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11월 7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매주 금요일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논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입니다.
황위원님!

○ 오늘 주제는 뭡니까?

▶ 2008 코리아드라마 페스티벌이 지난 5일 막을 내렸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4년 전이나 올해나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수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도 없었고,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2008 코리아드라마 페스티벌에 대한 평가의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전체적인 평가는 어떻습니까?

▶ 일부에서는 이러한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진주같은 곳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을 만나보는게 싶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이런 갈증은 해소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소위 문화의 변방지대로 불리는 지방의 여건상 이러한 축제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지역민들에게는 고급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 십 억원이 투입되는 이 축제가 당초 가고자 했던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국비와 도비, 시비를 합쳐 지난 3년 동안 6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연예인 초청 무대와 일회성 행사로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당초 조직위원회는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드라마와 한류, 문화산업, 문화컨텐츠를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주를 한류 드라마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은 미래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고 예산만 낭비하는 일회성 축제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난 2005년 처음 드라마 페스티벌을 진주에서 개최한다고 할때 가장 많은 질문을 한 것이 진주와 드라마 페스티벌과의 연관성 문제였습니다. 지역의 축제들이 그 지역의 문화나 역사 등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드라마 페스티벌은 당시만 해도 전혀 엉뚱한 발상이었습니다.
진주가 역사와 문화적인 자원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칸느에 버금가는 드라마의 중심지로 만들 수 있다고 막무가내로 밀어 부칠때만 해도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행사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은 정치적인 어용축제가 되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평가할만 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 세부적으로 조금 살펴봐 주시죠?

▶ 지난해 행사에 투입된 예산은 33억 4천만원입니다. 이 예산의 예산집행 내역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독 행사에 초청된 유명배우와 가수에게 1억 5천만원, 행사장에 깔아 놓은 레드 카펫을 한 번 밟아준 배우에게도 7백만원, 우수 배우로 선정된 수상자에게 5백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연예인의 출연료만 전체 예산의 12%에 이르는 4억여원이 들어갔고, 나머지 예산은 대부분 이들 행사를 빛내기 위한 무대 장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홍보비 4억 4천만원, 드라마와 관련없는 지역공연 행사에 2억5천만원 등 예산은 이렇게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드라마 캐릭터 시장 100만원, 드라마 국제포럼 4천 4백만원 등 한국 드라마 시장을 육성시킨다는 당초 취지와 걸맞는 행사에 대한 투자는 채 1억원도 되지 않습니다.
한때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직위원회에서는 올해 행사에 30만명이 다녀갔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행사장을 갔다온 사람이라면 전혀 믿을 수 없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며, 이 막대한 예산들은 유명연예인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대부분 외지로 유출되고 지역에 도움이 된 부분은 한마디로 조족지혈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축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민의 화합과 문화상품 개발에 이은 지역경제활성화로 까지 이어지는 유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은 이러한 유기적인 구조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정체성도 없고, 문화상품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연예인들을 불러서 북치고 장구치고 한 번 놀아보자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노력들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고 화려한 불꽃 쇼를 여는 것만으로 진주가 한류 드라마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드라마 페스티벌은 지난 4년동안 한결같이 진주가 칸느에 버금가는 한류 드라마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년 역시 올해와 다름없는 행사가 이어진다면, 드라마 페스티벌에 대한 평가는 결코 좋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조직위원회는 명심하고 내년 행사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