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오늘

똑같은 수신료 내는데 지역 이렇게 홀대해도 되나"

경남 진주KBS 통폐합 추진에 서부경남 도민대책 토론회... “서울KBS 경영 실패, 지역에 전가 안 된다”



KBS진주방송국 지역 광역화(통폐합)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경남도민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렸다.

KBS가 지역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KBS 이사 임명의 지역 할당제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주향당(대표 황경규)이 주최하고 진주향교(전교 심동섭)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서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서울KBS 공신력 상실, 또 그로 인한 경영 위기의 책임을 왜 지역으로 전가하느냐”며 “광역화는 서울에서의 실패를 지역에서 회복하려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진주 지역에서는 지난 2011년 진주MBC와 창원MBC가 통합되면서 진주 시민을 대변해줄 창구가 사라졌다는 박탈감이 크다.

배우근 전 진주MBC 보도국장은 “학자들은 ‘지역방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정책 결정자들은 시장 논리로만 결정한다”며 “방통위가 동부, 서부 경남소식을 50 대 50으로 편집하라고 권고했지만, MBC의 경우 통폐합이 되고 나서 서부경남지역(진주) 소식은 뉴스에서 많이 보이지 않게 됐다. KBS진주가 광역화가 된다면 또다시 소중한 공공재를 또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KBS는 지난 2004년 구조개혁을 통해 현행과 같은 9개 총국과 9개의 지역국으로 기능을 조정했다. KBS진주의 경우 ‘지역국’으로 제작 환경이 열악한 축에 속한다.

황경규 진주향당 대표는 “KBS노동조합 울산지부가 지난 6월 기자 6명만으로 ‘9시뉴스’, ‘주말9시’ 등을 제작한다며 열악함을 토로한 바 있는데, 이미 KBS진주에서는 2013년에 했던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KBS진주방송국 송수신 권역 7개 시군 시청자는 연 수신료 76억여 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역에 대한 본사의 지원과 관심은 막혀 있다”며 “현재 KBS에 지역국 정책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에 사는 부자도 수신료 2500원을 내고 고기 낚는 어부도 2500원을 낸다”며 “수신료를 내는 국민에게 서울과 지역이라는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남 함양군에서 양파 농사를 하고 있는 김준희씨는 “올해 양파농사가 실패한 것이 종자의 문제인지, 날씨의 문제인지 몰라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우리 같은 농민들의 답답한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주는 매체는 없었다”며 “방송의 지역 광역화는 잘 모르지만, 광역화가 된다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절망스러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이사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진주 지역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수신료 가운데 일정 부분을 지역에 할당하는 지역 수신료 할당제, KBS 이사회에 지역 대표자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지역 임명 할당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 방청자로 참석한 정대균 전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은 “KBS 방송광역화 저지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며 “KBS방송광역화 문제는 KBS 내부에서 먼저 결집돼야 지역민들이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 정상화 입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며 “이 문제에 대해도 우리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