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의 현장(2월 4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문화예술부문 황경규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논단 주제는 뭡니까?

▶ 최근 모 언론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비록 단편적이긴 하지만
진주시의 문화예술정책 방향과 축제정책에 대한
진주시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진주시의 문화예술과 축제는
오로지 2차산업 중심의 개발논리에 밀려
문화예술의 자립만을 강요받는
미운 오리새끼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토론회에서 드러난
진주시장의 눈에 비친 문화예술과 축제정책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진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진주시장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 먼저 진주시장이 갖고 있는
진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의 편협성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주시장은 토론회에서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단정지어 말했습니다.
현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하고
진주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부 혹은
대부분의 예술계를 염두에 둔 발언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진주시의 순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뛰고 있는
많은 진주의 문화예술인들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수세기동안
진주시가 경남의 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하기 까지 정열을 바쳐
진주의 문화예술에 헌신한 문화예술인들을 평가절하하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었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발언의 의미를 굳이 축소해서 생각해도 이 발언은
현 진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진주시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발언이자, 진주의 문화예술과 축제의 미래가
향후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진주 문화예술에 대한 현 진주시장의 인식은
소년소녀합창단의 해체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소년소녀합창단 해체와 관련한 진주시장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일단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가
소모성 예산집행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관련한 발언의 전체 맥락은 여전히
2차 산업 중심의 개발만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진주시 예산의 집행에 대한
진주시장의 소신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산에 대한 진주시장의 인식을 정리해 보면
‘예산의 효율성이 곧 예산투입의 우선순위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주시장의 발언을 달리 해석하면
문화예술에 투입되는 예산이 그 만큼의 효율성을 갖지 못할 경우 문화예술에 투자되는 예산은
절대로 우선 순위가 되기 어렵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투입되는 족족
그 예산만큼의 효율성을 직접 드러내는
일반 예산투자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논하면서
예산의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정상적인 인식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 진주의 축제에 대한 입장은 어땠습니까?

▶ 진주의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당연히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진주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을 뒤집어 보면
현재로서는 진주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에
축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진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축제 역시 자립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전국의 수많은 축제들이 지자체장의 입김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된 것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축제의 자립이야말로
예산지원에 뒤따르는 행정의 집요한 간섭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론회 내내 이른바
새로운 산업 유형으로서의 축제발전에 대한 청사진은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 내내 문화예술은 물론이고 축제 역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기조의 발언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즉 축제의 자립필요성만 계속 강조했을 뿐
진주의 축제가 자립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에 대한 발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내에 진주의 문화예술과 축제에 대한
진주시장의 의지를 한꺼번에 살핀다는 것은 사실 무리입니다.
그리고 단편적인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진주의 문화예술계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토론회 내내 이어진 진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진주시장의 발언들은 진주시의 미래인
진주의 어린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교육예산과 관련해서도
‘교육자치시대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면 안된다’라고
강변하는 모습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진주시장의 인식 역시
문화예술분야와 틀린 게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문화예술이건 교육이건
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주시는 지금 돈을 어떻게 많이 벌것인가가 문제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곧 기업유치 이외에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의 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진주시를 바라보면서
과거 7~80년대 개발독재가 남긴 유산을 떠올리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로지 경제에만 전력투구할 뿐
나머지를 뒤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는 진주시정이 되고 만다면 과연 진주의 미래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진주시장의 발언이 진주의 문화예술과 축제는 물론이고
진주시의 전 분야에 걸쳐 고분분투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는
아름다운 오해였기를 진정으로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