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是非)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가 건강하다


깨어있는 사람(上士)은 마땅히 해야 할 일(道)을 들으면 힘써 행하고(勤以行之), 평범한 사람(中士)은 들은체 만체 하고(若存若無), 어리석은 사람(下士)은 도(道)가 밥 먹여 주느냐며 크게 비웃는다(大笑之)고 합니다.
진주향당에서 KBS방송광역화에 대한 서부경남 도민대책 토론회 개최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일부에서 옳고 그름(是非)보다는 이익과 손해(利害)의 관점에서 토론회를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옳고 그름과 이익과 손해라는 두 기준이 맞부딪힐때, 시비(是非)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가 건강하다는 성현의 말씀으로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KBS진주방송국 시청자위원회의 위원의 한 사람이자, 서부경남 시청자 대표 자격으로 지난 10년 동안 봉사하는 동안 KBS진주방송국 시청자위원회와 K-시네 회원님들과 함께 KBS한국방송의 지역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왔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KBS의 지역구조조정 움직임에 맞서 성명서를 비공식적으로 채택하기도 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지역사회와 공영방송 발전방안’과 ‘박근혜정부 지역방송활성화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민의 요구를 KBS한국방송과 방송통신위원회, KBS이사회 등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KBS 한국방송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KBS의 주인인 시청자’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이었고, 이후로 방송광역화를 위한 일련의 시도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2014년 이후 KBS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에 지역국과 관련한 내용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만 봐도 지역국에 대한 KBS한국방송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KBS 내부에서부터 ‘방송광역화’ 혹은 ‘을지국(KBS진주방송국을 비롯한 9개 지역국) 보도 광역화 움직임’이 여러 경로를 통해 포착되고 있습니다. KBS한국방송의 방송광역화에 대해 KBS진주방송국 송수신 권역의 7개 시군 단위의 대책마련 토론회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KBS진주방송국을 비롯한 지역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고자 하는 것이 토론회의 주 목적입니다.
KBS한국방송은 효율화와 예산절감을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광역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KBS진주방송국을 비롯한 을지국의 방송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KBS방송광역화가 급변하는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른 KBS한국방송의 자구노력 차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방송광역화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면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KBS의 주인인 시청자’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KBS 스스로 ‘KBS의 주인은 시청자’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토론회는 KBS진주방송국이 공영방송으로서 지역과 함께 하기를 바라고, KBS 한국방송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남아있기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개최하는 KBS방송광역화 서부경남대책마련 토론회가 다시 한 번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철저히 외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이해 득실을 따질게 아니라, 옳고 그름(是非)의 관점에서 반드시 개최되어야만 한다는 진주향당 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진주향당 이사회의 결정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두 기준이 부딪힐때 시비(是非)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가 건강하다는 성현의 가르침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면 합니다.
KBS진주방송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KBS진주방송국을 위한 일에 마음을 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토론자 여러분과 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