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기녀 난주를 총애한 안민영 
진주기녀 난주를 총애한 안민영 

조선 고종 때 최고 풍류객 안민영(安玟英). 자신의 스승이었던 박효관(朴孝寬)과 함께 당시의 풍류계를 주름잡았을 뿐만 아니라, 일류 조선 기녀들의 후원자로 자처하며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었다.
풍류객 안민영의 풍류는 그의 시조집 ‘금옥총부(金玉叢部)’에 잘 드러나 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으레 풍성한 연회가 베풀어졌고 많은 기녀들이 다투어 자리를 함께 하였으니, 그것이 곧 술과 함께 그의 시조의 주요한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안민영이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인연을 맺은 40여명의 기녀들과의 사연,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지은 시조가 ‘금옥총부’에 실려 있는 것이다.
안민영이 언제 진주에 들렀는지는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성진사의 소실이 된 진주 기녀 비연을 만나는 등 여러 진주 기녀들과의 인연도 그의 시조집 ‘금옥총부’에 실려 전한다. 남의 소실이 된 기녀를 사람을 시켜 만나도록 주선을 부탁할 정도였으니, 일반 기녀들은 일러 무었하겠는가. 난주, 송옥이 그들이다.
안민영은 진주 기녀 난주(蘭珠)를 무척 총애했다. 그가 진주에 왔을때 그녀를 위해 시조 2수를 지었으니, ‘진양기녀 난주를 칭찬하다(讚晉陽蘭珠)’와 ‘진양기녀 난주를 시제로 함(題晉陽妓蘭珠)’이다.

옥쟁반에 흐트러진 구슬 마음대로 굴렀는데
그림같은 새장에 갇힌 앵무새처럼 뛰어난 말재주 가졌구나
두어라 구슬처럼 아름답고 앵무새처럼 말 잘하니 그를 사랑하노라
〈진양 기녀 난주를 칭찬하다〉

옥쟁반에 구르는 구슬처럼 낭낭한 난주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노랫가락과 요염한 자태가 안민영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 것이다. 안민영이 난주와 주안상을 앞에 두고 노랫가락 흐르는 풍류만을 즐기고 방문을 나선 것일까.

남쪽 포구 달 밝은 밤에 돗대 치는 저 사공아
뭇노라 너 탄 배는 좋은 배 난주로다
우리는 연 캐러 가는 길이니 물어 무엇하리오,
〈진양 기녀 난주를 시제로 함〉

여기서의 ‘난주’는 곧 말 그대로 목란으로 꾸민 아름다운 배이면서 동시에 기녀의 이름이기도 하였으니, 남쪽 포구 달밝은 밤에 돗대치는 사공이 난주를 타고 연을 캐러 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사공인 안민영과 기생 난주 사이에 벌어지는 하룻밤의 연정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진양 기녀 송옥과의 인연 또한 남달랐다. 안민영이 진주에 머물 때 물과 풍토가 맞지 않아 풍병이 들어 여러 약을 썼으나 조금도 약효를 얻지 못하고 죽을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때 한 의원이 말하기를, “이 병은 매우 위중해서 만약 동래 온천에 가서 삼칠일동안 목욕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회복될 수 없다”고 했다. 안민영은 즉시 진주를 떠나 마산포 창원을 거쳐 동래로 향한 일이 있었다.
안민영이 진주에서 사경을 헤맬 때 따뜻한 위로의 편지를 보낸 기녀가 바로 송옥이었다.

동쪽 담장 까치울음 대수롭지 않게 들었더니
뜻하지 않은 소중한 편지 님의 얼굴 보내왔네
두어라 마음을 써 본들 무엇하겠는가

안민영이 병중에 있을 때 송옥이 보내온 위로의 편지를 받고 지은 시조이다. “진양기녀 송옥은 내가 처음 진양에 이르렀을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다. 내가 병으로 누워 있을때 그도 또한 병이 있어 부득이 와보지 못하고 편지로써 문병했다.”고 안민영은 말하고 있다.
객지에서 풍토병에 걸려 누워있는 풍류객에게 따뜻한 위로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기녀가 바로 진주 기녀 송옥이었다. 안민영 자신이 ‘뜻하지 않은 편지’라고 할 만큼 생각지 않은 편지였는데, 송옥은 안민영을 잊지 못하고 마음의 정을 보낸 것이리라.
안민영은 진주에 머물때 남해 금산, 통영 세병관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 사당에 들러 장군의 충절을 노래하기도 했다. 진주 의기 논개의 충절을 노래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진주의 촉석루 밖 남강 가운데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백여명이 앉을만 하다. 임진왜란때 왜장이 진주부의 관기 논개와 더불어 이 바위에 올라 술을 마시며 즐겼다. 술자리가 반쯤 무르익었을 때 논개가 왜장에게 함께 춤추기를 청하니 왜장은 흔연히 일어나 춤추었다. 논개는 왜장의 허리를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런 까닭으로 사당을 세워 그 충렬을 기렸다.”안민영은 우선 논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글로 남기고 그리고 한 수의 시를 읊었다.

촉석루 난간 밖 남강은 푸르고 백구가 나는구나
슬프다 한 조각 바위는 절개 곧은 외로운 넋 실었구나
서쪽 바람에 잔들어 위로하며 눈물겨워 하노라

진주 의암에 앉아 한잔 술로 논개의 충절을 위로하는 안민영의 모습이 눈앞에 스치운다. 조선말 풍류가객 안민영이 전국 기녀들의 로맨스가 생생하게 실려있는 ‘금옥총부’는 안민영이 70세 되던 고종 22년(1885)에 만들어진 것으로,‘가곡원류’보다 9년 늦게 만들어졌다.
비연, 난주, 송옥, 초옥 등 진주 기녀들과 안민영과의 로맨스가 이 책에 실려 전하고 있다. 고선말 진주 교방문화의 풍성함과 여유를 말해주는 좋은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 이름이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진주 기녀들의 풍류 또한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될 것이다. 이들 역시 진주교방 문화의 주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