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관련해 마음에 담아 둘만한 명구(名句)들이 적지 않다. 먼저, 개권유익(開卷有益)이라는 말이 있다. 풀어보면 '책은 펼치기만 해도 이익이 된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주자(朱子)는 ‘독서는 배우는 사람의 두 번째 일’(讀書乃學者第二事)이라고 했다. 거실의 책장속에서  거의 박제화 돼가고 있는 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만한 글귀임에는 분명하다.
내친 김에 주자의 책읽기 방법을 보자. 주자에게 있어 책 읽기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일도, 시간 때우기 위한 수단도 아니었다. 단순히 ‘글을 보는(看文字)’것 이상이다. 다시 말해 자기를 돌아보고 세상을 보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맥상의 틈새’를 읽고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숙독(熟讀)을 강조했고, 거듭 깊이 생각하며 읽으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지금은 ‘깊이 생각하고, 깊이 읽기’가 사라진 시대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인터넷의 발달이 ‘행간을 읽는다’는 말을 추억으로 만든지도 모른다. 사실 요즘 세대들은 글을 차분히 읽고 생각하기보다는 다분히 즉흥적이다. 머리말이나 뒷부분만 보고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바로 걸리는 ‘댓글’. 한번 더 생각해 보기보다는, 자기가 받아들인 ‘파편’만 가지고 전부인 양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책의 서문(序文)만 날름 읽고는, 원전(原典)을 독파한 듯이 행세하는 얕은 지식의 소유자들이 박문(博文)․다식(多識)을 자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주자는 결론적으로 책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책읽기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답게 사는일, 그리고 현실을 아는 일이었다. 그리고 책읽기는 그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책읽기 운동의 확산
책읽기에 관한 명구를 새삼 들먹이는 것은 ‘책읽기와 책 나누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다.
사실 요즘만큼 책읽기가 관심을 모은 때가 없었다.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이 캠페인을 벌인 때문인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관공서에서 독서열풍이 일고 있다. 좋은 일이고 흐뭇한 일이다. 독서 캠페인으로 책읽기 풍토가 확산되고, 나아가 위기에 처한 활자문화까지 일으켜 세우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최근 책읽기와 관련한 운동을 살펴보면 아주 다양하다. 경남도내에서 김해시와 창원시가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두 도시는 ‘책 읽기 문화운동을 통해 책의 향기가 넘쳐 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지자체 스스로가 독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화인프라이자, 지식강국을 향한 첫 걸음이라는 점을 자각한 주목할만한 정책이다.
다음은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ONE BOOK ONE CITY'운동. 지난 1998년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서였던 낸시 펄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도시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며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독서진흥운동이다. 포항시는 ‘책읽는 문화도시 포항만들기’를 위해 ‘One Book One Pohang'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부천시는 책을 읽으면 인생이 달라지고, 동네가 신이 나고, 도시가 행복해진다는 내용을 담은 ‘책 읽는 도시’ 선언문을 제정했고, 경기도 구리시는 ‘책읽는 도시’로 가는 첫걸음으로 ‘거실을 서재로’ 운동을 펴고 있다.
‘거실을 서재로’ 운동은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이나 진열장 대신 서재로 가꾸어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자신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 독서운동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외에도 대구시는 새벽독서운동․독서경영특강을, 대전시는 책사랑 교환전․기념일 책 선물하기․도시철도 내 책읽기 운동을, 울산시는 희망부서별 독서클럽운영, 전남 순천시는 좋은 책 길잡이 운영․독후감 우수작 시상, 전남 강진군은 공무원 독서왕 선발대회․독서발표회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모 건설업체 대표는 매달 한 권의 책을 정하고, 전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있다고 한다. 책읽기가 생활화 된 이후에는 독후감 쓰기를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감상문을 쓰고 자체 토론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전 직원들이 책읽기를 한 이후에, 자신은 물론 직장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더욱 권장할만한 일이고, 진주의 전 기업체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진주책사랑모임을 만들며
진주에서 도서출판 사람과 나무라는 출판사를 하면서 지난 2003년 ‘진주․진주사람․진주책전’이라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 전시회는 진주에 관한 책과 진주의 작가들과 진주사람들이 낸 책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가져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어느덧 올해로 5년째를 맞는다.
처음 책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진주가 책 읽는 문화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담았었는데, 세 번째 전시회부터는 지역 서점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해마다 500여권의 책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출판사 홈페이지와 주변에서 책을 구해줄 수 없느냐는 주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출판사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진주책 사랑모임’을 만들어 ‘책읽기 운동과 책 나누기 운동’을 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지금은 150여명의 시민들이 이 운동에 참여해 주고 있다. 앞으로 진주책사랑모임에서는 책나누기운동은 물론이고, 진주에서 필요한 책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진주의 어린아이들이 진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각종 활동을 해 나갈 생각이다.
감히 제언컨대, 진주에서도 이러한 책읽기와 책 나누기 운동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진주시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등 진주의 모든 구성원들이 앞장서 주면 더욱 좋겠다.
‘One Book One City'운동도 좋고, 거실을 서재로 운동도 좋다. '아침독서 운동'을 전개해 진주시민들은 물론 우리 아이들과 학생들이 늘 책을 읽게 하는 일도 환영이다. 공공장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문고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책이 있는 집’ 문패를 만들어 집집마다 달아주는 일도 좋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해서 주저하거나 망설일 필요는 없다. 책읽기와 책 나누기 운동은 진주의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서는 문화도시 진주의 명성을 되찾는 작은 시도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진주․진주사람․진주책전’을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가진 바람이 있었다, 그것은 ‘진주가 책읽는 문화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진주사람들이 늘 책을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진주의 작가와 시민들이 펴 낸 책이 널리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도 이같은 소망은 변함이 없다. 단지 더한 바람이 있다면 지금부터 진주에서 책읽기와 책 나누기운동이 전시민적인 운동으로 활발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책 읽는 도시 진주’, ‘책 나누는 도시 진주’ 만들기에 전 진주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황경규. 도서출판 사람과 나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