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다. 하물며 티격대는 장단에 히죽대며 엇박자만 놓고 있는 탬버린 기수가 있음에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오늘은 달리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오롯 외곬의 생각이 온 몸과 온 얼을 짓누르는 탓이다. 한마디로 이 뒤죽박죽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펼쳐질 것인가의 물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거의 포로의 신세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언젠가 뇌까렸듯이 정치란 역시 창세기 이전의 카오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래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바로 정치라는 검은 유머가 오늘에도 살아남은 것일까.
새천년 첫 선거일이었던 4월13일.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는 상춘객들로 북적거렸고, 고성의 하늘 아래에는불난리로 집을 잃은 국민들이 넋을 놓고 땅만 치고 앉아 있었다. 어김없이 싹쓸이에 성공한 두 부잣집은 희색이 만연한 반면, 고데구리 17척으로 험한 살림을 살아야 하는 "삼대부잣집" 마나님은 "17석의 마술"연마를 위해 칩거에 들어갔다나. 화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새카맣게 변한 집터를 바라보다,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반쯤 타버린 앨범을 가슴에 안고 "어찌 사나" 통곡하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에서 금배지를 떠올리는 건 분명, 카오스일 수밖에 없다. 잿더미를 파헤치며 살림살이를 건져내는 그들에게 과연 정치는 무엇으로 다가왔을까.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배지를 쓰다듬는 선량들의 머릿속에 국민들의 삶과 아픔은 얼마나 배어 있을까. 그들을 그토록 "저질"이라는 비난을 내질렀던 때가 엊그제 인데, 지금 우리 손으로 그들을 뽑아 놓고도 이런 "정치의 난장판"을 떠올릴수 밖에 없는건 분명, "정치의 혼돈"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카오스는 분명히 창세기의 코스모스를 예비하는 어둠이었다. 그러나 이땅의 정치는 언제까지나 카오스의 뒤죽박죽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정치의 창세기는 언제가 되어야 열릴 것인가.
정치란, 쯧쯧쯧... <200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