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방의 춤, 포구락 

14.진주교방의 춤, 포구락

옛날 진주 교방에서는 다양한 춤들이 공연되었다. 육화대 연화대 헌선도 선유락 검무 등 다양한 교방무들이 정현석의 ‘교방가요’에 실려 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진주교방의 풍류와 멋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이들 춤이 모두 진주에서 전승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교방무들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보존 전승되고 있다.
1991년 12월 27일 경상남도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포구락(抛毬樂)’도 그 중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진주 논개제 등 행사 때 더러 공연이 되는 포구락이지만,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포구락’의‘구(毬)’는 ‘제기 내지 공’라는 뜻이며 포(抛)는 ‘던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포구락은 ‘제기(공)을 던지며 노는 놀이’를 악과 노래로서 형상화한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춤이지만 놀이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포구락은 어떤 춤일까. 진주목사를 지낸 정현석이 지은 ‘교방가요’에 포구락의 공연 모습이 실려 전한다.
“여러 기녀들이 동헌 마당에 구문(毬門)을 설치하고 함께 절한다. 음악이 시작되면 쌍쌍이 마주 보고 춤을 추다가 기녀 두 사람씩 구문의 동쪽 서쪽으로 나누어 앉아 제기처럼 수술이 달린 공을 가지고 놀다가 일어나서(다른 모든 기녀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을 잡고서 춤춘다. 왼손은 머리에 대고 오른손은 높이 들고 풍류 눈구멍으로 던진다. 명중시키는 기녀에게는 꽃을 상으로 머리에 꽂아 주고 명중시키지 못하는 기녀는 뺨에 먹물을 찍는다. 만약 공이 떨어지기 전에는 도로 잡아 다시 던져 그래도 맞추지 못하면 또한 같은 형식으로 벌을 준다. 만약 공이 풍류안에 던져 떨어지지 않을 때는 상도 벌도 없게 된다. 나머지 기녀들도 차례로 짝지어 위와 같이 던지되 의식이 끝나면 모두가 다같이 어울려 함께 춤추다가 함께 절하고 물러난다.”
교방가요에 이 기록과 함께 공연모습도 그려놓고 있으며 공연 참가자들도 상세히 표시해 놓고 있다.
어린 기생 두사람이 잡고 있는 포구문에는 비단꽃 10가지가 꽂혀있다. 양쪽의 기생들이 공을 포구문 안으로 던지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볼 때, 진주에서 포구락을 공연할 때는 젊은 기녀(少妓) 3쌍, 어린 기녀(童妓) 2쌍이 참가했으며 이들 기녀들이 포구안에 공을 넣지 못했을 때는 노기(老妓)가 붓을 들고 있다가 벌칙으로 뺨에 먹물을 찍어 주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포구락은 연희자인 기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포구락을 감상하면서 흥이 오르면 진주 목사를 비롯한 당시 연희 참석자들 모두 참여해 포구문 안으로 공을 던졌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진주 교방의 포구락 연희 모습은 진주 권번 출신인 이윤례씨에 의해 증언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진주민속예술보존회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윤례씨는 1903년 진주에서 출생해 1995년에 세상을 떠난 진주권번 출신 진주 검무 최초의 예능 보유자로 1966~1969년까지 진주 모의당에 있으면서 의기사를 지키기도 했다. 이윤례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 춤은 진주목의 연회는 물론 매년 춘추로 촉석루에서 개최되던 의암별제·한시백일장·향사례(鄕射禮)·투호례(投壺禮)·향음주례(鄕飮酒禮) 등에 추었다고 한다.
특히 향사례나 투호례에서 출 때는 놀이가 끝나면 활쏘는 남자들은 선비가를 불러 선창을 하고 춤추던 여자들은 후렴을 받아 춤추며 흥겨운 한마당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의 진주 포구락의 끝 부분에 선비가를 부르게 된 것은 이것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진주 포구락무는 궁중정재의 그것보다 몹시 축소·변화되면서 민속화되고 진주지역 특성으로 전승된 것이다.
진주 교방청에서 연희되었던 포구락은 기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공연을 관람하는 관람자들도 함께 참여했던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원래 포구락은 1073년(고려 문종 27) 중국 송나라로부터 전래된 여자대무(女子隊舞)로 교방의 여제자 초영(楚英)이 13명의 무원을 구성하여 처음 연희한 당악정재에 속하는 춤이다. 조선조에 들어와서도 그 전통이 계속 이어져 약 1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승되어온 유서깊은 춤이라고 할 수 있다.
포구락은 교방에서 공연되었던 춤이지만, 놀이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포구락이 고려·조선 시대에 무신들이 무예를 익히는 방법으로 하던 놀이인 격구(擊毬)에서 파생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오늘날의 골프 또는 하키와 같이 막대기로 공을 치는 경기인 격구를 타구(打毬) 또는 포구(抛毬)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정현석 목사는 포구락 공연을 보고 다음과 같은 감상시를 남겼다.

손에는 붉은 공을 들어 풍류안을 향하고
몇 번씩 견주어 던지기에 또한 느리다
마침내 풍류안을 뚫고 명중하면
기뻐하며 꽃을 머리에 꽂을 수 있고
먹물로 얼굴에 칠하는 것을 면한다.

手把紅毬向架楣
幾回擬擲故遲又
終看透過風流眼
喜得簪花免畵眉

100여년전 진주 교방에서 어린 기녀와 젊은 기녀들이 추었던 진주 포구락무. 지금은 진주민속예술보존회를 중심으로 보존되어 오고 있다. 우리 전통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 의해 전승되어 오고는 있지만, 100여년전 진주 교방에서 포구락을 공연했던 또래의 사람들은 지금 모두 사라지고 없다.
현재 공연자들이 중심이 되어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로 변형시켜 자라나는 진주의 청소년들에게 포구락의 참 멋을 전하는 일도 좋을 듯 싶다.
가령 진주 논개제 때 진주 포구락무를 응용한 놀이를 개발해 참가한 모든 사람이 체험하고 포구락의 멋과 풍류를 느끼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