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생(眼眚)은 눈에 백태가 낀 것을 말합니다.
요즘 세상이야 의학이 발달해서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 옛날에는 어떻게 고쳤을까요?

정민선생의 『죽비소리』라는 책에 그 해답이 적혀 있습니다.
조희룡이라는 분의「우봉척독(又峰尺牘)」이라는 책을 보면 백태를 고치기 위해 백약을 사용하기 보다는 ‘齊心澄慮’ 네 글자를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眼眚無減 恐慮殊深切 勿以雜試萬藥
惟以齊心澄慮 四字爲篦 自有勿藥得中之效耳
눈에 낀 백태가 나아짐이 없다니 염려가 깊을까 염려됩니다. 여러 가지 약을 잡되이 시험해 쓰지 마시고 오직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을 맑게 한다는 이 네 글자로 처방전을 삼으신담면 약을 쓰지 않고도 절로 들어맞는 약효를 보실 수 있을겁니다.

여기서 齊心澄慮는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은 맑게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눈에 낀 백태로 인해 보는 것이 불편하고 생활하는데 애로가 많은데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을 맑게 한다 해서 그 불편함이 사라지겠습니까만
백태를 고쳐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인해 흐트러진 마음이 오히려 더 해롭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맹자의 무명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孟子 曰 今有無名指之屈而不信 非疾痛害事也 如有能信之者 卽不遠秦楚之路 爲指之不若人也  指不若人卽知惡之心不若人卽不知惡此之謂不知類也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지금 무명지가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이 아프고 일하는데 해가 되지 않는데도 만일 무명지를 펴주는 사람이 있다면 진나라와 초나라처럼 먼 길도 마다않고 달려간다. 그것은 무명지가 남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무명지가 남과 같지 않다면 그것을 싫어 알줄 알면서, 마음이 남과 같지 않은데도 그것을 싫어할 줄 모르는 것을 일러 무겁고(마음을 아는 일) 가벼움(무명지 남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齊心澄慮’해서 공연히 안(心)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이 약 저약 찾아 용한 의원을 수소문할 것이 없다(정민)고 말한 것이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라’고 말하는 맹자의 말씀은 모두 몸에 생겨난 병보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는 뜻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백태와 무명지보다는 마음의 병이 더 큰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