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9월 12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황경규 객원해설위원과 전화연결했습니다.
황위원님!

○ 오늘 주제는 뭡니까?

▶ 지난 5일 진주출신 작곡가 이상근기념사업회가 출범한 이후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이상근음악제가 개최됩니다. 진주시의 역량이 총결집되고 다른 기념사업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주변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이상근 음악제를 앞둔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 일단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예술인들을 기리는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주지역에서 문화예술인들의 기념사업회 조직이나 기념사업은 예산부족 때문에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계적인 미술가인 내고 박생광 화백의 경우, 그 지명도에 비해 지자체의 관심이 거의 없어 100주년 기념사업을 얼렁뚱땅 해치웠고, 얼마전 개천예술제의 창시자인 파성 설창수 선생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파성문학상 부활을 주장하던 지역의 원로 문인들은 상금 천만원이 없어 문학상을 부활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반면 이상근 음악제의 경우 진주시에서 주도하면서 무려 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하고 이번에 기념음악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5일 기념사업회가 조직된 이후 음악제를 준비하면서 유급 직원 2명에 국비와 도비 그리고 시비를 합쳐 2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기념사업회 이사진들도 지역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진주의 유지들이 거의 총망라돼 진주시의 역량이 총결집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상근 음악가의 지명도가 내고 박생광이나 파성 설창수 등에 비해 낮고 진주시민들도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같은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계는 어리둥절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행사 프로그램을 접한 지역의 언론인들도 오히려 이상근이 누군지를 되묻는 상황에서 무려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소식은 특정인에 대한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주시가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브랜드를 높이고자 했다면 진주를 대표하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누구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절차를 밟아야 옳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진주시의 문화행정이 지명도도 높고 지역문화발전과 예술적 업적이 높은 예술인들을 오히려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 향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기념사업 추진에 있어 진주시의 추진방향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진주시로서는 이상금 음악제에 무려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선례를 남긴 만큼 지역에서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의 예산지원 신청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지역에서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 조차 잘 모르는 이상근이라는 음악가에 대해 막대한 예산이 지원됐는데 지명도도 높고 그동안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근근히 기념사업을 추진해왔던 단체들의 경우 선례에 따라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만약 박생광, 설창수, 오제봉, 정명수, 이용준 등 기라성 같은 진주의 문화예술인을 위한 사업에 이상근 음악가 못지 않은 예산을 지원해 주지 않는 다면 진주시는 많은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한편으로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기대를 갖는 이유는 그동안 진주시의 문화행정이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진주시의 입장에서는 충분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균형있게 지원을 해왔다고 생각하겠지만 기천만원의 예산이 없어 그동안 개최하던 행사를 접어야 했던 일부 단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충분한 예산지원이 있었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만약 앞으로도 이상근 음악제에만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고 다른 기념사업회는 외면하는 행정을 펼친다면 진주시의 문화행정은 특정인을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상근 음악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아래 행사는 무사히 잘 치러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숨겨져 왔던 이상근 음악가에 대한 예술적 업적을 발굴해 내는 시도도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위대한 문화예술적 업적에 비해 예산 때문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진주의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기념사업들도 향후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근 음악제를 계기로 균형잡힌 진주시의 문화행정이 빛을 발해 문화예술의 도시 진주가 더욱 명성을 떨쳐 나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