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어떤 내용입니까?

▶ 건설현장 곳곳에서 발견되는 매장 문화재 때문에
각종 대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투자기관,
건설업체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문화재가 나오면 공사가 중단되고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등
사업 시행자의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문화재 발굴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사업 시행자가 떠안아야 하고 결국엔 고분양가의 원인이 되는 등
수혜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매장문화재 발굴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얼마전 국정감사에서 진주 평거3지구 문화재 추가발굴로 개발이 지연돼 기회비용 손실액이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 문화재 발굴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사례는
비단 진주 평거 3지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주시가 21세기 새로운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중인 바이오밸리 조성사업도 문화재 발굴조사 연장으로
조성에 차질을 빚고 있고,
지역에서 복원 논란을 빚고 있는
진주객사 자리의 아파트 조성사업도
문화재 발굴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지역개발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최근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김재경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대한주택공사가 시공하고 있는 진주 평거 3지구 개발사업이
문화재 조사비용으로만 35억원 이상 소요됐고,
주공에서 추정하는 지난 3년간 기회비용 손실액만도
173억원에 달하며
추가발굴 기간동안 기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진주 평거 3지구의 경우 문화재 발굴사업이 끝난 뒤에도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현재 발굴중에 있는 4만평이
택지개발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높아 문화재 발굴이
지역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밸리 조성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주시는 당초 오는 2008년까지
이곳에 바이오 클러스트를 조성해
85개의 기업체를 유치하고
7,000명의 고용창출은 물론
1조 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문화재 추가발굴과 문화재청 협의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최소한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은 사업추진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일대에 건설될
혁신도시 건설도 문화재 발굴로 인해
사업시행이 자칫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혁신도시 지구내에는
진주시가 2010년 전국체전 주경기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사업시행이 늦어질 경우
전국체전을 개최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화두에 이어
이제는 문화재 보호와 지역개발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지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 문화재 발굴과 관련해 각종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가장 큰 문제점은
문화재 발굴조사가 수익논리를 따라가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돈벌이 문화재 발굴’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남대학교 박물관 이상길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실이 아닌 서류를 작성하고
발굴기간을 질질 끌어
돈을 남기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문화재 발굴현장이 역사를 되찾는 현장이 아니라
일반 건설 공사판 처럼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장문화재 발굴에 드는 비용도 부르는 게 값입니다.
표준 품셈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심지어 상시적으로 갖추고 있는 발굴도구까지
비용으로 계산하는 등 발굴비용 산정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화재 추가발굴 과정도 문제가 있습니다.
발굴연장은 발굴기관에서 현장지도위원의 의견을 첨부해
문화재청에 요청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지만
정말로 추가발굴이 필요한지를 검증하는
객관적 검증자료와 절차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면
발굴팀이 추가발굴을 요청하는 기간이 그대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안에는 발굴팀과 현장지도위원이
밀접한 인과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과연 발굴팀의 발굴연장 의견이 타당한지
검증하도록 하는 절차는
사실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굴현장에 고고학자로서
필요한 교육도 받지 못한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고용돼
‘시키니 판다’는 식의 유적발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한 채
몇 군데씩 발굴을 맡자니
마치 큰 수술을 노련한 전공의가 아닌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맡은 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재 발굴현장이 돈벌이 공사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매장 문화재의 발굴은
우리의 잊혀진 역사를 되찾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에 있어
이러한 문제점들이 시정되지 않는 한
문화재 발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역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