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방에서 불렀던 노래들 
진주교방에서 불렀던 노래들

진주 교방에서 한껏 흥이 무르익으면 노래와 춤은 절로 나왔을 것이다. 한 기녀가 흥이 무르익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진주 교방굿거리를 온갖 교태를 부려가며 추고 있을때, 옆에 있던 한 기녀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 한가락을 뽑았을 것이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교방의 노래이다.
교방의 노래는 ‘가곡(歌曲)’‘시조창’‘가사(歌詞)’‘잡요(雜謠)’‘단가(短歌)’등이 있으며, 정현석 목사가 지은 교방가요에 실려 있다.
가곡은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시조시를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성악곡으로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상류사회에서 애창된 시조 및 가사와 함께 정가(正歌)에 드는 성악곡으로서 판소리 ·민요 ·잡가와 같이 하류사회에서 불려진 성악곡과 구별된다. 시조의 시를 5장 형식에 얹어서 부르는 가곡은 피리 ·젓대 ·가야금 ·거문고 ·해금의 관현 반주에 맞추어 불리며, 그 예술성은 시조와 가사에 비하여 아주 뛰어났다.
‘교방가요’에는 가곡창에 필요한 시조(時調) 33수가 한역시와 함께 실려 있다. 진주 교방에서 불려졌던 ‘가곡’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세히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가사 잡요 단가 등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가곡은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서양식 오케스트라처럼 많은 악기를 동원해 격식을 갖추어 부르는 노래로 관아에서 공식적으로 펼치는 연회 등에서 주로 연주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테면 격식을 차려 즐기는 흥이라고 할까. 그 다음 격식을 조금 덜 갖추고 불렀던 노래가 가사와 단가이고 아무래도 잡된 노래인 잡요가 제일 자유스럽게 불렀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곡은 반드시 관현악 반주에 의해 연주되었으며 가사나 단가 잡요등은 장구 장단에 의하여 혼자 부르는 것이 원칙이었다. 굳이 반주를 할 경우에는 피리나 대금 등 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사는 가사체로 된 장가를 노래하는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이다. 오늘날까지 전래되고 있는 곡이 12곡이므로 12가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시조·가곡과 함께 정가의 하나이며, 사설은 가곡이나 시조보다 훨씬 긴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까지 전하는 12가사는‘권주가(勸酒歌)’를 비롯해‘춘면곡(春眠曲)’‘백구사(白鷗詞)’‘황계사(黃鷄詞)’‘죽지사(竹枝詞)’‘어부사(漁父詞)’‘길군악’‘상사별곡(相思別曲)’‘수양산가(首陽山歌)’‘양양가(襄陽歌)’‘처사가(處士歌)’‘매화타령(梅花打令)’이다.
교방에서 불렀던 가사중 제일 많이 애용되었던 노래는 아무래도 ‘술 권하는 노래’인 권주가일 것이고, 나머지 노래는 분위기에 따라 불려졌을 것이다.
교방가요에는 ‘권주가’‘춘면곡’‘처사가’‘양양가’‘상사별곡’‘매화타령’‘행군악’‘관동별곡’만 소개되어 있다. 이 중 ‘권주가’ ‘춘면곡’ ‘처사가’만 가사를 한역해 싣고 나머지는 일부 또는 곡목만 소개하고 있다. 정현석 목사의 입장에서 보면 ‘춘면곡’이나 ‘처사가’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봄 잠자고 늦게 깨어나 대나무 창문 반쯤 열고 보니/뜰 마당 꽃들은 만발하니 가는 나비 머무네/언덕 버드나무 바람에 날리고 성근 아지랑이 서려 있네/창문 앞 덜 익은 술 두세잔 마시니/호탕한 마음에 일어나/백마를 채찍질 하여 기생집 찾아가니/꽃향기는 옷깃에 스며들고 달빛은 뜰에 가득하고/미친 사람인 듯 취한 사람인듯 흥에 겨워 놀며 (이하 생략)”춘면곡의 앞부분이다.
계면조(界面調)로 불렀던 이 노래의 내용은 님을 여의고 괴로워하는 사나이의 심정을 그린 것으로, 12가사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타고난 내 재주 쓸데없이/세상공명 다 버리고/천지간에 한가롭게 살며 천명 받아들여/구름 이는 깊은 산속 들어가 처사되련다/성기고 굵은 갈건 몸에 걸고/아홉마디 대지팡이 짚고/저녁 노을 지는 경치 좋은 강 길을/짚신 신고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니/쓸쓸한 소나무 문은 닫혔는데/고요한 살구꽃 핀 동산 개 짖는 소리 요란하네(이하생략)”
벼슬을 단념하고 처사로서 전원에 묻혀 사는 은둔생활을 읊은 이 노래는 선비들이 좋아할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두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노래들은 가사를 다 적지 않았는데, ‘상사별곡’은 “하루 아침 낭군 이별 후에 소식이 끊겼네/보고 싶은 내마음 맺힌 한 뉘라서 알겠는가(나머지는 기록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들 노래들이 언제부터 교방에서 불려지기 시작했을까. 정확하게 언제 발생했는지 분명치는 않다. 다만 여러 기록들을 통해 유추해 볼때 영조이후부터 불리기 시작했으리라 추측이 되며, 현행 12가사의 전통이 성립된 시기는 한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가사의 곡조를 담은 옛날 거문고 악보 ‘삼죽금보(三竹琴普)’에 상사별곡 춘면곡 길군악 매화타령 황계사 권주가 등 6곡이 전하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가사도 가곡처럼 거문고 등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로 불려 졌으며, 비교적 중류이상의 선비들에 의해 연주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행 12가사에 사용하는 장단은 6박자를 주기로 하는 장단과 5박자를 주기로 하는 장단 등 두가지가 있다. 6박자 장단에 속하는 노래는 백구사 황계사 죽지사 어부사 길군악 수양산가 매화타령 춘면곡 등 8곡이며 상사가 처사가 양양가 등 3곡은 5박자 장단이고 권주가는 일정치 않다.
교방가요에 ‘창가(倡歌)’도 소개돼 있다. 광대가 부르는 노래가 창가다. 즉 판소리를 말하는 것이다. 교방의 기녀들이 판소리로 흥을 돋우었다.
이도령을 위해 수절하는 내용의 춘향가, 눈먼 부친을 위해 몸을 파는 심청가, 형제의 우애를 권장하는 포타령, 기녀에게 홀려서 몸을 망치는 내용의 매화타령, 용왕을 속여 몸을 빠져나오는 토타령, 지혜로운 장군을 찬양하고 간사한 영웅을 징계하는 화용도 등이 ‘교방가요’에 실려있는 ‘창가’의 제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춘향가’를 부르는 기녀는 흥에 겨워 그냥 불렀을 것인데, 정현석 목사는 이 노래에다 ‘이것은 열(烈)을 권장하는 노래’라는 주석을 붙여 놓았다. 백성을 교화하려는 목민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잡요’도 실려 있다. 산타령 놀량패타령, 저타령, 꽃방아타령 등 타령조 노래의 곡목을 소개하고 있는데, 말미에 “이 노래들은 거지들과 사당패들이 부르는 것으로 대개 음란하고 비루한 가사들 이다. 지금 길거리 이들과 땔나무하는 종들까지도 이노래를 잘 따라 부른다”라고 적고 있다.
정현석 목사의‘교방가요’에 실린 가곡, 가사, 창가, 잡요는 진주 교방에서 불려졌던 노래들이다.
지금 진주에는 교방의 춤들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잘 전승돼 오고 있다. 하지만 교방의 노래들은 기억 속에 사라진지 오래된 듯하다. 진주 교방가요에 실렸던 노래들이니 만큼 한번쯤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진주 교방의 노래들이 제대로 복원된다면, 진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진주 교방문화의 제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