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평론(晋州評論)이라는 잡지의 발행인을 맡고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고, 돈도 안되는 일이다’라는 지역사회의 진심어린 걱정을 뒤로 하고, 창간호 발행인 칼럼에 이런 글을 적은 기억이 납니다. ‘시대와 함께 살고 싸우고 성찰하는 진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올곧은 것은 끝내 살아남아 역사에 박힌다는 시대정신을 실현한다.’ 이는 진주평론의 창간정신이기도 합니다.
듣기는 참 좋은데, 현실과 한참은 동떨어져 보이는건 확실했습니다. 한마디로 맹자처럼 우활하다는 평가를 받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독자들 역시 ‘맹자(孟子)처럼 우활(迂闊)’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우활은 ‘사리에 어둡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전국시대(戰國時代)를 향해 외친 왕도정치(王道政治)라는 맹자의 이상은 시대에 거울에 비추어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이상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 속에서 실현가능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도리어 한 손에는 권력,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폭정을 일삼던 사람들이 우활하다고 평가했을 뿐입니다.
진주평론의 이상 역시, 민주사회 구현이 기본이 되는 토론과 논쟁, 정의사회 구현의 기본이 되는 보상과 문책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진주역사에 정확히 기록하는 책무를 수행하고, 보상과 문책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가 공익을 생각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두렵게 여기게 만들어야만 올바른 지역사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 건립되는 경남도립예술단 연습실이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의 건축사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아젠다를 지역사회에 제시했습니다. 대한민국 근현대건축사에서 가지는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이 가치는 건축사적 가치를 인식한다면 반드시 토론과 논쟁이라는 과정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진주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공식적인 항의방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도민의 의견을 전달했지만, 경남도의 대응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문제제기를 한지, 무려 5개월이 지났지만 경남도의 행태는 관료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경남도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진주시민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진주시민의 80%가 경남도가 추진한 경남도립예술단 건립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경남도에 설문조사 결과를 알려드렸지만,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경남도의 태도는 안하무인입니다. 진주시민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복지부동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올바른 경남도 행정이라고 생각하는 도민은 단언컨대 없을 것입니다.
경남도는 시간이 지나면, 절로 수그러질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오산입니다. 지금 경남도문화예술회관을 방문하는 많은 시민들은 경남도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질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남도립예술단 연습실은 아파트 5층 베란다 높이로 건축되고 있습니다. 오직 경남도만 모르는, 혹은 모른 척하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제 진주평론은 역사에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취해 온 경남도의 행정 관계자와 행정적 대응문제 등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경남도 스스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날까지 지역사회와 함께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겠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침묵은, 잘못에 대한 암묵적 동의이며, 공범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보상과 문책의 문제는 신임 경남도지사님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진주시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부응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