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의 현장(11월 16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논단은 어떤 내용입니까?

▲ 진주 삼천포 농악이 명칭변경 문제를 놓고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진주 삼천포 농악의 발전에 두 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열악하다는데 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명칭변경을 놓고 지자체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진주 삼천포 농악의 명칭변경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진주사천포 농악 하면 좀 낯설어 하실 분이 많으실 것 같은데 소개부터 좀 해주시죠?

▲ 진주삼천포 농악은 경상남도 전역에 내려오는 농악으로 한국 농악 중 제일 먼저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농악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진주와 삼천포지역에서는 정초에 집집마다 돌면서 굿을 치는 지신밟기와 여름철에 김을 맬때 진주농악과 삼천포농악을 많이 쳤다고 합니다.
진주삼천포농악의 특징을 보면 지금은 널리 보급되었지만 뛰어올라 허공에서 재주를 넘는 농악무의 한 기교인 연풍대와 지반뒤집기 같은 묘기는 진주삼천포농악만이 가지고 있는 특기였습니다.
그리고 가락이 빠르고 남성적이지만 일반 농악과 달리 북놀음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진주와 삼천포를 비롯한 서부 경남 농악의 특징이고 이러한 점은 밀양이나 경북농악과도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곧 진주삼천포농악의 보존가치가 얼마나 높은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무형문화재에 지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주삼천포농악은 지난 1966년 6월 29일 중요무형문화재 11-1에 지정되었고 현재 진주삼천포농악보존회에는 인간문화재가 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활발한 공연활동으로 진주삼천포농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진주삼천포농악보존회가 진주와 삼천포라는 지역명을 빼고 새로운 이름을 짓기로 하면서 진주삼천포농악의 현주소에 대한 성찰과 향후 발전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진주삼천포농악에서 진주와 삼천포라는 지역명을 빼려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보존회에서 명칭변경을 결정한 근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열악해 현상황으로는 단체를 운영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에따라 보존회는 지난 7월 임시총회에서 진주삼천포 12차 농악의 명칭변경 안건을 결의하고 세 가지 명칭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한 뒤 명칭을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존회가 제시한 명칭은 1순위로 12차 농악, 2순위는 사천 12차농악, 3순위는 영남 12차 농악입니다.
이에대해 문화재청이 지역명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지역명칭이 들어간 사천 12차 농악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같은 명칭변경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진주삼천포농악보존회 역시 농악의 전통성을 잇는 부분에서 진주라는 명칭을 빼버리는 점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진주와 삼천포라는 두 지자체의 이름으로는 어느쪽에서도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최종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국 진주삼천포농악의 명칭 변경은 진주시와 사천시의 재정지원 인색이 야기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존회의 이번 명칭변경 시도에 대해서 일면 이해는 가지만 역사성과 정체성을 뒤로 한 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진주삼천포농악은 어느 한 지역의 소유물이 아닌 경남의 전통문화유산입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때 역사성과 정체성을 버릴 수 밖에 없는 근본이유가 재정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진주삼천포농악의 계승발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수관 운영이나 각종 행사비의 부족에 따른 애로에 있다면 더더욱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진주삼천포농악에 대한 지자체간 원조논쟁까지 가세되고 있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사천시의 경우 농악의 발상지가 사천시 남양인데도 지금까지 진주라는 지명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예산지원이 부담스러웠고 사천시에서 지원하는 만큼 진주라는 지역명칭을 빼는 것은 당연하다는 천박한 발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만약 진주삼천포농악의 명칭변경이 이처럼 편협한 시각에서 시도됐다면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진주삼천포농악을 이끌어 온 사람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문화유산은 해당 지자체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사람들의 것도 또한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자신의 것도 아닌 경남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돈 때문에, 혹은 자신들의 좁은 가치관에 가둔채 마음대로 바꾸어 버린다면 이 땅의 문화예술이 설 곳은 그 어디에도 없게 될 것입니다.
이번 진주삼천포농악 명칭변경을 계기로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의 보전과 계승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