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갑 칼럼(편집국장)

진주성을 둘러본 외지인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을 가진 진주사람들이 참 부럽다”고 말한다. 잘 다듬어진 성곽과 조화롭게 서 있는 나무들, 그리고 매일같이 손을 본 듯한 잔디는 충분히 칭찬을 받을 만하다. 한술 더 떠 청설모가 뛰노는 광경은 환상적이다.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외지인들의 말이 싫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귀한 손님이 진주에 왔을 때 진주의 상징인 진주성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어 안내는 하지만 내심 양심의 가책 때문에 식은 땀이 다 난다. 왜 그럴까. 진주성은 이미 ‘진주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재 훼손의 본보기

진주성이 과연 성일까. 단언코 아니다. ‘여기가 진주성이 있던 곳’이라는 기념물일 뿐이다. 진주성은 1969년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겨우 마무리했다. 35년이나 걸린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복원사업이 아니다. 복원이라면 옛날 그대로 만들어야 맞다. 재현(再現)이 돼야 하는 것이다. 삼국시대 만들었다는 진주성에 언제 돌덩어리 건물(국립진주박물관)이 있었다고 만들었으며 잔디밭은 무슨 소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는 말인가. 성안에는 양반이 살았다. 그리고 경상남도청인 관찰사감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민가와 관청건물이 있었을 터인데 그런 것은 다 어디 갔는가.
1979년 성안의 민가 751동을 철거했다. 마을 가운데로 맑은 물이 흘러 성안 사람들의 허드렛물로 이용됐다. 그런 것을 철거한 것이 복원사업인가. 아니다. 옛날에 있었던 시설물과 집을 옛모습대로 만드는 것이 복원사업이지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지은 것이 어떻게 복원이란 말인가. 명백한 문화재 훼손이다. 진주성 안에 있었다는 세 군데의 우물은 어디서 찾으며 성의 서쪽과 남쪽에 있었다는 의정문과 예화문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역사와 전통의 도시라고 말하면서 이런 문화재 훼손을 뒷짐만 진 채 바라만 보고 있는 관리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진주시장은 문화시장이 되어야 하고 본인들도 늘 문화시장임을 자임해 왔다. 또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정작 문화시장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듯하다. 문화예산을 많이 배정한다고 문화시장이 아니다.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미 진주성은 더 이상 복원이 불가능하다. 아니 천문학적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복원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문화시민의 긍지를 살리느냐 아니면 진주성 훼손과 같은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지르느냐 하는 절박한 문제가 진주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는 진주객사의 복원이고 또 하나는 일제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뜨려진 가야고분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다. 진주객사는 지금의 진주MBC자리에 있었다. 어쩌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 형체도 없어졌지만 그 당시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있고 진주MBC도 다른 곳으로 이전이 확정되어 있다. 따라서 복원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소문에는 어느 유통업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데 정말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다면 진주시장은 영원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복원할 에산이 없다면 땅이라도 사 지금의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형편이 될 때 진주객사를 복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약 유통업체가 들어서고 예측대로 교통혼잡이 일어난다면 ‘몰문화시장’이란 불명예를 씻지 못할 것이다.

伽倻古墳도 원상회복을

덩달아 지금의 도립진주의료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어 이 땅의 이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역시 유통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데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의료원 자리는 가야고분터이니 경남도에서 고분을 복원하면 그만이다. 이 땅은 경남도 소유이니 팔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의료원 자리는 커다란 가야고분이었는데 일제는 우리 얼을 말살하기 위해 고분을 허물고 그 흙을 지금의 경찰서와 배영초등학교 일대에 이어져 있던 못을 메웠다. 이 못이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대사지(大寺池)다. 이런 유서깊은 유물을 복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그 책임자는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니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