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晋州城) 전투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은 1592(임진)년 약 30만명에 달하는 침략군을 일본 구주(九州)의 나고야(名護屋)성에 집결시키고 3월에 출발하여 대마도(對馬島)를 거쳐 4월 14일 부산포에 상륙하면서 조선 8도는 7년간의 전화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7년이란 긴 세월의 전쟁으로 조선은 많은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가져와 조선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지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진주에서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임진년)에는 임진왜란 3대첩중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을 이룩했고, 이듬해인 1593년(계사년)에는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민관군 7만명이 전몰 당하는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진주성 전투를 제1차 진주성 전투와 제2차 진주성 전투로 나누어 살펴 보겠습니다.

▶제1차 진주성전투

대마도를 떠나 부산으로 상륙한 왜적은 제1번대 소서행장(小西行長), 종의지(宗義智), 송포진신(松浦鎭信)등을 대장으로 제2번 대는 가등청정(加藤淸正)을 중심으로 제3번 대는 흑전장정(黑田長政)으로 나누어 침략하였습니다.
그리고 후발대로 제9대까지 부산을 통하여 침략하였는데 선조는 서울을 떠나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몽진(蒙塵)을 하게 되고, 전국 8도가 전란(戰亂)의 소용돌이에 빠졌는데 전라도지방만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李舜臣)의 해전에서의 승리와 진주지방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전투에서의 승리가 그 요인이 되었습니다.
처음 왜군이 진주에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한 진주목사 이 경(李 璥)은 판관 김시민과 함께 지리산으로 피했다가 초유사(招諭使) 김성일(金誠鎰)이 진주에 도착함으로 해서 김시민은 진주로 돌아와 임시로 통제의 책무를 맡아 전투를 준비하고 호남곡창지대의 길목인 진주성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왜군이 사천에 주둔할때 김시민은 사천의 십수교(十水橋 : 지금의 사천 축동면)에서 왜적을 대파하였고, 사천의 왜군은 고성까지 퇴각하였다가 곧이어 김해 웅천으로 물러났습니다. 그 후 김시민은 의병장 김면(金沔)의 요청에 따라 거창으로 부원(赴援)하여 왜적을 사랑암 부근에서 대파한 공으로 8월에 진주목사로 임명되었습니다. 1592년 9월에 김시민은 진해에서 왜장 평소태(平小太)를 생포해 그 공(功)을 인정받아 경사우병사에 임명됩니다.
이렇듯 진주를 중심으로 한 인근지역의 전투에서 연이어 패하게 되자, 왜군은 본거지인 진주성(晋州城)을 함락할 계책을 세우고 동래, 왜장 등원랑(藤元郞)이 진주로 진군하게 됩니다. 드디어 10월 2일에 왜군은 진주의 소촌(문산)에 주둔하게 됩니다.
김성일(金誠鎰)은 조종도(趙宗道)로 하여금 전라 좌․우도의 의병과 장수 그리고 의병장 최경회(崔慶會)에게 구원병을 요청하고, 구원병은 남원(南原)을 거쳐 운봉(雲峰), 함양(咸陽), 단성(丹城)을 거쳐 진주에 도착했습니다.

10월 3일 왜적의 제1번대는 마현(말띠고개 : 馬峙)을 넘고 나머지 1대는 나불천(羅佛川)을 넘어 진주를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목사 김시민은 곤양군수 이광악(李光岳), 진주판관 성수경(成守慶), 전만호 최덕량(崔德良), 권관 이찬종(李纘宗) 등을 시켜 각기 분담하여 왜적을 격멸(擊滅)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외부의 원군(援軍)을 보면 의병장 곽재우(郭再祐)는 선봉장 심대승(沈大承)을 거느리고 왔고, 고성현령 조응도(趙凝道)는 최강(崔堈), 정유경(鄭惟敬)과 같이 부원(赴援)하였으며, 의병장 최경회(崔慶會)와 임계영(任啓英)은 호남군사 2,000여명을 거느리고 와서 진주성 외곽에서 왜군들과 싸울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이때 진주성을 도우기 위해 외부에서 온 원군이 진주성으로 들어가지 않은 까닭은, 진주성 바깥에서 왜군들을 분산 공격하는 것이 적은 군사로 많은 왜적과 싸우는데 최선의 방책(方策)이라는 기본전략에따른 것입니다.
제1차 진주성전투에서의 피아간(彼我間) 병력은 진주성 수성군(守城軍)이 약 3800명에 불과했습니다. 병력을 살펴보면 목사 김시민이 이끄는 군사 3, 700여명과 곤양군수 이광악의 군사 100여명 등 관군은 3,800여명이었습니다. 당시 진주성을 공격해 온 왜적의 병력은 20,000여명 정도였으니 수적열세는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10월 5일 진주성의 정세를 살피고 간 왜군은 6일 아침부터 3개 부대로 나누어 진주성을 공격했습니다. 신식무기인 조총(鳥銃)을 앞세우고 엄청난 기세로 공격해오는 왜적의 공세 앞에서 김시민(金時敏)과 수성군은 일치단결 하여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전략을 구사하여 진주성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시민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국이 모두 왜적에게 함락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진주성만이 우리나라의 명맥을 좌우하게 되었다. 우리 진주성이 온전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 이 진주성에서 패하게 되면 우리 모두는 왜적의 칼에 원혼(寃魂)이 되고 말 것이니, 너희 장사들은 모두 전력을 다하여 용감하게 싸워서 죽을 각오를 굳게 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김시민은 이렇게 눈물로 호소하며 군사들을 격려했습니다.

6일 적군은 3분하여 1대는 동문 밖 순천당산 위에 진을 치고 성을 내려다보며, 1대는 개경원으로부터 동문을 지나 봉명루 앞에 진을 치고, 또 1대는 향교 뒷산에서 똑바로 순천당을 지나서 봉명루 앞에 있는 적군과 합세했습니다. 이들 조총수들은 성 안을 향하여 총포를 난사하며 초막을 짓고, 밤에는 불을 피워 기세를 올렸습니다.

8일에는 공격용 긴 사다리를 만들어 성벽을 기어오르려 했습니다. 이에 김시민은 현자포를 발사하거나 적이 성 못(대사지)을 메우기 위하여 수집한 솔가지와 죽제에 화약을 묻혀 짚으로 묶고 불을 붙여 성 밖에 던져 불사르며 적을 공격했습니다.

9일에는 성 밖에 머물러 있던 김준민과 정기룡 등이 왜군과 대결하였으며, 의병장 최경회․임계영이 구원병 2,000여명을 이끌고 와서 적을 견제했습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적은 10일 병력을 2대로 나누어 1대는 북문 밖으로 쳐들어오고 1대는 동문을 공격해 왔습니다. 이들은 긴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올라오려고 하였으며, 그 뒤에 기병 1,000여명이 조총을 난사하면서 돌진했습니다.
이때 김시민은 동문 북쪽에서, 판관 성수경은 동문에서 군사를 지휘하였는데, 활․진천뢰․돌 그리고 불에 달군 쇠붙이, 끓는 물과 짚에 불을 붙여 던지기도 하면서 사력을 다하여 적에 대항했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목사 김시민이 적의 탄환에 맞아 쓰러졌고, 이에 곤양군수 이광악이 대신 작전을 지휘하여 많은 적을 살상하고 무찔렀습니다.
날이 밝자 왜군은 퇴각하기 시작하였고, 진주의 군민들은 진주성을 끝내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싸움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晋州大捷)으로 역사에 길이 빛나는 전투였습니다. 하지만 용감하게 전투를 치르다 부상을 당한 김시민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며칠 후 순절하고 말았습니다.
김시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일 만을 생각하며 때때로 머리를 들고 북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1592년 임진년 제1차 진주성 전투는 성안에서 수성군(守城軍)의 분전과 성밖의 원군(援軍)의 도움으로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육전(陸戰)에서 계속 패하던 아군은 진주전투에서 크게 승리함에 따라 곡창지대(穀倉地帶) 호남을 방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남해 해상(이순신의 해전), 서부 경남(김시민의 진주성대첩), 금산 방면(조헌의 금산전투)의 어느 한 곳만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호남을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또한 이순신장군이 해전에서 마음놓고 싸움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임진왜란 전투과정의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진주성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싸움이었습니다.


▶제2차 진주성 전투
승승장구(乘勝長驅)하던 왜적은 명(明)나라의 원병(援兵)과 합세한 조(朝)․명(明) 연합군과의 평양성 전투에서 패하면서 왜적은 수세(守勢)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의병(義兵)들이 일어나 왜(倭)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자 고립(孤立)된 왜적은 남하(南下)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퇴각(退却)하며 수세에 몰렸던 왜적에게 일본의 풍신수길(豊臣秀吉)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명령을 내립니다.

󰡒한성에서 부산에 이르는 중간지구에 철수하였을 때는 수가, 석전삼성, 대곡길계, 생구친정을 조선군의 추격을 저지하는 부대로 하고 봉수화과정, 호전승용, 복도정칙의 3장으로서 진주성 공격조에 편입시키도록 하라󰡓

그리고 계사년(1593) 4월 11일에 다시 진주성 공격을 감행하며 이렇게 명령합니다.

󰡐진주성의 공위(攻圍)는 전자의 실패를 감안하여 축산 공성기재 준비를 엄밀히 하여 아군의 손해를 경감하고 1인이라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도살하라󰡑

그리고 4월 17일에 풍신수길이 다시 이렇게 명령합니다.

󰡐진주성을 공위하여 모조리 토멸(討滅)하고 그 후에 전라도 경상도를 정복하고 축성하라. 한성에 집결한 병력을 인수하여 진주성을 공위하고 축성으로 압축하여 1인이라도 남기지 말고 도살하되 서로 상의하여 실수 없도록 하라󰡑

패전을 계속한 왜군은 명과의 강화에 응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의병에 의존하던 조선은 전열을 정비하여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출 수가 있었습니다.
조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과 왜의 강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왜군은 계사년(1593) 4월에 서울에서 철수하여 남하하면서 풍신수길의 명령대로 진주성을 공략하기 위하여 집결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왜적들이 진주성을 고집했던 이유는 첫째, 임진년 제1차 진주성전투에서 20,000의 병력을 투입하고도 패하게 된 그들의 실추된 명예를 찾고자 하는데 있었고, 둘째는 진주성을 공략함으로 해서 호남을 진출 할 수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반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쨌든 왜적은 10만에 가까운 병력을 진주성공략에 집결시켰고,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약 2～3만의 수성군으로 제2차 진주성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제1차 진주성 전투때와는 달리 외부의 지원군대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계사년 6월 19일 왜적이 진주성을 공격해왔습니다. 29일까지 무려 11일간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대공방전이 왜적과 우리 관(官)․의병(義兵) 사이에 전개되었습니다.
앞에서도 살폈듯이 총력을 기울인 왜적 10만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외부의 도움이 단절되었고, 폭우가 내리는 등 기상 상태마저 악화되어 1593년 6월 29일(음력) 진주성이 함락되었고, 6～7만의 민․관․군이 전몰(戰歿)하는 세계 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끔찍한 전투로 기록되었습니다.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수적열세와 진주성내의 통제력 상실, 외원(外援)의 단절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진주성은 많은 희생자를 내고 끝내 함락되었지만 너무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 왜군은 호남을 침략할 여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진주성은 비록 함락은 됐지만 제2차 진주성전투는 결국 본연의 임무를 완수한 셈이 된 것입니다.
진주성이 함락된 1593년 음력 6월 29일 의기 논개는 촉석루 앞 의암에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해 진주사람들의 충절과 호국정신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