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출신 작곡가 이재호가 노래한 산홍(山紅)
진주 촉석루 벼랑에는 많은 이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 중에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이지용의 이름과 함께 산홍이란 이름도 새겨져 있는데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의 기개에 감복한 한 사람이 정성 들여 정을 쪼아가며 이름을 새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산홍의 기개와 충정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진주 출신 작곡가 이재호씨(1919-1960)는 노래 중에 산홍을 애타게 찾기도 하였다.
산-홍아 너만-가-고 나는 혼자-버-리-기-냐
너---없는 내가-슴-은 눈오는 벌판이다
달없는 사막이-다 불 꺼진 항---구-다
이재호씨가 1940년 태평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세세년년이란 대중 가요의 1절입니다. 온 산천이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갔던 그 시절에, 충절의 도시 진주에서 벌어진 산홍과 이지용의 사건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양회갑(梁會甲, 1884~1961) 또한 기녀 산홍이 매국노의 죄를 나무라며 잠자리를 거절하고 스스로 죽다(妓山紅數罪賣國賊不許寢自死)라는 시를 지어 산홍의 절개를 칭찬했습니다.
촉석루 곁 의기의 벗들
평양성 안에 충랑의 이름
산홍이 한낱 유곽에 남았으나
누군들 열녀의 정렬로 일컫지 않으랴
어느 역적 부엌에다 요리상 올리라 하니
큰 소리로 도망치며 문밖으로 나갔네
가련하다 그날 여러 역적들 살려 두었으나
개들도 주인 마음 알아 남은 음식 먹지 않았네
기생을 매춘녀와 동일시 여기는 것은 현대에 와서의 일입니다. 일제시대만 하더라도 기생은 의식이 살아있는 신여성이었고, 남몰래 독립운동에 헌신한 의기있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산홍 또한 그녀가 그처럼 사모하고 기렸던 논개와 견주어 보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음은 물론입니다.
Tip) 산홍(山紅)과 이지용의 일화
매천야록 광무 10년(1906) 조에 기생 산홍에 대한 기록이 전합니다.
진주기생 산홍(山紅)은 얼굴이 아름답고 서예도 잘하였다. 이때 이지용이 천금을 가지고 와서 첩이 되어줄 것을 요청하자. 산홍은 사양하기를, 세상사람들이 대감을 5적의 우두머리라고 하는데 첩이 비록 천한 기생이긴 하지만 사람 구실하고 있는데 어찌 역적의 첩이 되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이에 이지용이 크게 노하여 산홍을 때렸다.
글도 잘 쓰고 얼굴도 예쁜 진주 기생 산홍이 이지용의 첩이 되길 거부한 것은 당시로서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지용은 1905년 내무대신으로 을사조약에 적극 찬성하여 조인에 서명한 을사오적 중 한 사람이며 ‘난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지용이 1906년 진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이지용은 진주기생 산홍에게 마음을 빼앗겨 천금을 주고 첩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산홍은 “비록 몸을 파는 기생이지만, 역적의 첩이 될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이 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절개를 칭찬해 마지 않았으며, 매천 황현도 산홍의 기개를 높이 샀고, 세상에 소개하기 위하여 매천야록에 그때의 일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 일을 전해들은 어떤 사람은 이지용에게 시를 지어 주면서 희롱까지 하였다고 하니 그 여파가 어떠하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온 나라 사람이 다투어 매국노에게 달려가
노복과 여비처럼 굽신거림이 날로 분분하네
그대 집 금과 옥이 집보다 높이 쌓였어도
일점홍(一點紅)인 산홍은 사기가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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