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子를 읽다보면
가슴에 콕하고 박히는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맹자(盡心 上 45章)를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어 적어봅니다.

孟子曰 君子之於物也 愛之而弗仁 於民也 仁之而弗親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
(번역문)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금수초목을 사랑하되 사람에게 하는 도리로써(人道)로써 사랑하지 않으며, 사람에게 있어서는 사람의 도리로써 대하되 골육(骨肉)지간에 행하는 도리로써 사랑하지 않는다. 부모님을 골육의 정으로 사랑한 후에 사람을 아끼고, 사람을 아낀 이후에 금수초목을 아낄줄 알아야 한다.

번역문은 朱子의 註와 四書備旨 등을 종합해 의역을 한 것입니다.

朱子는 주석하기를
물(物)이라는 것은 금수초목(禽獸草木)을 말하고,
애(愛)라고 하는 것은 취하는데(取) 있어 때(時)가있고, 씀(用)에 절도(節度)가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대해 신안진씨(新安陳氏)라는 분은
마땅히 취해야 할때 취하고, 마땅히 사용해야 할때 사용하여
단지 그 때와 씀이 올바를때만이 곧 사랑(愛)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坪軒)
평소 좋아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윗글의 愛之와 연관지어 생각해볼만한 글이기도 합니다.

孟子曰 仁人心也 義人路也 舎其路而弗由 放其心而不知求 哀哉 人有鶏犬放則知求之 有放心而不知求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이요, 의(義)는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을 버리고 말미암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렸는데도 찾을 줄 알지 못하니 슬프구나. 사람이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그것들을 찾을 줄은 알지만 마음을 잃어버렸는데도 찾을 줄을 모르니 학문의 길은 다른데 있지 않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데 달려 있을 뿐이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현재 지니고 있는 마음 가짐이 과연 어떠한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자기가 기르던 개와 닭을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기 위해 전봇대에 전단을 붙일 줄은 알지만 정작 자신이 잃어버린 仁義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은 정작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것입니다.

윗글의 愛之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모셔야 할 부모들은 뒷전이고, 자신이 기르는 개나 고양이, 난초, 분재 등 금수초목을 사람을 사랑하듯이 모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권경상선생 인용)
시골에 사는 연로한 아버지가 서울에 사는 자식 집에 찾아가 사나흘 묵은 뒤 시골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들에게 이런 말을 툭 던집니다.

'잘 있거라 3등아, 4등은 집에 간다'

아버지가 보기에는 1등은 강아지, 2등은 자식, 3등이 바로 아들이었고, 정작 연로한 자신은 4등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웃고 넘길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이 이와 다르다고 반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듯 싶습니다.

강아지를 품에 안고 다니면서 자신이 낳은 자식인양 '아들'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분신과 같은 분재에 대해서는 자식이 손끝 하나 대는 걸 참지 못하는 부모들이 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사랑한다는 것(愛之)은 참 좋은 일입니다.
물론 도올 선생이 말한 서양문화에서 비롯된 LOVE의 개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도 다 그 때와 절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간혹 어떤 학생이 친구집에 놀러가서는 친구의 아버지에게 깍듯이 대하고 존대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반말을 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이것을 패덕(悖德)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맹자는 결론을 내려 줍니다.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
어버이를 골육의 정으로 받들고 나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며
다른 사람을 사랑한 이후에 금수초목을 사랑하는 구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사람을 사랑할 줄 알면서 자신의 부모를 사랑할 줄 모르고
금수초목을 사랑할 줄알면서 다른사람을 사랑할줄 모른다면
그 사람이 과연 바른 사람인가하는 물음을 던져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설 만큼은 다른 그 어떤것보다 먼저
부모님을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