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인사청문회를 할 적마다 드러난 그들의 온전치 못한 삶의 행적에 우리는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제는 잘못하다가는 ‘깨끗하지만 무능한 사람을 뽑을 수 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도덕적이고 청렴한 고위공무원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그들의 잘못된 지난 행적들을 덮어 준다면 도덕적이면서 청렴한 고위직 공무원은 다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우리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온갖 나쁜 짓을 서슴치 않고 저질러 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더욱 철저한 인사검증을 실시해서 고위직에 오르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국민이 원하는 기준에 도달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집을 떠받치는 대들보 구하는 일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굽은 나무를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려 2,000년 전에 맹자는 고위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경계하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천작(天爵)과 인작(人爵)에 대한 맹자의 말씀을 적어 봅니다.
맹자 고자 상 16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孟子曰 有天爵者 有人爵者 仁義忠信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내려준 벼슬인 천작이 있으며 사람이 내리는 벼슬인 인작이 있으니 인의충신과 선을 즐거워하되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천작이요, 공경대부와 같은 벼슬이 인작에 해당되느니라.
사람이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본성인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착한 일을 즐겨 하되 게을리 하지 않으면 하늘이 내려준 벼슬인 천작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곧 사람이 가진 마음의 덕(德)인 인(仁)을 가지게 되면 인을 실천하고자 하는 바른 행동인 의(義)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충(忠)과 남에게 믿음을 주는 신(信)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착한 일을 하는 것을 즐거워 하면서도 절대로 게을리 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천작(天爵)입니다.
그런데 人爵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 공경대부(公卿大夫)처럼 높은 지위를 말합니다.
이어서 맹자는 천작과 인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古之人 修其天爵而人爵從之
옛 사람들은 그 천작을 닦으면 인작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朱子는 이 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을 붙였습니다.
천작을 닦는 것은 내가 가진 분수의 당연한 바를 행할 뿐이요, 인작이 뒤따른다는 것은 내 스스로 어떤 지위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게 된다.(修其天爵 以爲吾分之所當然者耳 人爵從之 蓋不待求之而自至也)
하지만 맹자는 지금의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과 다른 점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습니다.
今之人 修其天爵 以要人爵 旣得人爵而棄其天爵 則惑之甚者也 終亦必亡而已矣
지금 사람들은 사람이 지녀야할 본연의 분수인 천작을 닦아서 인작을 찾는데 써먹고, 그래서 자신이 바라던 벼슬을 얻으면 그 천작을 헌신짝처럼 버리니, 이것은 참으로 미혹함이 심한 것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끝내 자신이 얻은 인작까지도 반드시 잃게 될 것이다.
(坪軒)
고위직 인사청문회를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적어도 옛날 사람들은 천작(天爵)을 닦아 수신(修身)하는데 최선을 다할뿐, 인작(人爵)은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천작을 닦는데 충실하다 보면 인작과 같은 벼슬과 지위는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 수많은 처사(處士)들이 바로 이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오로지 수신(修身)에만 심혈을 쏟을 뿐 벼슬따위에는 욕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잘 다스려져서 자신이 백성들에게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서야 벼슬을 얻어 나라를 잘 다스리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열 명의 정승을 한 명의 처사와 바꾸지 아니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작을 닦는 이유가 자신의 수신(修身)에 있지 않고 인작(人爵)을 구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바라던 벼슬이나 지위를 얻게 되면 자신이 모시는 상사의 하수인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앞에서는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말해 놓고는 뒤에서는 정당과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정치인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됩니다.
인작을 얻으면 천작을 헌신짝 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입니다.
왜 사람들은 ‘천작을 닦으면 인작은 저절로 뒤따르게 된다’는 말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혹시 정작 우리들이 천작보다는 인작에 더 쏠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권좌에 앉으면 더욱 더 천작을 닦는데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천작은 버리고 인작의 횡포에만 맛을 들이고 천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맹자도 말했듯이 결국에는 천작은 물론 인작까지 잃게 되어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 과연 그들이 천작에 힘쓴 분들인지, 인작에 힘쓴 분들인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고위직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그 분들이 천작에 힘쓴 분인지 인작에 힘 쓴 분인지만 가려낼줄 안다면 그 분의 미래는 물론이고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까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고위직 인사청문회를 더욱 엄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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