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3월 27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매주 금요일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논단이 준비돼 있습니다.
황경규 객원해설위원과 전화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주제는 뭡니까?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축제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지나치게 많은 축제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아래 돈만 잡아먹고 효용은 떨어지는 축제를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잘라내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축제 다이어트 무풍지대인 경남의 축제 통폐합의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보겠습니다.

○ 소위 축제 다이어트가 최근의 경제위기와 화왕산 참사를 계기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전국적인 현황은 어떻습니까?

▶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축제 수로만 따지만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축제 공화국’입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개최된 축제 수만해도 934개에 이르고 광역자치단체는 1개당 58.4개의 축제가 열린 셈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20개, 강원도가 110개, 경남이 91개, 경기․충남이 87개로 특히 이들 지역에서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매년 수 십 억원의 행사․축제경비를 집행하면서도 각 축제마다 뚜렷한 색깔이나 특색없이 일선 지자체의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소비성 행사로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축제에 대한 재조명과 통폐합에 대한 논의는 그치지 않고 계속돼왔습니다.
더구나 최근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국의 지자체들이 너도 나도 축제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만화페스티벌 등 3개의 축제를 폐지하거나 격년제로 개최하기로 했고, 대구는 남구 대덕제는 취소하고, 달서구의 ‘달서구민의 날 대축제’와 ‘누리복지축제’를 통합했습니다.
대전은 한밭문화제를 폐지한 후 시민참여형 축제인 H2O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고, 강원도는 태백시의 눈축제 등 9개 축제를 3개 축제로 축소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충남은 축제육성위원회를 통해 87개 축제를 2011년까지 60개로 통폐합하고, 경북은 115개 축제를 52개로 통폐합, 전남은 1시군 1축제를 원칙으로 하는 축제 수 조정에 나섰으며 제주는 50개 축제를 25개로 통폐합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지자체들이 이러한 축제 통폐합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축제나 적어도 국내를 대표할 수 있는 축제가 아니면 과감하게 없애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역경제 파급 효과와 지역민의 화합효과 등을 따져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지역축제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 경남지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경남지역의 경우, 화왕산 참사를 계기로 축제의 통폐합에 대한 목소리가 지금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남도 역시 도내 축제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고, 의회차원에서도 지역 축제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권유하고 있지만 축제 통폐합에 대한 논의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근 창원시가 경제위기를 이유로 시의 대표축제인 창원 페스티벌을 취소하는가 하면 중요무형문화재인 창녕의 영산쇠머리대기와 줄다리기 시연회가 간단한 행사로 마무리되었을 뿐 다른 시군에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처럼 경남도에만 축제 다이어트 무풍지대가 되고 있는 이유는 경남도의 축제 통폐합 추진 의지가 구호성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남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도내 축제의 통폐합을 유도하겠다고 수차례 공언을 했지만 지금까지 시군에서는 축제 통폐합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습니다.
이처럼 경남도의 구조조정 의지에 비해 시군의 호응도가 낮은 이유는 경남도가 통폐합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축제 예산 지원 혹은 밀어주기가 해당 지자체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도내 대대분의 축제는 사실상 단체장의 치적 홍보에 치우쳐 있는 상황으로 봐도 무방하고, 예산 역시 지자체 자체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경남도가 지원하는 코끼리 비스켓 정도의 예산으로는 축제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처럼 축제 통합을 위한 축제위원회 발족을 통해 통폐합에 대한 여론수렴이나 강제성을 띠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년 선거를 앞 둔 시군 단체장 스스로 축제를 통폐합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쇠 귀에 경 읽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남도내 축제의 운영구조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논의도 절실한 실정입니다. 도내의 축제 대부분은 이미 축제를 통해 소위 밥을 먹고 사는 일자리 개념으로 정착된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축제의 통폐합은 곧바로 실직이라는 등식으로 연결돼 사실상 시간이 갈수록 통폐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축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이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남도는 축제 통폐합에 대한 의지를 말로만 생색낼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현실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도민들의 여론수렴을 통해 지금부터 ‘축제 다이어트’를 위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