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의 현장(4월 9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문화예술분야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주제는 뭡니까?

▶ 사천시가
조선시대 유학자인 구암 이 정 선생의 사상과 학문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개최한 구암제 행사가
기존 문화예술축제와 차별화되지 못한 것은 물론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구암제에 대한 축제 평가와 함께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구암제가 어떤 행사인지부터 알려 주시죠?

▶ 구암제는 사천의 유명한 유학자인
구암 이정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는 역사인물축제로
지난달 27일 사천공설운동장 일원에서 28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사실 구암제는 그동안 학술세미나 형식으로 개최해 왔지만,
2009년 7월 구암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축제형식을 갖춘
역사인물축제로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주요행사를 보면 조선시대 과거 재현을 비롯해
어가행렬 재현, 삼일유가행렬, 학술세미나 개최 등
전통문화체험과 함께
각종 경연대회와 문화단체 공연, 전통문화체험 행사 등의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과거 시험 재현 행사와 어가행렬 재현의 경우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화컨텐츠여서
사천을 비롯한 인근 시․군의 문화예술가들이 행사장을 찾는 등
상당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 행사내용면으로 볼때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는 말씀인데,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어떻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구암제는 분명히 지역의 역사인물을 주제로 하는
역사인물축제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문화예술축제와 차별화되지 못한 평범한 지역축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가 나오게 된 주 원인은
구암제가 가지고 있는 행사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고,
오히려 기존의 지역축제를 답습했다는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사실 역사인물 축제는 지역의 문화를 주도해
그 지역의 정체성을 마련하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한 인물을 기리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예를들면 산청군의 남명제나 진주의 논개제,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이순신 관련 축제 등이
뚜렷한 주제와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최된 구암제는
축제의 규모 확대와 형식의 변화는 추구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기존의 학술세미나에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일부 문화관련 컨텐츠를 덧칠한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하면 구암제가
구암 선생의 학덕을 기리는 행사에 초점을 두었다기 보다는
기존의 지역축제 따라하기에 몰두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구암제 행사 가운데 그나마 주목을 받았던
조선시대 과거재현 행사와 어가행렬 재현 등의 행사도
재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지역의 문화단체와 지역단체 공연은 물론이고
청소년백일장 등 기존 문화예술축제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해
구암제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담보해 내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 구암제가 대표적인 역사인물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현재 전국의 축제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한가지 모순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축제들이
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보여주기식 축제에 전전긍긍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축제에 개입할 경우
이같은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번 구암제 역시 사천시가 무려 1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볼거리 즐길거리에만 집착하는
고질적인 지역축제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만약 앞으로도 구암제가 이같은 축제를 답습할 뿐
사천의 와룡문화제와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옥상옥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구암제는 구암 이정 선생의 학덕을 기리는 축제입니다.
따라서 구암제는 구암선생의 학덕과 정신을 기리는 행사에
초점을 맞춰 주제가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구암제의 취지에 맞는 축제 컨텐츠를 개발해 내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사천시민들의 가슴속에 구암선생의 정신이 새겨지고,
교훈이 되는 축제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암제 추진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교훈 삼아서
구암 이정 선생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구암제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엄격한 자체평가의 시간을 갖고
보다 나은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