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의 현장(6월 27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황경규 객원해설위원과 전화연결했습니다.
황위원님!

○오늘 주제는 뭡니까?

▶20세기 진주를 대표하는 서예가인 은초 정명수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자들과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이 기념사업회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은초 100주년 기념사업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은초 선생 기념사업회가 오늘 발기인대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0주년 기념사업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습니까?

▶ 네, 은초 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회 주비위원회는 오늘 진주시청 시민홀에서 개최되는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에 첫발을 내 디디게 됩니다. 발기인 대회는 은초선생의 제자들과 진주문화사랑모임이 그 역할을 맡아 향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늘 개최되는 발기인 대회에서는 김시민 공신교서 반환의 주역이자 지역내에서 다양한 문화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진주문화사랑모임 리영달 박사가 은초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며, 집행위원장으로 은초 선생 제자중의 한 명인 서양중 경상대교수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주비위원회에 따르면 오늘 발기인대회에 이어 오는 9월에는 은초선생 불자전을 개최하면서 동시에 은초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정식으로 발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비위원회는 앞으로 은초 정명수 선생 관련 책 발간은 물론이고 기념전시회와 도록 발간, 은초의 맥을 이은 신진 작가 전시회, 학술세미나, 은초 추모 100인 서예전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특히 은초와 인연을 맺었던 각계각층 인사들의 글을 모은 에세이집 발간과 그의 예술혼이 담긴 유묵집 발간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은초 역시 80대 때 스승 성파 하동주선생의 유묵집을 발간해 모은 출판 수익금을 진주미협에 기증해 개천예술제 개천미술대상전에서 서예부문 특별상으로 스승의 아호를 딴 ‘성파상’을 제정해 스승을 기렸던 선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은초 선생 유묵집과 에세이 발간을 통해 이같은 선례가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은초선생의 제자들은 은초 100주년을 기념하는 첫 사업으로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은초 선생의 문하생 11명이 ‘스승과 제자의 만남전’이라는 주제로 자신들과 스승의 글을 함께 선보이고 선생의 발자취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진 바 있습니다.
은초 선생은 1909년 10월 18일 진주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처음 붓을 잡았습니다. 30세 때인 1939년 추사파의 대가였던 성파 하동주 선생 문하에서 서예를 사사했고, 이후 진주성 촉석루의 남장대, 서장대, 해인사 해탈문 주련 등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은초는 2001년 1월 향년 9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 까지 포은 정몽주 선생의 숨결이 배어 있는 비봉루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고고한 학같은 기풍으로 진주를 지켰습니다. 은초선생은 몇 번의 사양 끝에 진주시 문화상과 경상남도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 이번 은초선생 기념사업회 발족이 지역에서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 진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불리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수많은 문화예술계의 대가들을 배출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진주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가인 내고 박생광 화백을 비롯해 진주가 낳은 아나키스트 시인 동기 이경순 선생 등 진주 문화예술의 뿌리는 깊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들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작업을 통해 진주문화예술의 새로운 성장 혹은 발전에는 등한시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4년은 진주의 대표적인 미술가 박생광 화백의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당시 진주미협은 내고 기념사업 보다는 몇 몇 사람들의 기득권 쟁취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부 예술인들이 내고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선양하기 위해 기념사업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해 12월 모 방송사 주관으로 기념전 한 번 하는 것으로 내고 100주년 행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금해인 2005년은 진주가 낳은 시인 동기 이경순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동기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진주문협 주관으로 열렸지만 진주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참여와 관심을 얻지 못하고 진주문협만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당시 진주의 뜻있는 문화예술인들은 내고와 동기 선생의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진주문화예술의 뿌리를 찾지 못한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은초 선생 100주년 기념사업은 제자들이 앞장서서 진주의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내고와 동기 100주년과 달리 제자들이 발빠르게 대처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제고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은초 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에 많은 진주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진주가 진정한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