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정화사업(晋州城淨化事業) 1

진주시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역사도시임을 자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성을 온전히 간직한 문화유산의 존재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천년의 역사 도시지만 진주성을 제외하고는 천년역사를 증명하기가 어려운 것은 진주시에 소재했던 수많은 역사원형이 흔적 없이 사라진 과거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완강한 반대에 불구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진주객사(晋州客舍)를 비롯해, 진주향청(晋州鄕廳), 진영(鎭營) 등 진주의 역사원형은 사라지고 각종 현대식 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진주라는 도시 전체를 놓고 볼 때 ‘문화재 혹은 문화유적의 원형보존’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70년부터 시작된 진주성정화사업(晋州城淨化事業)은 진주성의 역사성·상징성·유일성(唯一性)이 내재된 역사복원 혹은 역사공간의 원형보존에 실패한 사업이었다. 따라서 사적지(사적 제118호)임에도 불구하고 시민공원 또는 관광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진주성 뿐만 아니라 진주시 전체의 불행임에 틀림없다.

진주성정화사업의 시작

진주성(晋州城)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성곽은 원형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물어졌고, 성지 내에는 민가들이 무질서하게 점거해 폐허가 된 상태로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진주시민들의 수차례에 걸친 건의에 따라 진주성은 1963년 1월 21일에 사적 제118호로 지정되고, 성지 일원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에도 상당기간 폐허 상태로 방치되었다.
진주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1969년 6월, 당시 문화공보부가 전국의 7개 주요 문화재에 대한 보수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동아일보는 1969년 6월 23일자 보도를 통해 ‘문화공보부가 문화재특별회계와 지방비 등 4억 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주성, 행주산성, 창덕궁 등 7개 문화재를 보수하고, 경제인의 시주 1억 9,700만원으로 불국사를 내년 말까지 보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진주시는 문화공보부의 문화재 보수사업 추진을 계기로 1969년에 ‘진주성정화사업’을 진주시장기계획사업으로 정하면서 진주성정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진주성정화사업은 3차에 걸쳐 나누어 추진되었다. 당시 진주성정화사업의 추진방향은 현대적 조경미화의 관광조성을 배제하고, 민가 철거를 통해 고전적인 옛모습으로 성역화함은 물론 성곽은 내성과 외성으로 구축하되, 가능 지역내 일부만 복원하고 내성 전부를 원상으로 복원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하지만 진주성정화사업을 통해 내성의 복원은 이루어졌지만, 진주성 본래의 옛 모습으로 복원하는 대신 현대적 조경시설이 들어서면서 진주성의 역사성을 담보하는 원형복원에는 실패한 채 1984년 사업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문화재 복원과 성지내 민가 철거

제1차 진주성정화사업(1970~1975년)은 6년간에 걸쳐 성곽(城郭)과 촉석문(矗石門), 서문(西門), 북암문(北暗門) 복원은 물론 촉석루를 비롯한 9동의 문화재 보수와 성지내 순환도로 1,276m를 개설하면서 점차 사적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총 사업비 3억3,500여억원이 투입된 제1차 진주성정화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성지 경내에 무질서하게 들어선 민가 때문에 외견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성지내 민가 철거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79년 제2차 진주성정화사업이 추진되었다.
제2차 진주성정화사업(1979~1980년)은 2년에 걸쳐 진주성 내에 산재해 있던 민가 751동을 철거하고 토지 16,394평을 완전 보상하는 사업이었다. 사업비는 24억원이었다.
1979년 시작된 제2차 진주성정화사업 계획이 확정 발표될 당시, 진주성 내에는 310 세대의 주민이 살고 있었고, 건물은 751동이었다. 진주시는 1978년 12월 성내 민가 철거 계획을 주민들에게 통보한 후 보상조건이나 이주대책에 관해서는 일체 밝히지 않은 채, 1979년 1월 보상대상 가옥과 토지에 대한 실측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성지내 주민들은 강제 이주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사업지구이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당시 성내 주민들 대부분이 영세민이었고, 진주시가 제시하는 감정가격으로는 새로운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진주시는 철거민이주대책을 마련했다. 임대아파트 50세대, 취락구조 20세대, 국민주택 140세대, 시유대지분양 100세대 등 310 세대를 확보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진주시의 회유에 의해 결국 주민들은 진주성정화사업의 목적에 동의하고 새 보금자리로 옮기면서 1980년 제2차 진주성정화사업은 마무리되었다.
제3차 진주성정화사업(1981~1984년)은 5년간에 걸쳐 성곽 복원(490m), 유적 보수(7동), 광장조성(4,728평), 주차장 설치(456평), 조경사업(10,677평) 등의 사업이 추진되었다.


진주성과 외성 복원 추진 필요

현재 진주성 내에는 진주성의 역사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설물들이 적지 않다. 국립 진주박물관 역시 엄밀히 말하면 불법 건축물에 해당된다. 이처럼 진주성에는 역사성과 공간성이 일치하지 않는 시설물로 인해 진주성의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다. 진주성정화사업의 실패에 따른 결과물이다.
진주성정화사업으로 인해 진주성의 역사성을 상실한 교훈을 거울 삼아, 이제는 진주성의 역사성과 공간성을 담보하는 진주성의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 진주성정화사업 당시 추진하지 못했던 진주성 외성의 일부인 동장대 복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진주성 복원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의 호국정신을 되살리는 역사복원사업(歷史復元事業)사업의 일환이자, 산업화·도시화에 빼앗겼던 역사공간회복(歷史空間回復)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진주대첩광장조성사업 역시 진주성정화사업의 실패를 거울 삼아 진주성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간직한 역사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사진은 촉석문 건축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