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을 영상산업의 메카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21세기 대중문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경남에 경남영상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경남영상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황경규객원해설위원과 전화연결했습니다.
황위원님!

○ 먼저 영상위원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일반적으로 영상위원회는
국내외 영화 영상물의 촬영유치와 지원을 통한 지역인력,
제작사 등 영상산업 인프라를 확충시키고
그에 따른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구를 말합니다.
실제로 영상산업이 21세기 고 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전남, 경북의 8개 시도와
전주시와 제천시 등에서는
영상위원회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1999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부산영상위원회를 필두로 각 지자체에서 이처럼 경쟁적으로
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있는 이유는
영상위원회의 활동여부에 따라
해당 지역내 고용 창출은 물론
제작비 지출을 통한 지역경제발전,
조세 수입의 증대, 직․간접적인 홍보를 통한 관광자원화,
지역 이미지 제고 등 많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촬영장소 추천, 허가, 섭외 등 로케이션의 기본사항은 물론이고 숙박알선, 보조 출연자 제공, 각종 관공서와의 협력 등
영화촬영과 관련된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상물 제작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남지역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촬영된 영화만
대략 50여 편에 달할 정도로 영상산업에 있어
일단 발전 잠재력만큼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경남 영상위원회의 설립,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섣부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전망하고 싶습니다.
경남영상위원회의 설립 필요성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단지 경남에서 영화 몇 편 찍었다고 해서
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식의
단편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영상위원회 설립은 영상산업과 관련한 기반시설 즉,
영화촬영 스튜디오를 비롯해 카메라 장비 대여와
영상산업 관련 기업체들의 확보 등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현재 경남의 영상산업 현주소를 뒤돌아 보면
영화산업의 경우 극장이나 비디오방 등이
영상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배급과 유통업, 온라인 영화유통업 등의 업종은
매출액이 전혀 없는 것이 오늘날 경남 영상산업의 현주소입니다.
이처럼 영화, 혹은 영상산업의 토대가 열악한 상태에서
무조건 영상위원회 설립의 필요성만 제기하는 것은
무모한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남 영상위원회 설립과 운영을 위해
연간 5억 원 정도의 예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영상위원회로는
부산 등 인근지역의 영상위원회와
과연 경쟁할만한 수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산영상위원회의 경우,
지난 2004년에 6개국 18개 회원으로 이루어진
아시아영상위원회를 출범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각종 영화 영상물의 기획, 촬영, 기자재 대여 뿐 아니라 현상, 녹음, CG 등 후반작업까지 끝낼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ONE-STOP 종합 후반기지까지 건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만약 경남영상위원회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실로 거대한 공룡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과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지는
물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 영상산업의 산업적 기대효과가 크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마무리 말씀 해주시죠?

▶ 영상위원회의 설립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경남 영상위원회의 설립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경남지역의 영상산업의 현주소를 먼저 파악하고,
과연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판단했어야 했습니다.
경남의 경우, 합천 영상테마파크가
지난해 입장객 300여만명을 포함해
2004년 4월 개장 이후 3년간 관광수입이 322억원에 이를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단순한 관광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곳을
경남 영상산업의 기지로 만들기 위한
경남도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상산업 관련 기업체들의 유치도 절실합니다.
영상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이와 관련된 기업체,
즉 영상산업을 주도해 나갈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전 경남개발연구원이 발표한
경남 문화산업의 현주소는
전국 총 매출액의 0.6%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 영상위원회를 설립한다고 해도
머지않아 거미줄만 치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이번 경남 영상위원회 설립 주장이
비록 타당성은 없어 보이지만
경남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경남 문화산업의 발전 로드맵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서
경남이 영상산업의 메카로 자리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