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사화(戊午士禍)와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조선시대에는 학파(學派)의 대립과 권력 쟁탈로 인해 많은 선비가 화(禍)를 입은 열 두가지의 큰 사화(史禍, 士禍)가 있었다.
그 가운데 일반적으로 ‘4대사화’는 1498(戊午, 연산군 4)의 무오사화(戊午史禍), 1504(甲子 연산군 10)의 갑자사화, 1519(己卯 중종 14년)년의 기묘사화, 1545(乙巳 명종 즉위)년의 을사사화를 일컫는다.
4대 사화는 연산군, 중종, 인종, 명종 네 임금이 통치하던 시기에 발생했더, 즉 1498~1545년까지 불과 50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네 번의 사화가 일어난 것이다. 사화로 인해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한 사람, 사형을 당한 사람, 귀양을 간 사람, 유배 후 죽거나 관직이 삭탈된 사람은 수 백여명에 이르렀다.

사화의 역사적 배경

유교를 국교로 삼았던 조선은 문(文)을 숭상하고 유학을 장려함으로써 유림(儒林)이 중심이 된 사회였다. 하지만 각자의 사상과 감정, 지연 등의 이유로 파벌을 형성하기도 하고 서로 논쟁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며 투쟁하기도 했다. 사상 혹은 정치적 이유로 서로 반역으로 몰아 목숨까지 빼앗는 사화를 촉발시켰다.

조선은 성종대에 이르러 집권적 관인 지배체제가 확립되고 유교문화가 그 성숙기에 도달하였다.
성종은 원래 학문을 좋아했을 뿐 아니라 당시 중앙 정계를 장악하고 있었던 훈구관료들을 견제하기 위해 사림들을 등용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길재(吉再)의 학통을 이어받은 영남사림파의 종사(宗師)로 명성이 높았던 김종직(金宗直)을 중용하였다. 아울러 그 제자 김굉필(金宏弼)·정여창(鄭汝昌)·김일손 등 영남 출신의 신진사류를 대거 불러들이게 되었다.

중앙에 진출한 신진사류는 기성세력인 훈구파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특히 그들은 삼사를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하고 주자학(朱子學)의 정통적 계승자임을 자부하였다.

동시에, 요순정치를 이상으로 하는 도학적 실천을 표방해 군자임을 자처하면서 훈구파를 공격하였다. 즉 훈구파는 불의에 가담해 권세를 잡고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현상 유지에 급급한 보수적이고 고식적인 소인배로 멸시, 배척하였다.

이에 대해 훈구파는 사림들을 고고자존(孤高自尊 : 자신들만이 고결하다고 스스로를 높임.)의 경조부박(輕佻浮薄 : 언어 행동이 경솔하고 신중하지 못함.)한 야심배라 지탄하며 배격하였다.
이로써 두 세력은 자연 각각의 주의와 사상 및 자부하는 바가 서로 달라 일마다 대립하였다. 그 갈등이 날로 심화되어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적대관계로 진전되어 갔다.
성종이 김종직 일파의 신진사류 인사를 등용해 유교적인 왕도정치를 펴려 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그의 호학숭문(好學崇文) 정신에서 결과된 것으로 보인다.


무오사화의 도화선 ‘조의제문(弔義帝文)’

무오사화는 1498년 《성종실록》 편찬 때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 弔義帝文〉(중국 秦나라 때 項羽가 楚의 義帝(懷王 孫心)를 폐한 것과 단종을 폐위, 사사한 사건을 비유해 은근히 단종을 조위한 글)과, 훈구파 이극돈(李克墩)이 세조비 정희왕후(貞熹王后)의 국상 때 전라감사로 있으면서 근신하지 않고 장흥(長興) 기생과 어울렸다는 불미스러운 사실을 사초에 올린 것이 직접적인 동기가 되어 신진사류에 대한 참혹한 박해를 빚어낸 것이다.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존중하는 김종직과 신진사류들은 단종을 폐위, 살해하고 즉위한 세조의 불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또한 정인지(鄭麟趾) 등 세조의 공신들을 멸시하는 한편, 대간(臺諫)의 직책을 이용해 세조의 잘못을 지적하고 세조의 공신을 제거하고자 계속 상소해 그들을 자극하였다.

앞서 김종직은 유자광이 남이(南怡, 태종의 외손)를 무고(誣告)로 죽인 자라 하여 멸시하였다. 그리고 함양군수로 부임해서는 그의 시가 함양의 학사루(學士樓, 신라시대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의 건물은 1979년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에 걸려있던 것을 철거해 소각한 일이 있어 유자광은 김종직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었다.



야심가 유자광과 유림 총수 김종직의 불편한 관계

유자광은 장인이 향리로 있던 함양군에 놀러갔을때 시 한 편을 지었다. 자신의 시가 마음에 들었던 유자광은 함양군수에게 부탁해 나무판에 새겨 벽에 걸어두게 했다. 그러나 1년후 함양군수로 부임한 김종직이 현판을 보고는 “자광이 어떤 놈이기에 이럴 수 있느냐?”고 분개함며 현판을 떼어 불살라버렸다. 그리고 김종직은 무고한 남이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유자광이라 말하고 다녔다.

사림의 영수 김종직은 임금의 신임을 두터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유자광의 자존심을 땅바닥에 패배기친 김종직이었지만 오히려 김종직의 비위를 맞추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또 유자광은 김종직이 죽었을 때 제문을 지어 슬퍼함은 물론 김종직을 중국의 거유(巨儒)인 왕통과 한유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김종직이라면 몸서리를 쳤고, 이를 갈고 또 갈았다.

이러한 유자광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은 해동야언(海東野言)에 보인다.

‘유자광은 부윤 윤규의 서자인데, 몸이 날래고 힘이 세며 원숭이 같이 높은 곳을 잘 타고 다녔다. 어려서부터 무뢰자(無賴子)가 되어 도박을 하여 재물을 다투고 새벽이나 밤에도 노상에 다니며 놀다가 여자를 만나면 붙들어서 강간하곤 했는데 유규는 미천한 소생으로 이같이 광패하다 하여 여러차례 매를 때리고 자식으로 여기지 아니하였다.’

성종이 죽은 뒤 연산군이 즉위해 1498년 《성종실록》 편찬을 위한 실록청(實錄廳)이 개설되고, 이극돈이 그 당상관으로 임명된 이후, 사태는 달라진다.

 이극돈은 이 때 김일손이 기초한 사초 속에 실려 있는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일을 비방한 글이라 문제삼고자 그 사실을 유자광에게 알렸다.

김종직이 죽어 관 속에 묻힌지 6년이나 흘렀지만 원한을 갖고 있던 유자광은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을 읽고서 ‘회왕을 폐한 항우의 처사를 비판하는 것은 곧 세조의 단종 폐위를 빗댄 것이고 이는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하는 것이다’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당시 세조의 신임을 받았던 노사신, 윤필상 등의 훈구파와 함께 ‘조의제문의 내용이 세조가 단종을 폐위한 일에 비유한 것으로 김종직은 대역부도한 행위를 했으며 이를 사초에 기록한 김일손 역시 처벌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다.
 
김종직의 문하생 김일손 역시 과거 춘추관의 사관으로서 이극돈의 비행을 직필해 서로 틈이 벌어져 있었다.
김일손은 이극돈이 ‘세조조에 불경을 잘 외운 것으로 벼슬을 얻어 전라도 관찰사가 된 것과 정희황후의 상을 당했을때 장흥(長興)의 관 등을 가까이 한 일’을 기록했던 것이다.

연산군은 곧바로 김일손을 잡아들이라 명한다.
당시 김일손은 호조정랑으로 모친상을 끝낸 후 풍병이 생겨 함양의 남계에 머물고 있었다. 정여창이 살던 근처에 지어 놓은 집에서 요양하며 공부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희망과 달리 금부도사에게 체포되어 국청으로 끌려갔다.

연산군은 원래 사림파의 간언(諫言)과 권학(勸學)에 증오를 느끼고 학자와 문인들을 경원(敬遠)했을 뿐 아니라 자기의 방종과 사치 행각에 추종하는 자를 좋아하였다.

연산은 유자광의 상소를 기회로 김일손 등을 7월 12일부터 26일까지 신문한 끝에 이 사건은 모두 김종직이 교사한 것이라 결론지었다.
우선, 이미 죽은 김종직의 문집인 정필재집(佔畢齋集)을 궁궐마당에서 불사르고, 대역죄로 부관참시(剖棺斬屍)했으며, 김일손·권오복(權五福)·권경유(權景裕)·이목(李穆)·허반(許磐) 등은 간악한 파당을 이루어 세조를 무록(誣錄)했다는 죄명으로 능지처참(凌遲處斬) 등의 형벌을 가하였다. 같은 죄에 걸린 강겸(姜謙)은 곤장 100대에 가산을 몰수하고 변경의 관노로 삼았다.

또 조의제문의 내용에 동조했으며 김종직의 문하에서 국정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표연말(表沿沫)·홍한(洪瀚)·정여창·강경서(姜景敍)·이수공(李守恭)·정희량(鄭希良)·정승조(鄭承祖) 등은 불고지죄(不告之罪)로 곤장 100대에 3,000리 밖으로 귀양을 갔다.
이처럼 무오사화를 계기로 신진 사림파는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원해 사화(士禍)란 선비들이 화를 입은 사건이라 하여 선비 사(士)자를 써서 사화(士禍)라고 하는데, 무오년의 사화는 사초(史草)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 하여 역사 사(史)자를 써서 무오사화(戊午史禍)라고 한다.

갑자사화(甲子士禍)

연산군 10년(1504년)에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를 다시 왕비 자리에 복위하는 문제로 일어난 사화. 성종비 윤씨는 질투가 심한데다 왕비답지 못한 행동을 일삼다가 1479년에 궁에서 쫓겨나서 이듬해 사약을 받았다.
그 뒤 궁중과 부중(府中)이 토지 문제로 대립할 때, 임사홍이 연산군에게 어머니 윤씨의 죽음에 대한 경위를 들려 주었다. 이에 연산군은 자기 어머니를 해친 사람들에게 포악한 보복을 가하게 되었고, 또 윤씨를 다시 왕비 자리에 복위하는 일에 반대하던 김굉필·정여창 등을 처형하였다. 이러한 참화가 갑자년에 일어났다 하여 갑자사화라 한다.

기묘사화(己卯士禍)

조선 시대, 1519(중종 14)년 11월에 일어난 사화. 남곤(南袞), 심정(沈貞) 등의 훈구파가 성리학에 바탕을 둔 이상 정치를 주장하던 조광조(趙光祖), 김정(金淨) 등의 신진파를 죽이거나 귀양 보낸 사건.

을사사화(乙巳士禍)

조선 시대, 1545(명종 1)년에 일어난 사화(士禍). 윤원형(尹元衡)이 인종의 외숙인 대윤(大尹)의 거두 윤임(尹任) 일파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대윤파에 가담했던 사림(士林)이 크게 화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