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을 아십니까
                                            강동욱기자(경남일보 문화특집부 차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과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을 왜적을 무찌른 대표적인 전투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임란 3대첩을 아느냐고 물으면, 한 군데는 어디냐고 반문한다. 어딜까. 바로 진주대첩이다.
1592년 10월10일 청사에 길이 빛날 진주대첩이 400여년전 진주성에서 이루어졌다. 청사에 길이 남을 역사를 이루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느낌이 없지 않다. 진주의 긍지를 태동시킨 진주성 대첩의 주역들이 ‘의기 논개’의 명성에 밀려 흔적조차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의기 논개’의 등장은 1년 후인 1593년 6월말이다. 계사년 진주성 전투 때의 일로 임진대첩과 무관하다. 그런데 진주성 전투하면 논개를 떠올리는 것은, 진주대첩의 주역들인 학봉 김성일, 충무공 김시민, 망우당 곽재우 등 많은 의병과 진주 백성들이 이룬 피맺힌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1592년 10월5일. 왜적은 등원랑, 평조신 등을 주축으로 부산·동래·김해지역에 포진하고 있던 정예병 3만여명을 동원하여 진주성을 공격했다. 진주성에는 김시민 목사가 거느린 군사 3700명과 곤양군수 이광악의 100명 등 도합 3800명의 군사가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정예병이라기보다는 새로 모집한 장정들이었다. 비록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김시민 장군을 중심으로 진주의 민·관·군은 혼연일체가 되어 비격진천뢰 등 무기와 화살을 쏘아 왜군의 공격을 막았고, 백성들은 돌을 던지거나 물을 끼얹어 적을 물리쳤다. 왜적의 공격은 5일동안 계속되었으며, 이때마다 진주의 민·관·군은 철통같은 대응으로 왜적을 물리쳤다.
진주대첩이 있은 지 4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진주성에는 그날 청사에 빛나는 전공을 기리는 변변한 기념물조차 없다. 김시민 장군 동상만이 그날의 전공을 되새기게 하고 있을 뿐이다. 진주성에 ‘김시민 장군 전승비’가 있지만 아는 사람은 드물다.
머지않아 진주 남강가에 ‘진주의기 논개비’가 세워질 것이다. 이때 많은 진주사람들은 ‘진주대첩비’를 또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진주시내 어디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높다란 ‘진주대첩비’가 있었다면 진주대첩의 주역들이 오늘날처럼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3년 진주대첩일을 앞두고 ‘행주대첩비’ 못지 않은 진주대첩비가 진주에 세워질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