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영혼없는 경남도 문화정책

KBS아침의 현장 (6월 7일)

이어서 시사논단입니다.
오늘은 황경규 객원해설위원을 연결합니다.
황위원님!

○ 오늘 논단은 어떤 내용입니까?

▲ 경남문화재단과 경남문화컨텐츠진흥원, 경남영상위원회 등
3개 기관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폐합되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오늘 시사논단에서는
영혼없는 경남도의 문화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경남도가 이들 3개 기관을 통폐합 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일제가 세계에서 유래없는 잔혹한 식민통치를 자행한 근거는 문화말살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데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의 뿌리를 제거해야만
비로소 완전한 식민통치에 이를 수 있다는
그들의 오만방자한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경남도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경남도가 추진한 3개 기관 통합 작업은
문화말살정책을 자행한 일제의 만행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더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통합작업이
대화와 소통이 없는 일방적이었다는 점과
그러한 자신들의 행위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의
태도에 있습니다.
물론 경남도는 예산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경남도민 가운데
이러한 경남도의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권력체제 개편에 따른 행정혁신 내지 조직개편이라는 도마에
산하기관 통폐합이 올랐고
이들 3개 기관이 희생양이 된 것 뿐입니다.
굳이 경남도의 입장을 추측해보면 이렇습니다.
비슷비슷한 일을 하는 문화단체가 3개나 있을 이유가 없고
또한 정치적 효과도 별로 없는 곳에
막대한 예산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제 식구 챙기기를 위해
이들 문화단체가 희생양이 되었다는 지적도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먼저 경남도가 이들 3개 단체에 대한 이해도가 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남문화재단은 경남도내에 있는 문화관련단체에
다양한 예술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예산을 집행해온 단체로
그 역할은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 있지만
경남문화컨텐츠 진흥원과 경남영상위원회는
그 성격부터 다른 단체입니다.
이처럼 성격이 판이한 단체를 통폐합한 경남도의 문화정책은
일반적인 상식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문화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더 투자해야 할 시기에
정치적인 논리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단체장을 바꾸고
단체를 통합하는 것은
시대적인 착오이고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남도의 문화단체 통폐합 이후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통폐합을 해야 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져 있는 이들 단체에
매년 수 십 억원의 도민 혈세를 낭비해온
경남도의 문화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입니다.

○ 엄중한 심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말씀해 주시죠?

성사불설(成事不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끝난 일에 대해서는
구태의연하게 말꼬리를 붙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문화에 대해서 오로지 경제적인 논리로 몰아가는
경남도의 영혼없는 문화정책에 대해 질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행정에 있어서 예산낭비 최소화와 업무효율 향상은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
행정이 제시할 비전은 아닙니다.
다시말하면 통폐합된 이들 3개 단체가
만약 예산을 낭비하고 업무에 효율성이 부족했다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
자신의 책임은 회피한채,
그들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3개 기관의 통폐합 문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통폐합의 필요성에 대해 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경남도는 이러한 자신들의 책무를 외면했고,
또다시 그들만이 논리, 혹은 정치적 논리에 갇혀
불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영혼없는 문화정책을 졸속으로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새롭게 출범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역시 경남도의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문화단체로 머물게 되는
전철을 밟는다면 경남도는 향후 2~3년 내에
또다시 새로운 문화단체를 설립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문화를 경제논리로 무자비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경남도의 영혼없는 문화정책은
반드시 도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