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6월 3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문화예술부문 황경규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논단 주제는 뭡니까?

▶ ‘매운 충절 반듯하게’라는 주제로 개최된
진주논개제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논개순국체험행사’가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충청지역 모 일간지 논설위원이
프로그램에 대한 찬반논란 수준을 넘어서
논개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
말썽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기고문에 대한 반론과 함께
논개정신 선양의 올바른 인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일간지 기고문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충청매일의 류경희 논설위원은
‘논개제의 기생순국체험’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기생 논개가 왜장과 함께 남강에 투신하여
순국한 것을 재현한 프로그램이라니,
뭐하자는 짓거리인지 숨이 턱 막힌다.
투신이 순국이었는지도 논개만이 알 일이다”
만약 논개제에서 마련한 논개순국체험행사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만의 논리로
호불호를 가리면 될입니다.
그런데 기고한 글을 보면
논개의 순국사실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투신이 순국이었는지 논개만이 알 뿐이다’라는
일방적인 그의 결론에 이르러서는
무책임한 지식인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전개도 논리정연하지 못하거니와
논개에 대한 그의 지식도
한마디로 ‘무식함’ 그 자체였습니다.
논개를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최경회의 후처라고 지적한 것은
진주시의 주장이 아닌
장수군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남편이 전사하자 촉석루 승전연에 참석해
일본군 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미 수년 전에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연구자들에 의해 규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워들은 얄팍한 지식을 마치 자신만이 아는 것처럼
사실화하는것은 스스로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이 없음을 이번 기회에 깨우쳤으면 합니다.
어떤 글도 자신의 주장을 담아 쓸 수는 있지만,
만약 정확한 역사적 사실,
혹은 역사적 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카더라’식의 글이라면
이보다 더한 비판을 받아도 마땅할 것입니다.

○ 논개의 순국사실을 근본적으로 부정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논개제의 ‘논개순국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은
거의 한 줄에 불과한 반면
글의 대부분은 논개의 역사적 사실을 의심하거나
순국의 의미마저도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논개의 순국사실에 대해 그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전리품에 끼어 왜장의 노리개가 될 위기에 처한 논개가 강탈자와 절망적인 사투에서
자신을 지키려다 희생됐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지금까지 논개의 순국사실에 대한
역사적 규명 노력은 많았지만,
이처럼 논개의 순국정신의 근본을 뒤흔드는
근본없는 주장은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의 이러한 주장이
어떤 기록에 근거한 추론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다면,
기고문 게재이후 제기되는 어떠한 종류의 비판도
마땅히 감수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수군의 논개선양회에서 이 글을 봤다면
아마 이보다 더한 비판이 쏟아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논개의 전설화가
정치적으로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단정을 짓고 있습니다. 인조반정 이후, 중앙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지방의 지배세력들이
진주를 충절의 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논개를 순국의 의기로 발굴했고,
진주지방의 상징이 된 논개의 충군애국은
치밀한 계획에 의해 재구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논개에 대한 수많은 연구중의
한 가지입니다.
다시말하면 논개의 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마치 자신의 주장인것 처럼
사용하는데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주장은 그가 말하고자 했던
논개순국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는
그 맥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논리의 전개가 일목요연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진주에서 개최되는 논개제는
의기 논개의 순국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려
그 정신을 잇자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논개순국체험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진 프로그램입니다.
이제는 의기 논개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규명보다는
선양에 노력해야 한다는 또다른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류경희 논설위원은 글의 마지막에서
‘투신체험이 아닌 순국체험이라는
집행위원장의 변명이 더 가관’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논개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집행위원장의 작은 노력보다 ‘충청정론’이라는 이름아래 쓰여진 그의 글이
더 가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