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어떤 내용입니까?

▶ 사적 제118호인 진주성은 관광지가 아닌
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적지입니다.
그런데 진주성안에 있는
수령이 400년에서 500년 이상된 나무앞에는
역사적 고증도 없이 단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는 이유로
논개나무, 김시민나무와 같은 엉터리 안내판이 붙어있습니다.
오늘은 진주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진주성 불가사의'로
비웃음을 사고 있는
진주성안의 오래된 나무에 붙여준 이름과 안내판이
오히려 역사적 인물의 이미지는 물론 진주성의 역사성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불가사의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인데, 진주성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 진주시는 지난 2000년 5월,
진주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수령이 500년 이상된 73그루의 고목에
지역출신 명사들의 이름이나 지명을 붙여주는 사업을
추진한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진주성 안에 있는 4그루의 나무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그 나무들이 이름을 갖게 된 이유가 그야말로 불가사의합니다.
우선 진주성 안 호국의 종각 옆에는
논개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500년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안내판을 읽어보면 너무 허무해서
쓴웃음을 짓게 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성안의 부녀자들이 그네를 매어 타던 곳으로
논개가 촉석루 나들이를 하면서 그네를 즐겨 탔다고 해서
논개나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논개와 관련된 각종 문헌이나 기록을 뒤져봐도
의기 논개가 진주성안 나무에서 그네를 탔다는
역사적 사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당시 관비였던 논개의 신분에 비추어봐서도
한가롭게 그네를 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또 진주성의 북쪽 지휘소였던 북장대 앞에는
이광악 나무라는 400년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이곳 안내판도 심각한 발상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임진왜란 진주성 대첩때
목사 김시민이 왼쪽 이마에 적탄을 맞고 쓰러지자
곤양군수 이광악이 목사를 대리하면서
북장대전투시 이 나무에 의지하여 화살과 진천뢰를 쏘고
돌을 던져 왜적을 물리쳤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수령은 400년인데 반해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로 414년째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당시 있지도 않은 나무에서
이군수가 화살을 쏘고 돌을 던져 왜적을 물리쳤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논개나무와 나란히 있는 김시민 나무는
진주목사 김시민이 선조 24년 진주판관으로 와서
왜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진주성을 수축할 때 심은 나무라고 적혀 있지만
이 역시 역사적 기록이 없는 진주성의 가십거리에 불과합니다.
또 호국사 앞에 있는 승병나무 역시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이야기거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역사적 사실이 아닌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진주성을 다녀간 사람들과 인터넷 누리꾼들에 의해서
기정사실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면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에 가보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들을 사실화해서 관광상품화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진주성안에 있는 고목들이 가진 이름들이 유독 문제가 되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 우선 사적지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적지란 역사상의 사건과 관계가 있거나,
그 시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말합니다.
달리 해석하자면 사적지 안에는
역사적 고증이 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그 어떤 시설물도 함부로 설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진주성의 경우처럼
전설로만 떠돌던 이야기를 기정사실화해서
진주성과 같은 역사적 현장에 같이 둔다면
이것은 심각한 역사성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주성에서 이러한 일들이 있어서는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진주성이 온갖 전설과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관광지가 아니라
진주성을 찾는 외지인에게
진주의 천년역사와 충절정신을 오롯이 보여 줄 수 있는
진주만의 문화유산이자 사적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발상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진주시는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최근 진주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볼거리 확충 차원에서 제공하는 관광상품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나무 아래에서 안내판을 읽는 외지인들이
코웃음을 치게 만드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굳이 그 나무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진주시민의 합의를 전제로 해서
논개가 그네를 타서 논개나무가 아니라
진주사람들이 논개의 넋을 기리기 위해
그 나무를 논개나무라고 불렀다고 기록하면 될 일이고,
김시민 나무도 진주대첩을 일군
김시민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진주사람들이 김시민 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기록하면 될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진주시는
진주성의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는 안내판을 당장 철거하고
진주성 보존관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