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10월 23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매주 금요일은 문화예술분야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의 논단이 준비돼 있습니다.
황위원님!

○오늘 논단주제는 뭡니까?

▶ 이른바 축제의 홍수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어쩌면 화려한 대형축제,
그리고 눈으로 보는 축제에만 길들여져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소박하고 작지만
신나게 즐기고 놀 수 있는 축제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보는 축제와 노는 축제는 분명 다를텐데, 지역에서는 어떤 축제들이 있습니까?

▶ 먼저 보는 축제라고 하면
진주에서 개최되는 남강유등축제나 개천예술제 등
대형 축제들을 예로 들수 있겠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들 축제들은 노는 축제라기 보다는
관람객 입장에서 보는 축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는 축제는
골목길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문화향수를 직접 느끼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골목길 페스티벌과
일반성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개최하고 있는
가을속의 음악과 그림전,
그리고 이반성면 평촌간이역 축제 등이 있습니다.
먼저 내일부터 10월 마지막날까지 개최되는
제2회 골목길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골목길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대형광장이나 대형무대가 설치된 곳에서 개최되는 축제가 아닌 골목길에서 열리는 축제입니다.
축제의 무대는 진주 동성동와 대안동에 위치한 골목길과
그 골목길에 입주한 상업 공간들이 바로 축제장소입니다.
이 지역은 나름대로
진주에서 문화활동을 꾸준하게 이어오는 공간들로
이번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을 통해서
흩어져 있던 작은 문화공간에서
골목길로 이어지는 큰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유흥공간의 문화적 활용과 열린 문화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이 예술 창조자로 참여하는
기회와 예술과 문화를 통한
도심재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로
지난해에는 ‘어두운 골목에 예술의 빛을 밝히다’라는 슬로건으로 진주 구도심 골목에서 처음으로 골목길 페스티벌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 골목길 페스티벌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들은 어떻습니까? 다소 생소하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한데요.

▶ 사실 진주처럼
관주도의 축제에 길들여져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풍성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어야
축제하는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분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사실 골목길 페스티벌은 홍보가 미약하고 열악한 재정으로
행사를 개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골목길 페스티벌은 골목길만이 가진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연히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시던 곳이기도 하며
가족들과 함께 쇼핑을 하는 장소 역시 골목길입니다.
따라서 골목길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삶의 공간 그 자체입니다.
골목길 페스티벌에서는 별도의 약속을 잡지 않고도
그냥 작가들과 쉽게 만날 수 있고,
차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대화도 할 수 있으며
그 자리에서 그냥 질펀하게 놀면 되는 축제입니다.
대형축제가 주는 낯설음이나 혹은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가고 싶은 곳을 가 볼 수 있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골목길 페스티벌이 가진 매력인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전에는 일반성면 주민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마련한 가을속의 음악과 그림전이라는 작은 축제가 개최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의 축제였습니다.
이 축제는 가을걷이를 끝낸 지역농민들이
한바탕 신명을 풀어내는 축제로
기존의 축제들처럼 보여주고 구경하는 축제가 아닌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함께 참여해
함께 어우러지는 주민들의 축제였습니다.
그리고 주목받고 있는 축제는 다음달에 개최되는
이반성 평촌간이역 축제입니다.
올해는 경상남도수목원에서 행사가 치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축제 역시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활성화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로
농촌을 생태와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농촌을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 만들고자 기획된 축제입니다.
골목길 페스티벌과 이반성면의 가을속의 음악과 그림전,
그리고 평촌 간이역 축제는
비록 규모면에서는 대형축제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하지만
향후 축제의 올바른 발전 방향,
혹은 지역 축제의 인프라 확충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것으로 보입니다.
내일부터 개최되는 골목길 페스티벌에서 가을의 정취와 함께
작은 예술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