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사적비(義巖事跡碑)
의암사적비(義巖事跡碑)는 임진왜란 당시 제2차 진주성 전투(1593)에서 성이 함락되고 7만 민관군이 순절(殉節 : 충절을 위하여 목숨을 버림)하자, 촉석루 아래 의암(義巖)에서 왜장을 끌어 안고 강물에 뛰어든 논개(論介 : ?～1593)의 업적을 기록한 비(碑)입니다.
논개가 순국한지 129년만인 1722년(경종2) 명암 정식(1683～1746)이라는 선비가 『어우야담(於于野談)』의 내용을 바탕으로 비문을 지어 사적비(事蹟碑)를 세웠습니다. 이 비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과 논개의 순국 사적을 상세히 적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1741년(영조 17)에는 경상우병사(慶尙右兵使) 남덕하(南德夏)가 왕의 특명을 받아 비각(碑閣)을 세우고 ‘의기논개지문(義妓論介之門)이라는 현판을 달았습니다.
이로써 논개가 순국한지 148년만에 국가로부터 ‘의로운 기생(義妓)’으로 그 명예를 인정받았습니다.
Tip) 의암사적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우당 유몽인이 야담에 이르기를 “논개는 진주의 관기였다. 계사년에 창의사 김천일이 진주성에 들어가 왜적과 싸우다가 성이 짓밟히자 군사는 흩어지고 백성은 모두 죽었다. 논개는 옷매무새를 곱게 꾸미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앞에 서 있었는데, 아래는 깊은 강물로 바로 떨어지는 곳이었다.
수많은 왜적들이 보고 좋아라 했지만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는데 오직 왜장 하나가 씩씩하게 다가왔다. 논개가 웃음을 지으며 맞이하니 왜장이 꾀이면서 끌어내려 하자 논개가 마침내 왜장을 끌어안고 바로 강로 뛰어들어 함께 죽었다.
임진왜란에 관기로 왜적을 만나 욕을 보지 않으려고 북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논개 하나에 그친 것이 아니지만 그 이름을 많이 잃어버렸다.
저들 관기는 모두 음란한 창녀들이라 ‘정렬(貞烈)’로 일컬을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집에 돌아가듯이 보고 왜적에게 더럽히지 않으려고 했으니 어찌 거룩한 임금의 백성들이 아니겠으며, 끝내 나라를 배반하지도 도적을 따르지도 않았으니 ‘충(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참으로 애달픈 일이로다“하였다.
이는 그때 실록에서 나온 바이니, 이제 비에 새길 사연으로서 이에 말을 덧보탤 필요가 없으므로 그대로 새기고 이어 노래한다.
그 바위 홀로 가파르고 그 여인 우뚝이 섰네
여인이 이 바위 아니면 죽을 곳 어디서 얻었으며
바위가 이 여인 아니면 의롭다 소리 어떻게 들으리
한 가람에 높은 바위요 만고에 꽃다운 이름이로다
Tip) 정식(鄭栻, 1683～1746)
호(號)는 명암(明庵)이며 자(字)는 경보입니다. 진주 옥봉에서 출생해 도학에 심취하여 영리(榮利)를 따르지 않고 절의(節義)를 중시하였습니다. 만년에는 지리산 자락에 무이정사를 짓고 여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영호남 유림의 송원에 의해 조봉대부 사헌부지평에 추증되었습니다. 진주 촉석루의 기문과 의암사적비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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