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름다운 이유
상평분관 서예교실 자원봉사자 박철태씨

그가 아름다운 이유는 뒷방 늙은이로 자처하기 보다는,  젊은이 못지 않은 정열을 갖고 활기찬 노년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보다 여가시간을 활기차고 보람있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어디서건 그 만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넉넉한 여유와 신선한 웃음을 만나는 이마다 전해준다. 그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면 마치 이웃집 아저씨 같아 보인다. 그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합사회복지관 상평분관에서 서예교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철태씨(68).
그는 요즘 복지관에서 붓글씨 지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수강생 대부분이 나이가  많다 보니 톡톡 튀는 개성은 없지만 가르치는대로 잘 따라와 주는 수강생들이 때로는 너무  고맙다. 가르쳐 주는 대로 하고, 자기 개성대로 하면 쑥쑥 느는 것이 붓글씨라 그런지 가르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게 아니다.  그래선지 지금은 매주 월요일만은 붓글씨 지도 이외에는 딴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수업 2시간 전에 먹을 갈고  공부준비를 마친 뒤 차분하게 수강생들을 기다리는 일이 일과가 된 것이다. 어느새 자원봉사로 시작한 일이 거의 전업이 된 셈이다.
그가 처음부터 붓글씨 강사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다. 진주 동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1999년에 정년퇴임을 한 뒤, 이것 저것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생활리듬이 깨지는 것은 물론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문산에 있는 국제대학교에서 실시한 8주간짜리 서예수업이었다.
재주가 있었던지 글쓰는 일에 점점 매료되었다. 2001년에는 이론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이듬해에는  한국서화작가전과 개천예술제에서 떡하니 입상을 했다. 게다가 휘호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을 모두 제치고 특선을 차지해 그 기쁨은 어느때보다 컸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서예는 어느듯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활기찬 노년의 자원봉사. 그것은 어쩌면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는 한편, 자신감을 가지고 떳떳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아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운동에도 열심이다.
무려 20년동안 비봉산을 오르 내리는 동안 그가 다녔던 길 구석구석엔 그의 체취가  묻어 있다. 비봉산 오르는 길이 고르지 못해 가끔 무너지기라도 할라치면 집으로 되돌아가 연장을 가져와 고쳐 놔야 직성이 풀렸다.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려면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 뿐 아니다. 심심치 않게 친구나 이웃으로 부터도 호출을 받는다. 심지어 좌변기가 고장이 나거나 집안에 사소한 일이 있어도 이제는 그를 부른다. 그러면 그는 달려간다. 그리고 말끔히 고쳐 놓고서야 묵직해진 허리를 비로소 편다. 건강은 자기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활동하는게 건강의 비결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그에 걸맞는 노인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주변의 여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더 나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자기의 전공을 살린 취미활동이나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자연스레 노인문제니 뭐니 하는 것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뒷방 늙은이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에게 또 하나의 소망이 있다. 그것은 시골에 고향인 반성면에 흩어져 있는 묘를 한 곳에 모으는 일이다.  살아있을 때 꼭 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마디 덧붙인다.
"그런데 수강생들과 어울려 하루종일 붓글씨를 쓰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 앞으로 계속 계속할거라.  자네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제"
그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대목이다.
<황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