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어떤 내용입니까?

▶ 진주대첩의 주역인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공신 교서가
시민 모금운동에 힘입어서 지난 24일
마침내 국내에 환수됐습니다.
마땅히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공신교서 환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땅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국민에게 짐을 지우면서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불감증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김시민 장군 공신 교서 국내 환수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가 가지는 가치와 공신교서 안에 담겨있는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일반적으로 공신 교서는
나라와 왕실을 위해 공을 세운 신하에게
임금이 공신 칭호와 상을 내린 기록서를 말합니다.
수상자의 공적과 상훈이 기록돼 있으며
대개 문신이 글을 쓰고 임금의 결재를 맡은 뒤
개인에게 수여됐으며,
관에서 펴내는 역사서나 문집류에도 올렸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모두 스물 여덟 차례의 공신 책봉이 있었는데,
선조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순신 장군 등 18명을 공신으로 책봉했습니다.
18명의 공신교서 가운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원균교서, 이광악교서 등
넉 점은 보물로 지정이 돼 있습니다.
실례로 임진왜란때 진주성싸움에서 김시민장군과 함께
왜적을 무찔러 3등 공신에 추증된
곤양군수 이광악의 공신교서는
현재 보물 925호로 지정돼 천안 독립기념관에 비치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주대첩의 주역이자 선무 2등 공신으로 추증된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가 가지는 가치는
부연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김시민 공신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교서보다 필체가 유려하고 보관 상태도 훨씬 좋아
보물급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김시민 공신교서는
선조가 1604년 김시민 장군의 진주성 싸움 등 공적을 치하하고 노비와 토지 등 은급을 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로 226㎝, 세로 37.2㎝의 비단 두루마리에
붓글씨로 "경상우도 병마 절제사 겸 진주목사 김시민을
선무 2등 공신으로 추증하고 부모, 처자에게도 작위를 내리며
죄를 범해도 영원히 사면하는 것은 물론
상으로 노비 9명, 밭 80결, 왕의 말 1필 등을
하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볼 때 김시민 교서는
임진왜란 전공자에 대한 예우와
진주성 전투에 대한 당시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공신교서는
일정 기간동안 전시회를 거친 뒤 진주성 대첩일이자
진주시민의 날인 오는 10월 10일 진주시민에게 공개됩니다.
사실 우리나라 유일의 임란 전문박물관인 국립 진주박물관은
진주대첩의 현장인 진주성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이와 관련한 유물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 김시민장군 공신교서가 진주박물관에 소장될 경우
비로소 임란 전문 박물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시민장군 공신교서 국내환수 과정을 들여다 보면, 정부나 지자체보다는 시민 모금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 주객이 전도된 문화재 환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국가나 지방정부가 할 일을
국민에게 미루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의
국내 환수 당시에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기보다는
민간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가
수만점에 이르는 현실에서
이번 일은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이런 결과가 민족정기를 살리고자 하는
시민들의 모금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시민장군 교서 환수과정을 지켜보면
언제까지 약탈문화재의 국내 환수를
시민의 손에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금행위를 통한 시민의식 고취나
교육적 효과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민의식 역시 자랑스러운 것이지만 제 할 일을 국민에게 미룬 정부나 지자체는
마땅히 스스로 뒤돌아보고 부끄러워 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제에서 해방된지 올해로 61년입니다.
전문가들은 일제 36년 동안
일본으로 반출된 뒤 어디선가 잠자고 있는 우리 문화재들이
서서히 종적을 드러낼 시기가 왔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외문화재 환수에 대비해서
관련 법 규정과 제도부터 먼저 정비를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시민장군 공신교서가 진주에 오는 날,
김시민 장군은 침묵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할지도 모릅니다.
나 같은 문화재 환수를 위해 무엇을 준비중이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를 말입니다.
우리는 대답을 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문화재의 환수는 우리의 자존심 회복과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