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12월 9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문화예술부문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논단 주제는 어떤 내용입니까?

▶ 이상근 국제음악제가
자생적 순수 음악제로 재탄생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지금처럼 자치단체에 전적으로 예산을 의존한다면
특정 마니아 만을 위한 음악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이상근 국제음악제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 올해 이상근 국제음악제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 4년전 이상근 음악제가 개최될 당시에만 해도
이상근이라는 작곡가는 진주의 젊은 음악인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었고,
음악제 개최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이상근 작곡가는 진주출신이지만
부산을 주무대로 활동했기 때문에
굳이 진주가 나서서 이같은 음악제를 개최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진주 문화예술인의 발굴측면이나
진주 문화예술축제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때
하나 정도의 음악제는 필요하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지난 2008년 제1회 이상근음악제가
진주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이상근 국제음악제는
시민들의 외면속에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에 당면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었지만
결국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일에는 실패했습니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은 이상근 국제음악제는
그간 지역에서 제기되어 온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관객들의 눈높이를 의식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음악제에는
전체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준비과정에서부터
관객을 배려하는 노력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특히 예술정신 계승 노력의 일환으로 치러진
작곡 콩쿠르를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 작곡가는 물론
스위스 출신의 외곡 작곡가를 심사위원으로 구성해
공정성과 권위를 높였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작곡가의 밤을 통해
국내외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함으로써
다양한 작품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음악제 역시
이상근 음악제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문턱을 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 클래식의 대중화 문제가 곧 이상근 음악제의 성공과 결부되어 있다는 건가요?

▶ 불행하게도 그렇습니다.
클래식 문화의 토양이 척박한 진주에서
처음 시도된 음악제 치고는
그 준비과정이 너무나 허술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작곡가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도 아니고,
음악 역시 낯설다는 이 두 가지 난제에 대한
대안 마련도 없이 무작정 시도된 것입니다.
일부 지역의 음악가들은 환영의사를 보였지만
대부분은 음악제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고,
그러한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올해로 4년째 음악제를 개최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는 다소 높아졌지만,
이제는 음악제 운영전반에 대한 고민 부족과
기획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최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악제의 일정과 연주회 장소
그리고 공연진행 시간에 대한 안배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국제 음악제를 추구하면서
인근 도시 혹은 전국의 음악전공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관심 유도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고
대외적으로 국제 음악제를 표방하는 문제에만 집착해
정작 지역의 클래식 대중화에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상근 국제음악제가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주최측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년 내내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음악제 기간을 통해서
클래식 대중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판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를들면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심포지엄 개최를 통한 홍보활동은 물론이고 음악제가 끝나고 나면
반드시 자체 평가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음악제 개최 예산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정자립 방안 역시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입장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주최측도 잘알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이상근 국제음악제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에 동감하는 진주사람들을
후원자로 만드는 방법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근 국제음악제 역시
진주의 다른 문화예술축제 처럼
재정자립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상근 음악제가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