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기념광장 어떻게 만들것인가를 주제로 한 열린토론회가 2016년 8월 25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진주향당 상임대표 자격으로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토론에서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이 '진주성 복원의 원형'이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토론을 했습니다.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범 시민적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은 토론문 요지와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문입니다.

'진주대첩기념광장은 ‘진주성 복원’의 원형이 되어야 한다'


황경규(경남역사문화연구소 진주향당 상임대표)


「진주대첩기념광장」조성 사업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의 호국정신을 되살리는 역사복원사업(歷史復元事業)사업의 일환이자,
산업화․도시화에 빼앗겼던 역사공간회복(歷史空間回復)이라는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특히 진주성정화사업(晋州城淨化事業)이 진주성의 역사성 ․ 상징성 ․ 유일성(唯一性) 등과 같은 역사복원 혹은 역사공간의 원형보존에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되면서, 사적지(사적 제118호)임에도 불구하고 시민공원 또는 관광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진주성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진주시 전체의 불행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은 진주성정화사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진주성 외성(外城)의 원형보존’을 대전제(大前提)로 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현재 ‘진주성의 원형 보존’이 유일하게 가능한 지역이 바로 진주성 외성 공간인 진주대첩기념광장조성 예정지이며, 이 지역 외에는 이미 도시화가 진행돼 역사복원 혹은 원형보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제안하고 싶은 것은, ‘진주대첩기념광장=진주성 외성 복원’에 그칠게 아니라, 차제에 ‘진주성 복원’에 대한 논의로 확대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 사업을 통해 ‘진주성 외성 원형 보존’을 실현할 수 있다면, 진주성정화사업으로 훼손된 ‘진주성 복원’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진주성 외성이 최소한의 원형보존에 실패하게 된다면, 진주성 전체의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해질뿐 아니라 복원 자체에 대해서 앞으로 그 누구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장의 명칭을 진주대첩을 기념하는 ‘진주대첩기념광장’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광장’ 혹은 ‘진주역사공원’으로 역사적 공간을 확장시킬 경우, 향후 진주성 외성과 연계하는 ‘진주성 복원’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반드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광장의 상징성 및 유일성 제고되어야 한다

진주시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역사도시임을 자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역사성을 간직한 문화유산의 존재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천년의 역사 도시라고 하지만 진주성을 제외하고는 천년의 역사를 증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현실인식은 진주시에 소재했던 수많은 역사원형이 흔적없이 사라진 과거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완강한 반대에 불구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진주객사(晋州客舍)를 비롯해, 진주향청(晋州鄕廳), 진영(鎭營) 등 진주의 역사원형은 사라지고 각종 현대식 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진주라는 도시 전체를 놓고 볼때 ‘문화재 혹은 문화유적의 원형보존’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진주대첩기념광장’이 진주성 외성이라는 문화유적의 원형보존에 충실한 사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 광장 조성사업은 ‘진주성이라는 유적지의 확장 및 보존 차원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 

현재 진주성 외성의 축성 흔적(남강다리목 구 중앙파출소 열 골목)을 감안할 때 진주성 외성의 성곽이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 사업예정지의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진주대첩기념광장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문화재(성곽)발굴 성과에 따라 진주성 외성의 복원 등 사업의 변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광장의 상징성 및 유일성이 제고되지 않는 광장조성사업은 문화유적의 원형에 대한 일차적인 훼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며, 차후 ‘유적 보존 및 활용공간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광장 조성 이후, 50~100년 이후에라도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의 가능성을 남겨 두어야 하는 것이 광장조성사업의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주성의 역사성과 공간성을 담보하는 광장을 만들자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는 최선의 방안은 ‘역사성(歷史性)과 공간성(空間性)의 일치’에 있다. 우리가 흔히 특정 지역의 역사현장을 역사공간(歷史空間)이라고 지칭하는 이유이다. 예를들면 ‘진주농민항쟁기념탑’이 진주시의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곡면 무실장터에 있기 때문에 그 역사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재 진주성 내에는 진주성의 역사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설물들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하면, 역사성과 공간성이 일치하지 않는 시설물로 인해 오히려 진주성의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주성 외성의 복원사업인 진주대첩기념광장(광장의 명칭에 상관없이)에 진주성의 역사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련의 시설물의 설치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옳지 않다.

만약 진주대첩기념광장의 명칭을 ‘역사와 문화의 광장’ 혹은 ‘진주역사광장’으로 변경한다 하더라도, ‘진주대첩․계사순의의 역사성’과 ‘진주성(외성)이라는 공간성’에 부합하는 역사시설물이 설치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최소한 ‘역사성과 공간성의 일치’라는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지역사회의 수많은 요구-연지사종환수위원회 연지사종(모형종) 설치, 충무공 이수일장군의 사당(충무사) 설치, 논개동상 설치, 위안부 소녀상 설치 등-에 대처할 방법이 없게 될 것이며, 결국 진주성정화사업으로 진주성의 역사를 잃었듯이 진주성 외성 역시 그 역사성을 잃어버리고 말것이다.




주제발표문에 대한 토론 요지


-. 계사순의의 역사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
진주대첩에 대해서는 많이 기억하고 있지만,
계사순의에 대해서는 지금껏 소홀히 했다라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다만 현재 진주성에는 진주대첩뿐 아니라
계사순의를 기리는 유적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진주성에는 임진대첩계사순의단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호인 김시민장군 전공비와
임란 제1, 2차 진주성전투 당시 순절한 제장(諸將)의 공적을 조명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인 촉석정충단비가 있다.
만약 진주대첩에 비해 계사순의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
가장 먼저 지금까지 계사순의의 역사적 의미를 선양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 맞다.
(진주향당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촉석루 골든벨과 진주역사골든벨을 통해 진주성의 역사를 진주시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해왔다.)
 

-. 김시민장군 동상을 비롯한 조형물의 설치에 대한 의견

김시민장군을 비롯해 창렬사의 정사에 모신
일곱분의 동상을 세우자는 의견은
임진왜란 임진대첩계사순의에 대한 대표성을 표현해 내자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임진왜란 계사년 제2차진주성전투에서 순국한 7만 민관군을 비롯한 백성들은 423년의 세월동안 진주 역사에 공식적으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임진대첩계사순의단 부조를 통해
7만 민관군의 순의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새겨 전하고 있을 뿐이다.
계사년 진주성전투가 가지는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기리고자 한다면,
나라로부터 시호를 받아 창렬사에 모셔져 있는
장군들의 동상을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순국한 7만 민관군을 기리는 조형물을 세우는 것이
진주정신을 제대로 대변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형평운동기념탑을 비롯한 기념물 설치에 대한 의견

역사성을 지닌 기념물의 설치는
 ‘역사의 현장에 세워야 한다’는 대전제를 어길 경우
기념물의 역사적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고 생각합니다.
토론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형평운동기념탑과 농민항쟁기념탑, 연지사종탑 이외에
현재 충무공 이수일장군의 사당인 충무사 설치, 논개동상 설치,
위안부소녀상 등의 기념물을
진주대첩기념광장에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념물만 조성된다면
진주의 역사와 문화 광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현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진정한 ‘진주의 역사와 문화 광장’으로 조성하고자 한다면
주체, 호의, 평등정신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생성과정에서 형성된 진주정신을 반영하는 기념물들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주의 얼을 대표하는 진주의 인물을 비롯해서
전국지방예술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 진주소년운동발상지 표지석,
기생걸인독립운동,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당시의 의병활동 등도
반드시 조성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진주의 역사와 문화광장이 된다고 본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광장이든 진주대첩기념광장이든간에
기념물의 조성에는 반드시 기준과 원칙이 제시되어야 하며,
기념물은 반드시 역사현장에 세워져야 한다는 점을 숙고해야 한다.
기준과 원칙이 없는 기념물의 조성을 허용한다면,
수많은 역사적 요구에 직면할 것이고,
현재의 광장 전 구역에 기념물을 세워도 모자랄 것이다.




-역사문화관에 대한 토론 요지

역사문화관 설치에 대한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한다.
다만, 어떻게 꾸밀것인가에 대한
선행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역사문화관의 내용은
진주시립박물관 건립을 통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으며
진주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관련 시설(청동기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과의 중복을 피해야 하는 점도 감안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물을 비롯한 전시물의 확보에 대한 사전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피상적이거나 수박 겉핥기식의 역사문화관 건립을 지양되어야 한다.



-예술문화관  설치에 대한 토론 요지

예술문화관을 민속예술문화관과 교방예술문화관으로 만들고
상설공연장을 만들자는 토론문에 대해서는
기존 공간의 중복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공연 및 계승, 발전을 위한 전통문화예술 공연장인
진주시전통예술회관과 상설공연장이 있고,
진주오광대 전수교육관 등이 소재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문화관의 설치보다는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기존의 진주시전통예술회관과 진주오광대 전수교육관의 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결론

진주대첩기념광장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열린 토론회는
‘진주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차이를 좁히고,
‘진주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백년지계라는 엄중한 사실임을
확인하는 토론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번 열린토론회가
진주시민들의 공감대 확산에 대한 노력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적절한 시기와 확고한 명분,
충분한 시간을 갖추었더라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진주정신에 부합하는 진주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