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7월 25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황경규 객원해설위원과 전화연결했습니다.
황위원님!

○ 오늘 주제는 뭡니까?

▶ 최근 진주시가 이형기문학제와 이상근음악제 등 새로운 예술축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향 진주에 걸맞는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라는 평가도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과도한 행정의 간섭으로 예술계는 물론 시민사회에 녹아드는 축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문화행정에 있어서의 지나친 관주도 행정의 폐해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 이형기 문학제 추진과정에 있어서 이러한 지적이 있었죠?

▶ 한마디로 진주시가 새로운 예술축제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추진된 것이 이형기 문학제입니다. 따라서 이형기 기념사업회 창립총회장에서도 이러한 진주시의 기획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기념사업회의 규약 초안도 주도해서 만들고, 사업회의 구성 부분에 있어서도 당연직 회원으로 시 문화관광과장, 시의원, 교육청 담당장학사, 진주문협회장, 예총지부장, 진주문화원장, 상공회의소 사무국장으로 규정했습니다. 시 주도의 행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일반회원의 경우, 진주시 또는 사업회에서 추천한 인사로 문화에 관심이 많고 덕망이 있는 인사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이형기 시인의 문학세계를 좋아하는 문인들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주시 또는 사업회에서 추천한 덕망있는 인사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형기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가입의사를 밝힐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하에서 과연 적극적으로 가입의사를 밝힐만한 시민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기념사업회의 실질적 업무를 담당할 사무국장의 선임조항입니다. 그 조항을 보면 사무국장은 진주시의 의견을 들어 임원회의 의결을 거쳐 사업회장이 임명하며 직원의 채용과 면직은 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사업회장이 회원들의 의사수렴 과정을 거쳐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진주시의 의견을 들어 임명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점을 감안해 볼 때 이형기 문학제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공통된 입장은 끼어들 틈도 없었고, 어느 순간 주인공이 아닌 조역이나 들러리 정도의 역할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개최된 이형기문학제가 관련 문화예술단체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형기 문학제에 이어 또하나의 예술축제로 기획하고 있는 이상근 음악제 역시 관주도로 추진되고 있어 관련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다른 지역의 경우는 좀 어떻습니까?

▶ 사실 축제가 반드시 행정이 개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민간 예술인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습니다. 단지 문화예술은 행정 시스템처럼 맨꼭대기에서 오더를 내리는 방식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없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행정적인 틀에서 관주도로 해야만 한다는 시각부터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충무로 국제영화제를 주도하고 있는 정동일 서울시 중구청장의 경우, 관 주도 축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처음부터 민간주도에 관이 안정성을 보장하는 식으로 축제를 준비해 영화계인사들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실 국제영화제는 부산이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구청은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청이 지원을 하고 컨텐츠는 민간이 꾸려 나가는 방식을 통해 추진해야만 중구청을 지역문화와 연계하는 명품구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식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마인드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민간단체와 시민들의 협력을 쉽게 이끌어 내고 더욱 발전된 모습의 축제를 만들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진주시가 반드시 경청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만약 이번 이형기 문학제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절차를 바르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의도가 잘못된 것이라면 절차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형기 문학제와 이상근 문학제를 진주의 새로운 예술축제로 만들어 보겠다는 진주시의 의도가 만약 진정성을 담고 있다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주도로 치를 것이 아니라 진주시가 안정성을 보장하고 예술단체가 그 그릇에 예술성을 담는 체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