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진주의 정치판에 대한 제 개인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진주의 정치가 바로 서야 진주가 바로 선다'는 선배의 낭낭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 글을 적어 봅니다.


晉 州 疏

천년 진주를 지탱했던 도리(道理)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염치가 사라지고, 옛날 진주를 이끌었던 앞소리꾼의 기개와 절개 역시 아침이슬처럼 사라진지 오래이니 진주가 망할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 어찌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국본(國本)임을 자처하고자 하는 자는 진주의 민의는 철저히 외면한 채, 보잘것 없는 명성을 팔아 벼슬을 사고자 하는 자들만 그 품에 안으려 하고 있습니다.
진주시민을 위해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데 필요한 정치적 하수인을 선택하는 만용을 부렸습니다.
문정왕후를 향해 ‘깊숙한 궁궐에 사는 한 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책한 남명선생의 준엄한 꾸지람을 재차 들으셔야 진정 진주의 민의를 알아채시겠습니까?

소위 진주를 위해 정치한다는 자들은 어떻습니까.
진주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이 담긴 공천장을 휴지조각처럼 구겨버리는 일을 버젓이 자행하고도 지금까지 남의 탓에 구질구질한 변명만 잔뜩 늘어 놓고 있습니다.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진주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서도 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하기는 커녕, 거짓 눈물을 흘리면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서는 오로지 한 길, 자신의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찌 시대를 걱정하고 진주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들의 일들이겠습니까?

그런 정치꾼이 다시 진주를 위해 일하겠다고 시민앞에 다시 섰다고 합니다.
입만 열면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성인행세를 하던 그가 진주시민들에게 씻지 못할 불명예를 안기고도 또다시 시민들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정치의 길을 걷는 사람이지만 과연 그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만약 이런 자들이 또다시 진주시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땅에 떨어진 진주의 명예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습니다.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당사자이며, 진주시민의 명령조차 쓰레기 취급하는 자가 우리 진주시민을 대표하게 된다는 사실은 실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비록 80년이 넘는 지겨운 경제침체를 묵묵히 견뎌왔고 앞으로 얼마간은 견뎌낼 자신은 있지만, 34만 진주시민의 자존심을 깡그리 묵살하는 이러한 일만은 참기 어렵습니다.
결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며 34만 진주시민의 자존심을 걸고 지켜내야할 일이기도 합니다.
 
무던히도 진주의 정치를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릇 정치하는 자가 진주의 주인인 시민의 뜻을 받들기 보다는 정권의 실세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서 아첨이나 하고 명에 순종하는 사람이라면 진주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4.11 총선은 진주의 대표를 뽑는 단순한 선거가 아닙니다.
땅에 떨어진 진주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입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목숨거는 정치꾼을 몰아내고, 진주시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정치인을 찾아내는 선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56년전 단성소(丹城疏)를 지어 국정의 피폐함을 신랄하게 지적했던 남명 조식선생께서 오늘날 진주의 정치현실을 보셨다면 참으로 통탄함에 그치지 않고, ‘진주소(晉州疏)’를 지어 진주를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셨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진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여섯 명이 한뜻으로 34만 진주시민여러분께 진주소(晉州疏)를 지어 올립니다.

2012년 3월 12일