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의 현장(4월 8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문화예술부문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사망을 계기로 제정된
‘예술인 복지법’이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데도
지역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남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최대 예술가 단체인
경남예총은 그 흔한 성명서조차 채택하지 않고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예술인 복지법 통과를 위한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경남도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예술인 복지법이 어떤 것인지 먼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예술인 복지법 제정안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죽음을 계기로
2009년 10월 한나라당 정병국의원과
민주당 서갑원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입니다.
이 법안은 예술인에게 법적으로
근로자나 유사 근로자의 신분을 보장해서
국민 4대보험 가입 대상자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직업예술인이 갖는 불안정한 수익구조나
활동의 비연속성을 고려해
활동지원 기금을 마련하거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상임위에 제출되자
정부의 각 부처들이 일사분란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예술인’이라는 개념이 포괄적이고
예술인단체의 난립과 국가예산낭비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근로인정문제에 대해서도
고용관계가 없는 사람에 대한 근로자 지위인정은
법 적용의 혼란을 초래한다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예술인복지재단의 신설부분에 대해 타 업계종사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고용노동부는 공적자원을 매개로 한
실업급여와 퇴직급여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정부 부처의 반대로
예술인 복지법은 현재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지만 최근 정병국 문화체육부장관이 취임식에서
법추진의사를 밝히면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예술인 복지법 추진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먼저 법무부가 문제제기한
예술인의 근로자 지위인정 문제입니다.
예술인의 경우, 개인적인 창작활동을 하기 때문에
고용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할 경우 엄청난 법 적용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예술인이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예술인은 근로자가 되고,
사용자는 정부로 볼 수 있다면서
법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담당부처 장관의 법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적지 않습니다.
앞서 제기된 예술인복지법의 수혜대상과 기준 등에 있어 많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 무상급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문제와 같이
예술인의 복지문제가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든 예술인이 배가 고프다는 점을 이유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 배부른 예술인은 제외하자는
선별적 복지론도 분명히 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논란을 겪겠지만,
법안이 만들어지고 난 뒤
여전히 정보에서 소외된 예술인들의 복지가
보장될지도 의문입니다.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관련해
풀어나가야할 문제도 많지만
정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의 무신경한 태도입니다.
경남문화예술계를 대변하는 최대 예술단체인 경남예총은 예술인복지법과 관련해
지금까지 그 흔한 성명서 한 번 채택하는 일이 없이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록 정부부처의 반대로
법제정의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더라도
경남예총이 경남의 문화예술인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정부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될 경우
법 추진과 시행과정에서
지역예술가에 대한 배려는 분명히 부족할 것입니다.
결국 지역보다는 배고픈 서울지역 예술가들에게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문화체육부장관이 법 추진 의사를 제기한 상황에서
경남예총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목소리를 담은
의견을 충분히 정부에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경남도 역시 관련법 제정에 있어
지역의 예술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법안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서
지역에서도 배고픔과 생활고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예술을 포기하는 예술인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