 나라를 온통 벌집 쑤신 듯 한단 말인가. 이 땅에 세워 놓은 잣대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은 송두율 문제보다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 급하다. 물론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다. 그러나 이제는 진정 국민을 위한 일에 논리를 앞세우고 행동을 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 이 시간 진보와 보수의 응수와 대결로는 오늘의 위태로움과 오늘의 불행을 이겨낼 수 없다는 얘기다.
국민을 볼모로 삼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의 주장에 국민을 덧칠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툭하면 '국민들이 이렇게 요구하고 있다'며 자신의 요구를 내세운다. 어떤 국민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가. 과대포장의 속은 언제나 텅비어 있는 법이다. 진정 국민들이 간절히 원할 때 나서야 한다.
다시 가까운 이 땅의 역사에 눈을 돌려 보자. 천년 만년 이어질 것 같았던 유신시대는 어떻게 되었는가. 거슬러 올라가 4.19는 무엇이었으며, 다시 내려와 5.16과 6월 민주항쟁은 무엇이었던가. 역사의 굽이 굽이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젖힌건 소수의 몇 몇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었다.
진정한 진보의 길과 보수의 길을 걸으려면 다시 한 번 국민에게 물을 일이다.
김권수<경상남도의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