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의 현장(1월 29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매주 금요일은 문화예술분야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의 논단이 준비돼 있습니다.
황위원님!

○ 오늘 논단 주제는 뭡니까?

▶ 최근 지자체마다 역사인물을 찾아내서
이를 브랜드화 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역사문화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역사인물을 둘러싼 지자체간 이해관계와
지분싸움이라는 해묵은 과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올바른 역사문화컨텐츠 활용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도내 지자체들의 역사문화컨텐츠 활용 현황은 어떻습니까?

▶ 잘 아시다시피 경남도에서는 경남을 대표하는 인물로
이순신을 내세워 '이순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창원에서는 최윤덕 장군을
창원을 대표하는 역사인물로 세우기에 여념이 없으며
진주는 의기 '논개'를 캐릭터화해서
진주의 얼굴로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각 지역별로 지역의 대표인물이라기 보다는
지역을 잘 홍보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을 활용한 각종 축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문화컨텐츠를 활용한 여러사업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해당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인물을 발굴해내고
지역을 알리는데 선봉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지역민들의 정체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때도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해묵은 과제가 있습니다.
즉 지자체가 밀고 있는 대표인물 혹은 컨텐츠가 중복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과
과연 이들이 지역의 대표인물로 손색이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사인물을 컨텐츠로 한 사업은
‘다른 지자체와의 갈등을 줄이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의 선택’이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입니다.

○ 구체적 사례와 함께 대안도 좀 제시해 주시죠?

▶ 경남도가 밀고 있는 이순신 프로젝트의 경우,
과연 이순신이 온전히 경남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사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활동지역이
남해안 전역에 걸쳐져 있어
경남에서만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실제로 남해를 끼고 있는 전남에서도
이순신의 지분을 주장하고 있고
이순신의 출생지인 충남 아산 역시
그 지역의 대표인물을 쉽게 내놓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더군다나 전국적으로 이순신 관련축제는 7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과연 이순신이 경남의 대표 역사인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논개 역시 오랜 기간동안
지자체간 미묘한 신경전의 가운데에 놓여 있는 인물입니다.
임란 당시 논개가
진주성 의암에서 왜장을 껴안고 죽었다는 사실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전북 장수군은
논개의 출생지임을 주장하면서
논개와 관련된 각종 사업들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진주와 달리 장수군의 경우에는
논개를 대표 인물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역사인물을 둘러싼 지자체간의 이해관계와 지분다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역사인물을 콘텐츠로 한 사업에서는
 '다른 지자체와의 갈등을 얼마나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사실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이순신프로젝트의 경우,
경남도의 추진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과연 경남도민들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도민들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보다는
경남도의 의지만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그 어떤 관련사업이라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실제로 이순신을 경남의 대표인물이라고 말하기는
어색하다는 것이 문화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그리고 추진하는 사업들 역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순신 프로젝트'는 다년간에 걸친
인프라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추모·평화공원, 광장·테마마을 조성 등
눈에 보이는 건축물을 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남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이라면
경남도의 정신적 가치와 잘어울리는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볼때 역사문화콘텐츠를 활용하고
이를 발굴해 내는 작업은 좋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업시작 이전에
과연 지역의 역사적 대표인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련사업 역시 기존의 축제와 같이
나열하기, 이벤트식,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자료 쌓기와 연구가 선행되어
사업이 단절되지 않고
연속성이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